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평단협 2025 전반기 연수회 열어
지난 4일부터 5일까지 한국 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회장 안재홍 베다, 담당 사제 김연범 안토니오, 이하 평단협)가 전주교구 치명자산 성지 평화의전당에서 올해 전반기 연수회를 열었다.
이번 연수에서는 평협 50년 역사를 돌아보며 교회와의 관계가 천천히 자라난 시간을 확인하고, 평신도가 주체로서 '함께 걷기' 위해 '성령 안에서의 대화' 모임을 처음 진행했다. 각 교구 평협 임원과 전국 사도직 단체장 90여 명이 참석했다.
4일 오후 개막 미사를 집전한 전주교구장 김선태 주교는 강론에서 평신도 사도직의 본질을 “하느님 백성 전체의 여정” 안에서 강조했다. 그는 “평신도란 교회의 변두리에 머무는 이들이 아니라, 교회를 함께 짊어지고 가는 주체”라고 밝히며, 이번 연수 주제인 ‘성령 안에서의 대화’가 단순한 소통 기술이 아닌 “교회 전체의 자각과 회개의 여정”이라고 환기시켰다.
‘평협의 역사’, 좌충우돌 속 성숙해 온 시노드 교회의 실험
‘성령 안의 대화’를 진행하기에 앞서, 이번 연수를 총괄 기획한 평신도사도직연구소 현재우 소장(에드몬드)은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최종 문서의 주요 핵심어 가운데 하나인 '관계의 회심'을 주제로 평협 50여 년 역사를 돌아보는 강의를 했다.
현 소장은 1968년 창립한 평협이 70-80년대 급격한 사회 변동과 민주화 운동에서 ‘교회 내 참여’와 ‘자율성’을 추구해 온 여정을 구체적 사례를 들어 조명했다.
평신도 사도직 운동이 활성화되는 데 큰 계기가 된 사건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였다. 1968년 열린 제3차 세계 평신도 대회가 계기가 되어 평신도들의 전국 조직이 출범했지만, 평신도 사도직 운동에 대한 시각 차이로 교회 내 관계에서 주교회의, 교구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었다. 가령 1972년부터 4년간 서울대교구 평협이 교구 방침에 따라 활동이 중지돼 총회에 불참했던 일, 1978년 주교회의 상임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평협 등 전국 단체의 교구 단위 환원과 전국 기구의 명칭과 운영 방법 폐지안 제기로, 교회 내적 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일은 평협 역사에 큰 상흔으로 남아 있다.("한국평협 40주년 백서", 253쪽)
이후로도 평협과 주교회의 관계는 계속해서 불안정했다. 1987년 춘계 주교회의에서 평협을 비롯해 가톨릭농민회와 가톨릭 대학생의 전국 활동을 중단시키고, 당시 발표한 시국에 대한 입장에 대해 평협이 호소문으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긴장과 불안은 최고조에 달했다. 현 소장은 이는 평신도 단체들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크게 제한하는 조치로, 그 배경에는 일부 주교들이 평신도 지도자들의 막강한 영향력을 부담스럽게 여긴 분위기가 깔려 있다고 보았다.
그는 다른 사례로 평협이 과거 주교회의에 본당(성당) 예산에 자선 사업 항목을 포함하고, 교회 시설을 지역 사회에 개방할 것을 건의한 일을 주교회의가 받아들인 사례도 소개했다. 이는 ‘단지 건의만 한 것이 아니라, 평신도들이 하느님 백성의 지체로서 책임 있는 참여 사례’였다.
이처럼 평협의 역사는 제도와 구조를 넘어서, 시간 속에서 성령의 이끄심을 따르며 천천히 자라고 열매 맺어 갔다. 현 소장은 “공간을 장악하려는 즉각적 효율보다, 하느님 백성 안에서 관계가 회복되고 신뢰가 싹트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시간이 공간보다 위대하다는 시노드 정신을 믿고 걸어가는 것이 지금 평신도 사도직이 붙들어야 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성령 안에서의 대화 문화, 평단협으로 확장
지난해 세계주교시노드 사무처 제안으로 로마에서 ‘본당 사제 국제 모임’이 열렸다. 이를 계기로 한국 대표로 참가했던 사제들의 제안과 주교회의의 응답으로 ‘시노드 교회를 위한 본당 사제 모임’이 국내에서도 확산하는 중이다.
지난달 열린 제2차 시노드 교회를 위한 본당 사제 모임은 ‘관계와 소통’을 주제로, 사제 50여 명이 모여 성령 안에서 사목 현장에서의 경험을 나누었다. 이 모임은 본당 사제 국제 모임에 다녀온 사제들이 ‘시노달리타스(함께 걷기) 선교사’라는 이름으로 대화 진행자로 함께했다.
평단협은 이번 연수의 주요 프로그램인 '성령 안에서의 대화' 진행을 위해 주교회의에 시노달리타스 선교사 파견을 요청해, 사제 4명과 평신도 3명, 총 7명의 지원을 받았다. 여러 조에서 공통으로 언급된 대화 내용은 ‘평신도가 누구인지에 대한 인식의 전환’, ‘성직자와의 관계에서 겪은 상처의 체험’, ‘책임 있는 참여자로서의 회심’ 등이었다.
“교회 안에서 평신도로 살아가는 것이 내가 하느님 백성이라는 정체성을 회복하는 일임을 깨달았다.”
“신부님의 성향에 따라 단체 운영이 좌우되는 현실 속에서 평협의 멘토(지도자)와 다리 역할이 절실하다.”
“평협이 평신도의 사회적 역할을 제시하고, 사제와 평신도 간의 수평적 소통 구조를 만들어 가야 한다.”
“관계의 회심은 불평등한 교회 구조에 질문을 던지는 일이자, 사목과 신앙을 연결하는 행위다.”
이러한 대화는 단지 개인의 감정 표현이라기보다는 교회 안 위계 구조와 문화에 대한 공동 식별 과정에서 정리된 내용들이다.
‘시노달리타스 선교사’들은 성령안에서의 대화 모임에 대한 피드백(후기)에서, "모래 시계를 활용해 발언 시간을 균등하게 조율하는 방식"이 인상 깊었다는 참가자들의 반응을 전했다. 참가자들은 평소 본당이나 단체 회의에서 소수의 발언이 대화를 주도하는 구조가 고착화되어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이러한 방식이 "진정한 '경청의 문화'를 확산시키는데 효과적"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실제로 몇몇 참가자는 모래시계를 기념 선물로 받을 수 있는지를 문의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편, “교구별 시노달리타스 이해도에 편차가 있고, 시간 관리가 어려워 대화의 깊이를 유지하기 어려웠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리고 “성령 안에서의 대화는 단순한 토론 방식이 아니라 기도와 성찰을 기반으로 해야 하는데, 일부 참석자는 이를 ‘의견 교환 시간’ 정도로 여겨 방향이 흐트러지기도 했다”는 아쉬움을 전했다. 그럼에도 “평신도들과 함께 시노드 방식을 실제로 나눈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실험이었다”는 의견을 남겼다.
5일 낮, 폐막 미사를 집전한 김창신 신부(전주교구 총대리)는 강론에서 “평신도의 삶은 늘 그 너머, 곧 하느님의 뜻을 지향하는 삶이며, 그것이 바로 교회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평단협은 오는 9월 초 하반기 연수에서도 이번 ‘성령 안에서의 대화’ 연수에서 드러난 문제의식과 반응을 토대로, 평신도 사도직의 정체성과 방향성이란 주제로 후속 대화 모임을 이어 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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