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의정부교구 20-30대 기후 모임
청년 기후 모임 '청숲'. 의정부교구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김승연 신부)의 제안으로 시작된 청숲이 올해 5월 15일 청년센터 에피파니아에서 창립 미사를 봉헌했다. 주보 공지를 보고 참여 신청한 20-30대 30여 명이 모여 공동의 집 지구 지키기에 첫발을 뗀 것이다. 이후 청년들은 달마다 미사를 드리고, 모임에서 생태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읽고 나누며, 자체 논의로 모임을 진행했다. 또 지역별 쓰담달리기(플로깅)와 봉사활동을 하고, 9월에는 기후정의행진에도 참여했다.
지난 13일, 청숲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규연 씨(소화데레사, 야당맑은연못 성당)와 박정현 씨(스테파노, 식사동 성당)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이 '나무되기'를 선택한 뒤에 삶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모임에 대해 갖는 생각과 목표를 들었다. 이날 '왜 우리는 기후위기에서 이타적이어야 하는가?'를 주제로 조천호 박사(전 국립기상과학원장)를 초대한 토크 콘서트에 앞서 에피파니아에서 인터뷰했다.
<지금여기>: 청년 기후모임 ‘청숲’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김규연: 교구 생태환경위원회에서 기후위기에 관심 있는 청년들과 모임을 하고 싶다는 제안에 응답한 청년들의 모임이다. ‘청숲’이라는 이름은 의정부교구에 속한 청년 한 명 한 명이 나무가 되고, 숲을 이뤄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지구를 지키고자 한다는 뜻을 담았다. 알기로는 한국 천주교 최초의 청년 기후 모임 단체다.
<지금여기>: 어떤 계기나 동기로 ‘청숲’에 참여하게 되었나?
김규연: 평소 기후 위기에 관심이 많아 3년 넘게 그린피스 후원을 했다. 하지만 후원만으로는 아쉬운 점이 많았고, 직접 행동하고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싶었다. 특히 청년들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데 어떻게 동참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교구에서 청년 환경단체를 만든다는 공고를 보게 되었다. 가톨릭이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조직이라 생각해 왔기에 교회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를 알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참여하게 되었다.
박정현: 기후 위기에 관심이 없었다. 뉴스에서 흔히 접하는 ‘오염된 환경과 그로 인한 기후 위기’는 다소 따분하고 시시한 주제였다. 그러던 중, ‘탄소 중립’을 다룬 뉴스 기사 몇 개를 접하고 생각이 바뀌었다. 언론사에서 일하고 있어서 매일 신문 자료를 모으고 있는데, 인간 활동으로 일어난 기후 위기는 더 강하고, 빠르게 다가오고 있고,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회칙 ‘찬미받으소서’ 91항에서 보듯,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우리는 가해자인 동시에, 궁극적으로는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후 위기의 가해자나 피해자가 아니라 주체적으로 대응하고 싶었다. 그런 고민 중에 ‘청숲’을 접하게 됐고, 고민 없이 가입했다.
<지금여기>: 그동안 했던 ‘청숲’ 활동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고,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는가?
김규연: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첫 쓰담달리기(달리면서 쓰레기 줍기)다. 1시간 동안 쓰레기를 주웠는데 봉지 여러 개가 금방 꽉 채워진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한 지역이 이 정도라면,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이런 상황일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그리고 지금 하는 일이 디자인 분야라, 이 특기를 살려 단체의 활동 자료를 만들었는데, 많은 분이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신 것도 인상적이었다.
박정현: 지난 9월에 있던 기후정의행진에 함께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시위에 참여하는 것이 처음이라 걱정했다. 시위가 일반인들과 차량 이동에 방해되지는 않을까 염려스러웠고, 누군가의 불편한 시선이 두려웠다. 하지만 기후 위기를 막으려면 우리 모두가 편할 수만은 없고, 화려한 말보다, 용기 있는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현장에 나가 보니 유별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망설였던 나에게, 남녀노소 구분 없이 함께한다는 데에서 큰 힘이 되었고, 많은 사람이 기후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좋은 경험이었다.
<지금여기>: ‘청숲’ 청년 모집 홍보 문구 중에 “이 모임은 시노달리타스(함께걷기)에 따라 수평적 관계를 지향합니다.... 구성원들의 마음과 뜻을 모아 공동의 집 지구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나갈 것입니다”가 인상적이었다. 이런 지향을 '청숲'에서 어떻게 구체화하고 있는가?
박정현: 본당(성당)이나 다른 기관의 청년 활동과 달리 ‘청숲’은 더 유동적이고 주체적인 단체라고 생각한다. 보여주기식 활동보다는 실용적 활동, 그리고 자발적인 문제의식 파악과 주체적 활동을 지향한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이유는 청숲이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한 가지 목적 의식을 갖고 그 지향점을 향해 함께 움직이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관심사를 가지고 모였지만, 우리가 하고 싶은 활동들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서 하고 있다. 하고 싶은 활동이 있다면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고, 설사 그 계획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보완하며 빠르게 추진하려고 한다. 이러한 자발성과 유동성이 ‘청숲’의 정체성이라 생각한다.
