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 학술 토론회
양성, 경청, 식별, 토착화로 뿌리내리기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는 지난 20일 화성시 주석로 연구소에서 ‘K-시노달리타스의 오늘과 내일’을 주제로 학술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 총회 최종문서와 시노드 이행 단계 길잡이를 바탕으로, 한국 교회에 적용할 수 있는 시노달리타스(함께 걷기)의 구체적 방향을 모색했다.
이날 현재우 박사(평신도사도직연구소), 김남희 교수(가톨릭대학교), 한민택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가 시노달리타스 정신을 한국 교회에 뿌리내릴 방안에 대한 통찰을 발표했다.
함께 걷기 성공, '양성과 공동 식별'에 달려 있다
첫 발표를 맡은 현재우 박사는 '사명을 위한 교회적 식별'을 주제로, 시노드 이행 단계의 성공은 '양성과 공동 식별'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노드 이행 단계가 각 지역 교회가 시노달리타스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논의하고 실행하는 과정이며, 여기서 교구장 주교의 권위를 인정하는 가운데 교회적 식별이 필수라고 말했다.
그는 '공적 결정을 위한 식별'과 '성령 안에서의 대화'라는 두 가지 식별 방식을 나눠 설명했다. 공통점은 성령의 인도를 믿고, 참여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성령 안에서의 대화가 활성화될수록 식별이 풍성해진다는 점이다. 차이점은 ‘공적 결정을 위한 식별’은 교회의 중요한 의사 결정 과정에 해당하며, 성경과 전례, 교도권뿐만 아니라 인문학, 역사학, 사회학 등 전문 분야의 기여가 필요하다. 이에 비해 ‘성령 안에서의 대화’는 교회적 식별을 준비하는 도구로, 참여자 개개인이 영적 훈련을 받아 성령의 뜻을 찾아가는 데 초점을 둔다.
한국 교회는 아직 식별보다는 '성령 안에서의 대화'에 초점을 두고 있고, 신자들의 영적 성찰 역량과 하느님이 다른 사람의 나눔을 통해서도 말씀하신다는 공동체의 신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현 박사는 '양성과 공동 식별'이 시노드 이행 단계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이라고 역설했다. 또 성공을 위해선 양성과 식별 문화가 뿌리내려야 하고, 이를 위해 실천 중심의 교회 교육과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신앙 감각, 나의 언어에서 공동체 식별로
김남희 교수는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에서 경험한 경청과 식별 과정을 카이로스(특별한 의미를 지닌 결정적 시간)의 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종의 "렛 어스 드림"에 나오는 "직시할 시간, 선택할 시간, 행동할 시간"의 구조를 예로 들며,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크로노스(물리적 시간) 속에서도 하느님의 구원 여정을 식별한 것이 바로 카이로스적 통찰이라고 했다.
그는 이를 시노드의 핵심 방법론으로 읽어 내며, 개인의 신앙 체험이 삶의 이야기로 표현되고, 공동체 안에서 경청과 이해를 거쳐 받아들여질 때, 신앙 감각이 공동체적 권위로 자리 잡는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신자들의 개별적 신앙 감각이 공동체적 신앙 감각으로 모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앙 감각은 단순히 교리 지식이 아니라, 개인의 삶의 맥락과 체험에 근거한 영적 권위며, 이는 성령 안에서의 대화를 통해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교수는 “이야기의 위기”라는 시대 진단과 맞물려, 신자들의 삶과 신앙 이야기를 기억하고 나누며 경청하는 신앙 공동체를 다시 만드는 것이 시노드 이행 단계의 본질이라고 역설했다. 이야기는 없고, 정보만 넘쳐나는 세상 속에서 ‘이야기’를 회복하는 것, 곧 감각되고 체험된 신앙의 언어가 한국 교회의 시노달리타스를 구현하는 문화적 토대라는 것이다.
그는 “시노달리타스는 지금 여기에서 시작하는 신앙 이야기 공동체의 여정”이라며, 시노드 이행 단계는 하느님 백성 전체가 자신의 경험에서 출발해, 서로 이야기를 듣고 공동 식별로 나아가는 여정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토착화 신학에서 한국적 시노달리타스의 길 찾다
한민택 신부는 시노드 이행 단계에 접어들어든 지금도, 한국 교회의 시노달리타스(함께 걷기) 실현이 일상생활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인을 일회성 행사나 불필요한 부가물로 여기는 인식 때문일 수도 있다고 진단하면서, 시노달리타스가 교회의 본질적 존재 양식이라면 한국 교회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청사진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안으로 심상태 몬시뇰의 토착화 신학에 바탕을 둔 한국적 시노달리타스 방향을 찾자고 제안했다.
한 신부는 서구 교회가 정형화된 본보기가 아니란 것을 먼저 인지하고, 시노달리타스를 단순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역사와 문화, 전통, 종교적 심성 속에 뿌리내리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적 시노달리타스 실현을 위한 핵심 원리로 주체성과 자립성을 회복하는 교회, 대화의 영성과 문화, 식별하는 신앙을 제시했다.
한국 교회가 주체성과 자립성을 회복하려면,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수동적 자세에서 벗어나 능동적 주체가 돼야 하며, 말씀 해석과 실천에서 스스로 주인공이 돼야 한다. 대화의 영성은 타자뿐 아니라 나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한국의 종교, 문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현실과 대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공동체성을 강화하고 가난한 이를 위한 교회가 돼야 한다. 식별하는 신앙은 말씀과 역사, 문화 체험 해석을 조화시켜 신자들이 스스로 하느님의 현존과 뜻을 찾아가는 길을 걷는 것을 뜻한다.
그는 심상태 몬시뇰의 토착화 작업을 계승해 시노달리타스가 한국 교회에 자리 잡으며, 친교가 확장되고 하느님 체험으로 구원과 하느님나라를 사는 기쁨을 삶으로 증언하는 교회가 되길 희망했다.
이번 학술 토론회는 시노달리타스를 교회 구조에 국한하지 않고, 삶의 언어, 문화, 신앙 감각, 식별 훈련, 토착화 신학 등과 연계된 ‘살아 있는 과정’으로 다룬 점이 특징이다.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최종 문서와 시노드 이행 단계 길잡이가 요구하듯, 한국 교회는 이제 제도적 적용을 넘어, 하느님 백성 전체가 참여하고 식별하는 일상 실천 방안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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