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회의 미래 컬로퀴엄 3
지난 8일과 9일, '한국 천주교회의 미래, 전문가 콜로키엄'이 명동대성당 영성센터(한국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양성교육원)에서 열렸다.
이번 컬로퀴엄은 한국 천주교회의 미래를 전망할 때 주목해야 할 네 가지 주제를 선정하고, 관련 참고 문헌을 사전에 공부한 뒤, 연구자와 관심자들이 함께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각 주제 발제는 우리신학연구소 연구자 4명이 맡았다. 교회 내 관련 연구 기관 연구자, 평신도, 수도자 등 약 30명이 참여해 열띤 논의를 나눴다.
우리신학연구소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이 자리에서 다룬 네 가지 주제의 발표와 토론 내용을 기획 연재로 소개한다.
1. 미중 패권 경쟁과 한반도 평화
2. AI와 민주주의, 정보 네트워크, 인류의 미래, 그리고 종교적 함의
3. 청년세대와 젠더 갈등
4. 초고령 사회, 초고령 교회
청년 세대와 젠더 갈등
지난 9일 열린 ‘한국천주교회의 미래’ 컬로퀴엄 둘째 날, 세 번째 발표에서는 우리신학연구소 이미영 선임연구원이 ‘청년세대와 젠더 갈등’을 주제로 진행했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앞두고 교회 안에서 청년 세대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청년들이 교회 안에서 잘 보이지 않는 현실을 성찰하며, 청년 사목의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발제에서는 통계 자료를 통해 한국 청년 세대의 현실과 변화를 살펴보고, 특히 2030 젠더 갈등의 이면을 검토했다. 그리고 12.3 계엄 이후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주도한 2030 청년들이 바라는 한국 사회의 전망에 비추어, 교회의 과제를 함께 토론했다.
젠더 갈등 현상에 투영된 청년 세대의 고통
이 연구원은 2023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로 분석한 우리나라 청년세대의 변화(2000~2020)’ 자료를 중심으로 한국 청년 세대의 사회적 변화를 소개했다.
2020년 현재 청년 세대(19-34살) 인구는 전체 인구의 20.4퍼센트로, 1990년(31.9퍼센트) 이후 계속 감소하고 있다. 2050년에는 11퍼센트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게다가 청년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살고 있으며, 영·호남 지역 청년들은 점점 줄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여성 청년의 대졸 이상 고학력자 비율이 남성보다 높아졌고, 경제 활동 참여도 크게 늘어 성별 차이가 거의 없어졌다.
청년 세대 변화의 가장 특징적인 현상은 혼인율 감소다. 2020년 평균 혼인 연령은 남자 33.2살, 여자 30.8살로 높아졌으며, 30-34살 청년 중 결혼하지 않은 비율은 56.3퍼센트로, 2000년 18.7퍼센트에 비해 약 3배 증가했다. 주된 이유는 ‘경제적 사유’로, 청년들은 경제 불안정, 높은 주거 비용, 자녀 양육 부담 등으로 결혼과 가족 형성을 주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소득 및 주거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청년층 1인 가구 비율도 급속히 늘고 있다. 실업률은 개선되는 듯 보이지만, 비정규직과 불안정 노동에 종사하는 청년들이 증가하면서 고용 시장의 질적 악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일하지 않고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가 늘고 있고, 노동 시장에서의 좌절은 우울증과 자살 생각 등 정신 건강 문제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 청년 세대의 또 다른 특징은 젠더 갈등을 심각하게 여긴다는 점이다. 2015년 젊은 세대 중심으로 페미니즘 논의와 운동이 다시 확산되면서, 이에 대한 사회적 반발과 저항인 ‘백래시’(backlash) 현상, 반페미니즘 정서도 함께 늘었다. 이러한 갈등은 2021년 재보궐 선거와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등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하며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켰고, 연애나 결혼 등 개인 삶에도 영향을 미쳤다. 언론 또한 ‘청년 젠더 대결’이라는 관점으로 갈등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다.