<지금여기>: ‘청숲’에서 진행하고 있는 주요 사업이나 운동이 있나?
김규연: 2025년부터 매달 초, 지역별로 쓰담달리기를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 ‘청숲’에는 고양, 동두천, 의정부, 파주 등 다양한 지역에서 많은 청년이 참여하고 있다. 지역별로 만나 함께 쓰레기 주우며 달리면 환경 정화만 아니라, 구성원들 간의 친목을 다질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청숲에 대한 애정과 결속력을 키우고, 청숲이 확장되도록 나아가는 것이 목표다. 현재 펼치고 있는 운동은 ‘대림 챌린지’다. 누리소통망(SNS)를 통해 천주교 신자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환경 보호에 동참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이를 통해 SNS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는 청년들이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지금여기>: ‘청숲’ 활동이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나?
김규연: 실천이 좀 더 구체화되었다. ‘청숲’ 활동을 계기로 혼자서도 쓰담달리기를 시작했다. 예를 들어, 지난 9월 말 파주 불꽃축제 이후 혼자 대용량 쓰레기 봉투를 들고 쓰레기를 주웠다. 5분 거리를 걸었는데도 봉투가 가득 찼다. 이런 경험을 통해 환경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더욱 체감했고, 앞으로도 개인적으로 꾸준히 실천하려고 한다.
박정현: 보다 이타적인 성격으로 변한 것 같다. ‘나 하나쯤이야’보다는 ‘나 하나부터’라는 마음가짐을 갖게 되었다. 또 환경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아졌다. ‘청숲’ 활동을 시작으로, 다른 단체들은 어떤 활동들을 하는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지 알아보며 자연스레 현 상황의 심각성을 알게 되었다. 우리의 나약함을 어떤 것으로 채울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기후 위기 뉴스를 확인하는 것이 하루 일과가 되었다.
<지금여기>: 앞으로 ‘청숲’과 함께 이루고 싶은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김규연: ‘청숲’이 의정부교구를 넘어 전국으로, 나아가 전 세계로 확장되어 기후 위기를 알리는 단체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전 세계 청년이 함께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느끼고 실천하며, 세상을 정화해 나가는 데 동참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서 특기를 살려 ‘청숲’의 다양한 디자인 업무에 적극 참여하고자 한다. 사람들에게 신뢰를 쌓는 가장 좋은 첫걸음은 ‘외관’이라 생각한다. ‘청숲’의 디자인이 잘 정리되어 있다면, 기본적인 신뢰와 호감을 얻을 수 있게 되고, 이러한 작업을 통해 ‘청숲’이 더욱 성장하고 많은 사람에게 신뢰받는 단체가 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박정현: ‘청숲’을 통해 사람들이 기후 위기에 대한 심각성을 조금이나마 덜 낯설게 하는 것이 목표다. 모든 사람이 최소한의 문제의식을 갖게 하는 것이다. ‘노력해도 안 된다, 이미 늦었다’는 비관적 태도보다는 용기를 가지고 제일 먼저 화두를 던지는 단체가 되기를 소망한다. 그러기 위해서 조금이나마 더 다양하고 지속 가능한 활동들을 기획하고 싶다. 특별하지 않더라도 쉽게 할 수 있는 계획들을 통해 모두가 ‘기후 위기’라는 주제 아래 압박 받지 않고 즐겁게 활동하는 단체로 자리잡으면 좋겠다.
<지금여기>: 아직 ‘청숲’을 모르는 청년들이나 기후 위기에 관심 없는 또래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가?
박정현: 여태 관심을 가지지 않았거나, 지금 관심이 없더라도 언젠간 우리 모두가 올바른 변화에 동참하기를 소망한다. 꼭 ‘청숲’과 같은 단체 활동이 아니어도 좋다. 우리 모두가 이 사안에 대해 조금이나마 심각성을 깨닫고, 개인으로서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하며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작은 실천을 시작하면 좋겠다. 청년들의 작은 관심에서 시작해, 청년들의 문제의식으로, 무언가를 주체적으로 해결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극심한 취업난, 심리적 빈곤, 자살률 증가 등 모든 사회 문제의 중심이 되는 요즘 시대의 청년층이 ‘기후 위기’라는 관점에서는 주체적으로 문제를 찾고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인터뷰 뒤에 조천호 박사의 토크콘서트에서 청년들의 질문과 나눔을 듣다 보니 ‘청숲’이 이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좀 더 실감나게 다가왔다. 지금까지의 청년사목이 기성세대가 짜 놓은 판에 청년들의 자리를 배치하고,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잡아 주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면, ‘청숲’ 청년들은 교구의 도움으로 시작했지만, 그 안에서 좌충우돌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청년들의 자발적 활동들이 차츰 알려지면서 ‘청숲’ 단체대화방에 현재 약 100명이 온라인으로 소통하며 일상 모임을 이어 가고 있다.
▲ '청숲' 문의: 인스타그램 DM(@youth.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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