아디 "전쟁 아닌 학살... 아이들 영양실조로 죽어가"
"관심과 기도 모이면 더 큰 연대 이뤄"

9월 30일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가 정의평화위원회와 함께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가자 지구의 평화’를 기원하는 미사를 봉헌했다. 

이번 미사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발발 2년을 맞아, 전쟁 종식과 ‘학살’로 규정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극심한 피해를 입은 팔레스타인 국민들을 추모하고 위로하는 특별 지향을 두었다.

전쟁은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 봉쇄와 무차별 폭격, 구호 물자 차단을 이어 가며, 약 220만 명 인구 가운데 6만 6000여 명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이는 2년 동안 하루 평균 90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셈이다. 현재 가자 지구 주민들은 구호품 차단으로 극심한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으며, 특히 아이들은 굶주림을 넘어 식량을 공급해도 성장 장애와 지속적 질병에 시달릴 수 있는 상황이다.

국제연합(UN) 독립 국제조사위원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을 '팔레스타인 집단 학살'로 규정했다. 위원회는 “집단 구성원 살해, 중대한 신체적·정신적 위해, 출생 방지를 위한 의도적 조치, 집단의 신체적 파괴를 초래할 생활 조건 강제” 등을 근거로 제시하며, 집단 학살 중단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9월 30일 서울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1483회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가 가자 지구의 평화를 지향으로 봉헌됐다. ⓒ정현진 기자&nbsp;<br>
9월 30일 서울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1483회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가 가자 지구의 평화를 지향으로 봉헌됐다. ⓒ정현진 기자 
9월 30일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미사에 정의평화위원회가 함께한 이날 많은 이가 참여해,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의 아픔을 함께 느끼며 기도했다. ⓒ정현진 기자&nbsp;<br>
9월 30일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미사에 정의평화위원회가 함께한 이날 많은 이가 참여해,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의 아픔을 함께 느끼며 기도했다. ⓒ정현진 기자 

가자 지구, 장벽과 바다로 막힌 '하늘만 뚫린 감옥'
병원 9곳만 남아 정상 기능 어려워
주민 90퍼센트 난민... 자식 잃은 부모들 울음 끊이지 않아 

정수용 신부(민화위 부위원장)는 강론에서 병원, 학교, 관공서 등 집과 기반 시설이 90퍼센트 이상이 파괴된 가자 지구의 현실을 전하며, 사방이 막혀 이주조차 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여성, 노약자, 아이들이 가장 큰 위험에 처해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럼에도 이스라엘이 지상군 투입을 이어 가고 있다며 팔레스타인의 참상을 언급했다.

그는 미사를 준비하며 매일 가자 지구의 소식을 찾고 귀를 기울이면서, 어느 순간 일상화된 폭력과 비참함에 마비된 것처럼 느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많은 이들의 죽음과 고통에 무덤덤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웃을 모르는 것은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

정 신부는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이를 모르고 지나치며 이웃의 고통과 무관하게 살아간다면, 자신 있게 그리스도를 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많은 이들이 이러한 비참한 현실을 보며 힘이 없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교회에 묻고 있다”면서, “현실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지만, 기도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으며, 함께 아파하고 분노하고 슬퍼할 수 있다. 그 연대들이 모이고 모일 때, 더 큰 연대를 이룰 수 있다”고 답했다.

정수용 신부는 “작은 연대가 모여 거대한 구조악을 부술 수 있으며, 관심을 거두지 않고, 소식을 잘 찾아보는 것부터 해 볼 수 있다. 세상의 평화는 힘센 몇몇 지도자가 깨뜨리기도 만들기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의 관심과 기도가 그들의 선택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고 말했다.

이날 미사 중에는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인권평화단체 ‘아디’(ADI) 이동화 사무국장(바오로)이 가자 지구의 현황을 전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봉쇄와 공습으로 발생한 인도적 위기를 “전쟁이 아닌 일방적 학살”이라 규정하고, 국제 사회의 관심과 연대를 호소했다. 그의 발언 전문을 아래에 싣는다.

한편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는 1995년 3월 7일부터 30년간 매주 화요일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를 봉헌해 왔다. 이날 미사는 1483번째며, 다음 미사는 오는 14일 화요일 저녁 7시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이어진다.

