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의정부 시국 미사 이어진다

인천교구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시국 미사를 봉헌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와 내란죄 처벌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 9일부터 광주, 대구, 대전, 전주, 제주, 청주, 춘천교구가 시국 미사를 이어 갔다.

23일 인천 주교좌 답동 성당에서 봉헌한 미사에는 총대리 이용권 신부가 주례하고, 사제 40여 명과 신자, 수도자 500여 명이 자리를 가득 채웠다. 

“앞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혐의에 대한 수사와 대통령직 파면을 다룰 탄핵 심판이 남아 있습니다. 비록 지금은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희망은 흐려진 듯하나 또 다른 퇴행의 위협을 막기 위해서라도 절망해선 안 될 것입니다.”(정의평화위원장 김지훈 신부)

23일 인천교구가 시국 미사를 봉헌했다. ⓒ정현진 기자<br>
23일 인천교구가 시국 미사를 봉헌했다. ⓒ정현진 기자

이날 강론을 한 김일회 신부(인천교구 사무처장)는 “윤석열 탄핵으로 민주주의가 회복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윤석열 정권 퇴진 후 새로운 사회를 시작해야 한다. 응원봉이 아니라 희망봉을 둔 젊은이들이 만들어 내야 할 대한민국일 것”이라며,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그침 없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붕괴됐고, 남북의 평화도 끊임없이 위협받았지만 다행히 14일 탄핵안이 통과됐다면서, "이 일련의 일들은 암울함을 강요받았던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이 발 벗고 달려와 여의도의 희망의 불빛을 만들어 낸 최상의 결과다. 형형색색 희망의 불빛을 들고 축제를 만들어 가면서 외치는 함성은 대한민국을 새롭게 만드는 준비였다”고 말했다.

이날 미사에서는 탄핵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쇄신, 대한민국의 근본적 개혁을 촉구했다. ⓒ정현진 기자
이날 미사에서는 탄핵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쇄신, 대한민국의 근본적 개혁을 촉구했다. ⓒ정현진 기자

“암울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눈에 보이지 않는 희망을 마음에 품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들의 시간은 과거가 아닌 미래를 품은 현재입니다. 우리에게 희망이 없다면 우리는 절망적으로 우울해질 것입니다. 믿음이 없는 사람에게는 과거가 없습니다. 그들의 시간은 아픈 과거에 멈춰 그들에게 현재도 없습니다. 이들에게 현재란 아픈 과거입니다. 믿음은 그들에게 아픈 과거를 의미 있는 고통으로 승화시켜 현재를 살게 합니다.”

김 신부는 “창조 전 세상은 깊은 어둠에 싸여 있었고 그 위에 하느님의 영이 감돌고 있었다. 우리가 혼돈을 경험한다면 이는 다름 아닌 변화와 창조의 전 단계다. 하느님의 영은 이러한 때에 우리에게 가장 가까이 계신다”면서, “창조는 먼 옛날 한 번 일어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는 희망을 가지고 인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일이면 성탄이다. 가난의 상징인 구유에 모여 있는 아기 예수님의 탄생의 기쁨이 넘쳐 흘러야 할 이 시기에 나라를 위한 걱정이 아니라 예수님에 대한 사랑으로 이 마음을 가득 채우고 싶다”며, “성탄절은 단순히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이 아니라, 인류에게 구원의 희망을 전하는 날이다. 윤석열 탄핵으로 대한민국의 구원의 희망이 주님의 선물이 되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미사 중 모든 참가자가 함께 손팻말을 들며, 윤석열 탄핵과 처벌, 사회 개혁을 소리 높여 외쳤다. ⓒ정현진 기자<br>
미사 중 모든 참가자가 함께 손팻말을 들며, 윤석열 탄핵과 처벌, 사회 개혁을 소리 높여 외쳤다. ⓒ정현진 기자

한편 인천교구 전체 사제단은 국회에서 탄핵안 결의안이 무산된 뒤인 9일 “12.3 내란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의 즉각 탄핵, 내란 사태 공모자 즉각 수사와 구속, 내란 사태의 빠른 수습과 민주주의의 회복”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날 미사를 마치며 인천교구 사제연대 대표 장동훈 신부는 이 시기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파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안의 의로움을 바로 세우고, 그릇된 가치관과 세계관을 돌아보며, 민주주의를 재건하고 약자를 보호할 사회 건설이라는 저 너머를 봐야 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인간의 시간이 하느님의 시간이 되고 하느님의 역사가 곧 인간의 역사임을 깨닫습니다. 요람이 아닌 여물통을 택한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의 시간과 공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구원은 현실을 떠나 있을 수 없습니다. 이 땅에 드리운 어두움도, 상처와 좌절도, 모두가 갈망하는 평화도, 정의 회복도, 모두 그리스도인의 것입니다.”

장 신부는 “반헌법적 계엄과 그로 인한 일련의 사태는 사실 정치적 갈등 이전에 그릇된 가치관과 세계관에서 비롯됐다. 따지고 보면 윤석열은 우리 욕망의 표현이며, 한 번도 청산하지 못한 역사의 열매”라며, “우리의 희망은, 우리의 기도는 단순히 대통령 파면이나 정권 교체 따위가 아닌, 내 안의 그림자를 거둬 내 하느님의 모습으로 지어진 본연의 빛을 되찾는 데에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만을 기다리기 전에 우리 스스로 새 하늘 새 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교구는 이날을 시작으로 논의 이후 시국 미사 일정을 계획하고 이어 갈 예정이다.

오는 30일 저녁 7시에는 의정부교구 주교좌 의정부 성당에서 문화제를 열며 시국 미사를 봉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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