미국 노동법 학자 조앤 윌리엄스는 한국 사회의 낮은 출산율과 젊은 남성의 보수화 현상을 신자유주의 심화에 따른 사회 구조적 문제로 분석했다. 퓨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물질적 풍요’를 삶의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나라다. 이런 사회에서 청년들은 학업과 취업 경쟁, 경제적 불안과 불평등으로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으며, 과도한 경쟁과 불안 때문에 상대 성별을 경쟁 집단으로 인식한다. 여성은 경력 단절과 경제적 불이익을 우려해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이뿐 아니라 성 평등과 성 역할 인식 차이, 군 복무 문제, 결혼 및 출산 가치관 차이 등 복합적인 사회문화적 배경에서 젠더 갈등이 비롯된다.
또한, 청년 세대 중 종교에 관심 없는 이가 늘고 있다. 개신교의 청년 연구 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사회 현실에 지친 청년들은 자신의 고민에 무관심하고, 삶의 의미를 제시하지 못하는 종교에 실망하며 무관심해지고 있다고 이 연구원은 소개했다.
탄핵 광장에서 청년들이 제시한 한국 사회의 개혁 과제
12.3 비상 계엄은 한국 민주주의의 심각한 위기를 드러냈지만, 이후 펼쳐진 탄핵 광장에서는 2030 청년 세대, 특히 응원봉을 든 2030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서부지방법원 난입·난동 사건과 같은 극우 폭력에 가담한 남성 청년들의 모습, 그리고 최근 여러 선거에서 청년 남성들이 보수 진영 후보에게 투표하는 경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 연구원은 "광장 이후" 분석 내용을 소개하며, ‘2030 남성 극우화’ 담론을 경계하고, 청년들이 바라는 더 폭넓은 진보적 의제에 주목할 것을 제안했다.
이 책에서 ‘2030 남성 프레임 전쟁’을 쓴 사회학자 양승훈은 2030 남성들이 광장 운동에서 상대적으로 소극적이거나 참여도가 낮게 보이는 것이 보수주의나 극우적 성향 때문이 아니라, 불안정한 노동 시장에서 장기적 생애 계획을 세우기 어렵고, 여전히 남성에게 ‘생계 부양자’라는 전통적 성 역할을 요구하는 인식이 야기한 ‘모순과 긴장’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는 보수 정치 세력이 청년 남성들의 불만과 욕구를 자극하며 이용하는 현실을 방관하지 말고, 2030 남성들을 ‘잠재적 극우’로 배제하지 않으며, 민주주의 광장의 주체로 조직하고 소통하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청년들의 사회적 연대가 어려워진 현실을 분석한 이승윤도, ‘누가 더 손해를 보고 있는가’라는 경쟁 구도로 청년 노동 시장의 복잡성과 불안정을 이용해 ‘갈라치기’하려는 정치 세력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불평등한 사회 체제에 맞서는 집단적 방어벽으로서 사회적 연대를 육성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정치적, 사회운동적 실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탄핵 광장의 청년들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한 이재정은, 청년들이 가장 열망하는 미래 사회의 모습은 ‘평등하고 다양성이 존중되는 포용 사회’가 절대 다수였다고 밝혔다. 민주주의 위기 체감도는 여성 청년들이 더 두드러졌지만, 광장의 청년들이 한국 민주주의 강화를 위한 대안으로 제시한 1순위는 남녀를 불문하고 ‘경제적 불평등 해소와 기회 평등 보장’이었다. 이는 실질적으로 경제 불평등 문제를 가장 심각하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 준다. 즉, 청년들은 광장에서 단순히 대통령 탄핵만을 바란 것이 아니라, ‘사회 대개혁’을 요구한 것이다.