이날 팔레스타인과 연대하고 있는 '아디' 이동화 사무국장이 가자 지구의 소식을 전했다. ⓒ정현진 기자 &nbsp;
이날 팔레스타인과 연대하고 있는 '아디' 이동화 사무국장이 가자 지구의 소식을 전했다. ⓒ정현진 기자  

안녕하세요. 저는 사단법인 아디에서 활동하는 이동화 바오로입니다. 미사에 초대해 주시고 소중한 시간을 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팔레스타인, 특히 가자 지구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아디는 전쟁이 발발하기 전부터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위해 활동해 왔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2006년 1월 처음 팔레스타인을 방문한 이래, 거의 20년 가까이 그곳에 시선을 두고 활동을 이어 왔습니다. 그러나 2023년 10월 7일 이후 지금까지의 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참혹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현재의 사태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아디는 2021년부터 가자 지구 여성단체와 함께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피해를 입은 여성과 아동을 지원해 왔습니다. 현지 파트너 단체에서 활동하는 니빈이라는 여성 활동가가 있습니다. 그녀는 영어도 잘하고, 누구보다 헌신적인 분입니다. 2023년 10월 이후 폭격으로 사무실이 파괴되었을 때에도, 사무실을 중부 지역으로 옮겨 활동을 이어 갔습니다. 아디 역시 한국의 여러 시민단체와 함께 모금 캠페인을 지속했습니다.

그러던 중, 올해 5월부터 굶주림이 심각해졌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의 모든 통로를 봉쇄하고 구호물자의 반입을 막았기 때문입니다. 그 시기, 저는 온라인 회의를 통해 현지 상황을 물었고, 니빈은 담담히 자신의 아이들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니빈에게는 네 명의 자녀가 있습니다. 그중 막내 아담은 당시 생후 8개월이었습니다. 전쟁과 봉쇄 속에서 분유는 점점 사라졌습니다. 부모는 백방으로 분유를 구하려 했지만 끝내 충분히 구할 수 없었습니다. 7개월 무렵부터 아담은 점점 말라갔고, 결국 가족들의 품에서 영양실조와 탈수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비극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세 번째 아이, 여섯 살 아흐메트도 심각한 영양실조에 시달렸습니다. 니빈이 보내온 사진 속 아이들의 모습은 차마 한국 사회에 공개하기 어려울 만큼 처참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2023년 10월 7일 이후 지금이 최악이에요. 몇 번이나 피난을 다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남편과 저는 아이들을 먹이기 위해 날마다 음식을 찾아 헤맵니다. 하지만 음식도, 요리할 가스도, 마실 물도 없습니다. 아이들과 노인들이 가장 위험합니다. 병원에는 약조차 떨어졌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음식을 구할 수 없어 영양실조로 세상을 떠난 아담(왼쪽)과 고통받는 아흐메드. (사진 제공 = Niveen Kafarna)
음식을 구할 수 없어 영양실조로 세상을 떠난 아담(왼쪽)과 고통받는 아흐메드. (사진 제공 = Niveen Kafarna)

저 역시 12살 딸을 둔 아버지라 그 이야기가 너무나 가슴 아팠습니다. 다행히 아흐메트는 극심한 상태에서는 벗어났지만, 여전히 건강은 위태롭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아담과 같은 이유로 굶어 죽은 사례가 이미 400건 이상 보고되었습니다. 유엔 식량안보 분류 체계(IPC)에 따르면 가자지구는 현재 최고 단계인 5단계, 기아 상태로 평가되었습니다. 과거 이 단계를 선포한 국가는 수단, 남수단, 소말리아, 아이티 네 곳뿐인데, 모두 내전이나 자연재해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가자 지구의 경우, 국경 밖에 수백 대의 구호 트럭이 대기 중임에도 불구하고, 인위적으로 진입이 차단된 상황입니다.

최근 뉴스에서는 미국이 새로운 휴전안을 내놓고 하마스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1월 휴전안을 깬 것은 이스라엘이었습니다. 그들은 시리아, 예멘, 이란, 심지어 중재국인 카타르까지 폭격했습니다. 오늘의 평화를 무너뜨린 주체는 이스라엘과, 그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임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정치적 해석은 다양할 수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2023년 10월 이후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군사 공격을 견뎌 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국의 강화도와 비슷한 작은 땅에 핵폭탄에 맞먹는 폭탄을 쏟아붓고, 전기와 물, 연료와 물자를 차단한 채, 집과 도로, 상점을 파괴하는 주체는 이스라엘이었습니다. 이것은 전쟁이라기보다 일방적 학살이었고, 국제사법재판소와 유엔은 이를 집단 학살로 규정했습니다.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제가 팔레스타인에서 본 이후 늘 기억하는 문구를 나누고 싶습니다.
“존재하는 것이 곧 저항이다. 올리브와 자타르가 존재하는 한 우리도 존재할 것이다.”
국제 사회의 무기력과 강대국들의 협력, 이스라엘의 광기 어린 공격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끝까지 존재로써 저항하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 세계에 전할 것입니다. 저 역시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렇게 전하는 일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가자 지구에 하루빨리 평화가 오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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