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연재] '한국천주교회의 미래' 컬로퀴엄 1

지난 8일과 9일, '한국 천주교회의 미래, 전문가 콜로키엄'이 명동대성당 영성센터(한국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양성교육원)에서 열렸다.

이번 컬로퀴엄은 한국 천주교회의 미래를 전망할 때 주목해야 할 네 가지 주제를 선정하고, 관련 참고 문헌을 사전에 공부한 뒤, 연구자와 관심자들이 함께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각 주제 발제는 우리신학연구소 연구자 4명이 맡았다. 교회 내 관련 연구 기관 연구자, 평신도, 수도자 등 약 30명이 참여해 열띤 논의를 나눴다.

우리신학연구소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이 자리에서 다룬 네 가지 주제의 발표와 토론 내용을 기획 연재로 소개한다.

1. 미중 패권 경쟁과 한반도 평화

2. AI와 민주주의, 정보 네트워크, 인류의 미래, 그리고 종교적 함의

3. 청년세대와 젠더 갈등

4. 초고령 사회, 초고령 교회

지난 8일, ‘한국천주교회의 미래' 컬로퀴엄 첫 번째 주제 발표에서 우리신학연구소 박문수 소장은 '미중 패권 경쟁과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심도 있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신학 연구자이자 북한학 연구자로서 샌프란시스코 체제에 주목해 동아시아와 한반도의 냉전 체제 형성 과정을 연구했다. 그는 한반도 평화를 단순히 남북 관계나 군사 문제로 축소해서 볼 것이 아니라, 미·중 패권 경쟁이라는 거대 구조 속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중 패권 경쟁의 구조와 한반도 위치

8일, 우리신학연구소 박문수 소장이 컬로퀴엄 첫 번째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경동현 기자

박 소장은 먼저 미·중 패권 경쟁의 역사적 맥락을 짚었다. 그는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의 단극 체제가 지속되는 듯했지만, 중국의 경제와 군사력 부상으로 21세기 들어 양극 체제가 다시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를 중심으로, 중국은 ‘국가 주도형 발전’과 ‘권위주의 체제’를 유지하며, 각자의 영향력을 넓히는 과정에서 갈등이 격화됐다고 그는 보았다. 특히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을 비교하며, 두 나라의 전략이 한반도와 동북아를 ‘지정학적 요충지’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반도는 미·중 갈등의 변방이 아니라 때로는 충돌의 최전선이며, 이는 단순한 외교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생존과 미래, 평화와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박 소장은 미·중 경쟁을 단기적 사건이 아닌 장기 구조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패권 경쟁은 수십 년에 걸쳐 지속될 가능성이 크며, 양측 모두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한반도 문제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 사회의 ‘종미(從美)·반중’ 경향을 짚으며, 이러한 인식이 형성된 배경을 분석했다. 미국에 대해서는 한미 동맹과 경제 협력으로 긍정적 인상이 강한 반면, 중국에 대해서는 역사적 갈등, 정치 체제에 대한 거부감, 최근의 외교·경제 갈등이 부정적 인상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런 인식이 때때로 정치·언론에서 편향적으로 재생산되며, 한국이 국제 정세를 다각도로 이해하고 주체적 선택을 할 기회를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발표 말미에는 교회가 한반도 평화 문제에 접근하는 방향을 제언했다.

먼저 교회가 평화 담론을 단순한 ‘통일 기원’ 수준에서 벗어나, 국제 관계와 구조적 요인까지 설명할 수 있으려면, 국제 정세에 대한 이해와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미국과 중국을 바라보는 편향을 넘어서기 위해, 신자들이 정치·언론의 틀에 갇히지 않도록 다양한 관점의 정보와 토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복음적 평화관을 굳건히 세우기 위해 국가 이익과 군사력 중심의 평화가 아닌, 인권, 정의, 연대에 기초한 평화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별 토론: 편향을 넘어 평화의 길 모색하다

조별 토론 뒤에 나눔 결과를 소개하고, 경청하고 있는 참가자들. ©경동현 기자

강연 이후 참석자들은 4개 조로 나누어 토론을 이어 갔다.

조별 나눔은 강연의 울림과 더불어 현실적 고민, 그리고 교회의 역할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참가자 다수는 “평화를 미국·중국의 전략 구도 속에서 바라본 시각이 새로웠다”고 밝혔다. 한 참가자는 “그동안 미·중 관계를 뉴스 단편으로만 접했는데, 구조적 이해를 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몇몇 조에서는 “우리 사회의 반중 정서가 과연 객관적 근거를 갖춘 것인지, 정치·언론의 영향은 없는지”를 토론했다.

미국에 대해서도 비판적 성찰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금까지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던 미국이 트럼프 1기와 2기를 지내면서 민낯이 드러났는데, 그런 점에서는 트럼프가 한국인의 대미 인식을 크게 개선한 인물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또 다른 조에서는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자율성과 주체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를 중요한 화두로 제기했다. 일부는 ‘중견국 외교’와 ‘다자 협력’을, 다른 일부는 ‘균형 외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교회가 국제 정세와 평화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침묵하거나, 추상적 입장만 내놓는 현실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한 조에서는 “교회가 신자들에게 국제 정세 교육을 제공하고, 복음적 평화관을 현실 문제와 연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젊은 참가자들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가짜 뉴스와 왜곡된 정보가 미·중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교회가 디지털 이해력과 인공지능 시대의 정보 판별 교육에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첫 번째 주제 발표와 토론은, 한국 교회가 국제 정세 속에서 한반도 평화의 주체로 서기 위해 가져야 할 지식, 시각, 실천을 함께 고민하는 장이 되었다. 특히 신자들이 세계 구조와 한국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복음의 빛으로 해석하며 행동하도록 돕는 것이 교회의 시대적 과제임이 확인됐다.

이번 주제 1의 자료는 아래와 같다.

- "패권의 미래: 미중 전략 경쟁과 새로운 국제 질서", 전재성 외, 21세기북스, 2022.
- '1950 미중전쟁부터 2023 패권 경쟁까지', KBS다큐인사이트, 유튜브 'KBS다큐', 2020.07.23 방송. https://www.youtube.com/watch?v=u4KhKoJtfYg
- '"신냉전의 서막(序幕): 미중 패권 경쟁의 현재와 미래", 유튜브 경제학자의 서재(그린경제학). https://www.youtube.com/watch?v=mN69BoMGG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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