비상행동은 사회 대개혁의 전망을 11개 분야로 정리했다. ① 다시 민주공화국 시민이 주인이 되는 세상 ② 정의로운 경제와 민생이 안정된 사회 ③ 평화·주권·역사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 ④ 기후위기 너머 정의로운 생태 사회 ⑤ 모두의 행복한 삶을 위한 돌봄 중심 사회 ⑥ 좋은 일자리와 보편적 노동권이 보장되는 사회 ⑦ 생명·안전이 지켜지는 세상 ⑧ 모두의 존엄과 공존을 위한 성평등·인권 사회 ⑨ 언론·정보 통신·문화의 공공성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 ⑩ 식량 주권과 먹거리가 보장되고, 지역이 살아 있는 세상 ⑪ 교육과 청(소)년의 삶에 평등을 여는 세상.
조별 토론: 청년들에게 복음적 삶을 증언하고 동반하는 교회
강연 이후 참석자들은 4개 조로 나누어 4개 질문을 정하고 각기 토론을 이어 갔다.
먼저, 오늘날 청년들이 제도 종교를 떠나거나 무관심한 이유와, 청년들이 교회에 바라는 점을 논의했다. 참가자들은 청년들이 교회를 떠난 이유가 단순히 신앙심 부족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 문제와 관련이 크다고 봤다. 성당 활동은 시간적·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청년만 참여할 수 있어, 아르바이트 등으로 바쁜 청년들은 소외되는 현실이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한 청년들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취업, 경제적 도움, 정서적 위안을 고민하기보다 봉사만 요구하는 교회 현실을 성찰하며, 청년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경험과 방안을 나눴다.
최근 교회의 시노달리타스(함께 걷기) 논의와 관련해, 청년들이 기대하는 교회의 모습과 교회 안에서 청년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장을 어떻게 마련할지 토론했다. 참가자들은 교회가 청년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발언권을 보장하며, 그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앞두고, 청년들이 진심으로 바라는 바를 진지하게 질문하고 토론할 수 있게 하고, 이에 응답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을 환대할 방법에 대해 수도회에서는 관련 프로그램 정보를 서로 나누고, 청년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적극 만나러 나서야 한다는 환대 방안도 제시했다.
교회 안에서도 사회와 마찬가지로 세대 갈등, 청년 부재, 극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세대마다 신념과 정보 차이로 서로 다른 사실을 진실로 여기는 문제도 지적됐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교회가 안정을 추구하며 보수화되고, 신자 구성도 중산층 중심으로 변하면서 예언자 정신을 잃었기에, 정의감이 강한 청년들이 이를 견디지 못하고 떠났다는 의견도 있었다. 베이비붐 세대가 교회를 세우고 키웠지만, 자녀에게 신앙을 충분히 전해 주지 못했다는 점, 교회 역시 청년 부재에 어떻게 대응할지 몰라 두려움 때문에 회피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도 나왔다. 청년들의 박탈감과 불안감이 커지고 사회적 신뢰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교회가 복음 정신을 살아내고 기성세대가 먼저 하느님 체험을 발견하고 나누며, 청년들이 안전하게 신앙을 나누고 세대를 넘어 소통할 수 있는 장을 회복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편, 참가자들은 청년들이 교회의 가르침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그 가르침을 따라 사는 모습을 직접 보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하며, 청년들에게 더 많은 안내와 동행이 필요하다고 제기했다. 청년들의 현실과 가난이 다양한 만큼, 교회도 이 시대 새로운 가난에 목소리를 내는 방식이 다양해져야 한다. 또한 수도회는 다양한 카리스마와 탁월한 역량을 지닌 수도자들이 있어, 젊은이들의 삶에 닿을 수 있는 여러 모임과 활동, 지원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번 세 번째 주제 발표와 토론에서는, 한국 교회가 청년들과 함께하려는 노력이 결국 모든 세대가 바라는 교회의 모습임을 깨닫고, 청년을 비롯해 신자유주의의 폐해 속에서 고통받는 모든 이의 삶에 응답하는 교회의 길을 함께 고민했다.
이번 주제 3의 자료는 아래와 같다.
- 신진욱 외, "광장 이후: 혐오, 양극화, 세대론을 넘어", 문학동네, 2025.
- 조앤 윌리엄스, '저출생, 워킹맘, 극우 그리고 신자유주의', EBS 위대한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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