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에 설레다”, 임미숙, 바오로딸
‘시편’은 히브리어로 ‘찬양의 책’을 뜻한다. 초대 교회부터 개인과 공동체의 신심에 깊은 영감을 불어넣었고, 미사 때마다 제1독서 후 바치는 화답송으로 신자들에게도 어느 정도 친숙하다. ‘시편’은 ‘있는 그대로 하느님 앞에 서 있는 인간’의 온갖 정서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때로는 우리 대신 울어 주고, 또 하느님께 따지기도 한다. 저자는 시편을 “‘우리를 위하여’ 말하는 책이자 ‘우리를 대신하여’ 말하는 책”이라 정의하며, 처음 읽었을 때 너무 솔직해서 놀랐고, 너무 아름다워서 당황했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시편에 대한 열정과 탄탄한 지식을 바탕으로 주요 본문을 차근차근 쉽게 풀어내며, 시편과 연결된 자신의 체험도 진솔하게 들려준다. 이 책은 머리와 가슴이 멋지게 어우러져 독자로 하여금 시편에 설레게 하고, 기도를 더욱 정직하고 풍성해지도록 도와준다.
“시편은 신앙인의 정서와 삶을 가장 진실하게 담아낸 책입니다. 슬픔과 고통, 기쁨과 절박함이 어우러져 탄식이 되고 찬양이 되며, 감사로 이어집니다. 시편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경험하는 온갖 감정의 흐름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또한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이 큰 울림을 선사할 뿐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하느님 앞에 서 있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 주기에, 시편은 성경에서 가장 인간적이면서도 가장 신학적인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4쪽)
“신을 찾는 뇌”, 로빈 던바, 구형찬 옮김, 아르테
역사상 인류 대부분은 종교와 함께 살아왔으며, 종교는 사회 문화를 이루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동해 왔다. 민족지학적 기록이나 고고학적 증거에 따르면, 지금까지 알려진 문화 가운데 종교가 전혀 없는 경우는 없다. 그럼에도 종교를 ‘통합과학적 관점’에서 연구한 성과는 많지 않다. 근대 과학 혁명 이후 종교는 과학적 방법론과 별개 영역으로 분리됐고, 일부에서는 종교적 신념을 망상으로 여기며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과학은 인간 삶의 엄연한 특징인 종교를 어떻게 연구하고 설명할 수 있을까?
이 책은 ‘던바의 수’, ‘사회적 뇌’ 가설로 잘 알려진 진화인류학자이자 인지과학자 로빈 던바가, 다학제 연구를 통해 종교의 진화 목적을 날카롭게 추적한 결과물이다. <가디언>은 이를 “과학적 시선을 종교로 향한 대단히 획기적인 연구”라고 평했다. 뇌인지과학, 진화인류학, 신경생물학, 종교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가 20여 년간 함께 쌓아 올린 결실이기도 하다.
책은 종교의 미래를 이렇게 말한다. “인간 사회에서 종교를 대체할 어떤 것이 있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를 찾기는 어렵다. 종교는 철저히 인간적인 특성이다. 종교의 내용은 장기적으로 분명히 변화하겠지만, 좋든 싫든 그것은 우리와 함께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인간의 경우, 이는 주로 공동체 멤버십의 단서로 기능하는 문화적 기준들을 끌어와 작동시키는데, 이것이 신뢰성으로 이어진다. 사람들이 친구 및 가족과 공유하는 특성들을 살펴보았을 때, 우리는 이 특성들이 일곱 가지 핵심 차원, 즉 우정의 일곱 기둥으로 요약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곧 동일한 언어, 출신지, 교육 경로, 취미와 관심사, 세계관(종교적, 도덕적, 정치적 견해), 음악적 취향, 유머 감각 등을 공유하는 것이다. 공통점이 많을수록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더 돈독해지고 서로에게 더 기꺼이 이타적으로 행동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친구만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에게도 해당된다.”(161쪽)
“홀로 계신 분께 홀로”, 토마스 머튼, 최문희 옮김, 분도출판사
이 책에서 토머스 머튼은 그리스도교 초기 사막 교부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들은 하느님과 하나 되기 위해 세상을 떠나 사막으로 들어갔다. 어떤 이는 홀로 고독 속에서, 어떤 이는 다른 수도승과 공동 생활을 하며 그 전통을 이어 갔다. 초기 사막 교부들도 우리와 같은 고민을 안고 있었기 때문에, 머튼은 이들의 이야기가 수도자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유익하다고 봤다. 그들은 사막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물었고, 그들 나름의 답을 찾아갔다. 이 책에서는 머튼은 그들이 찾아낸 답과 그 과정을 전해 준다.
아직 수도 생활이 체계화되지 않은 시기의 수도승들은 자기 판단만으로는 그릇된 길에 빠질 위험이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식별하기 위해 수도원을 세우고 기준을 마련했다. 순종과 분별을 미덕으로 여겼고, 분심, 자만, 시기와 같은 태도를 엄격히 금지했다. 단식, 기도, 노동 같은 외적인 규칙을 충실히 지켰다 해도, 마음으로 순종하지 않는다면 의미 없었다. 사막 교부들은 노동이나 단식에 집착하거나, 오만으로 수도원의 규칙을 어기는 이들을 경고했다.
사막 수도승의 삶은 끊임없이 자신을 경계하며, 동시에 하느님 은총 안에서 자신과 화해하는 삶이었다. 이 책은 그들의 가르침과 실제 생활 모습을 함께 보여 주며, 독자들에게는 때로 깨달음이 되고, 때로는 반면교사가 되어 준다. 사막 교부들이 궁극적으로 닮고자 했던 예수님 삶은,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우리를 옥죄는 세상의 요구들에서 벗어나라고 충고한다. 머튼이 들려주는 사막 영성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다시금 삶을 성찰할 기회를 열어 준다.
“내 형제인 그대여, 세상보다 더 큰 그대가 이 세상에서 무얼 하고 있습니까? … 사막의 가난을 두려워합니까? 그러나 그리스도께서는 가난한 이는 행복하다고 말씀하십니다. 노동을 두려워합니까? 그러나 어떤 운동선수도 땀 흘려 수고하지 않고는 이길 수 없습니다. 여기서 얻을 음식을 생각하고 있습니까? 그러나 그대의 신앙이 굳건하다면, 그대는 굶주림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단식 후에 수척해진 몸으로 맨바닥에 팔다리가 멍들까 두려워합니까? 그러나 주님께서 그대와 함께 바닥에 누우십니다. 머리를 감지 못해 머리카락이 헝클어질 것을 두려워합니까? 그러나 그리스도께서 그대의 머리이십니다. 사막의 무한한 공간에 주눅 듭니까? 그러나 그대의 생각 속에서 그대는 천상에 발을 내디딜 것입니다.”(114-1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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