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7기후정의행진, 천주교 거리 미사 봉헌
지난 27일, 서울과 전국 주요 도시에서 기후정의행진이 펼쳐진 가운데, 천주교 신자들이 참여한 거리 미사가 종로 보신각 앞에서 봉헌됐다.
강우일 주교가 주례한 이번 미사에는 사제와 수도자, 신자 등 200여 명이 참여했다. 미사 뒤 참가자들은 종로 일대를 행진하며 광화문에서 열린 기후정의행진 본대회에 합류했다.
의정부교구 청년 기후 모임 '청숲' 회원들도 지난해에 이어 미사와 행진에 함께했다. 올해 창립식을 가진 청숲은 기후 문제에 관심을 가진 20-30대 청년들이 모여, 매달 미사와 회칙 ‘찬미받으소서’ 공부, 플로깅(걸으며 쓰레기 줍기) 등 작은 실천들을 이어 오고 있다.
이들은 “기후 위기는 일상 곳곳에서 많은 변화를 주고 있는데, 신앙을 가진 이들로서, 주님이 우리에게 주신 것을 잘 지켜 나가고 싶은 마음에서 나섰다”면서, 청년들의 이런 활동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 주길 바란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전했다.
재속 프란치스코회 김혜옥 씨(리디아)는 “우리는 가톨릭 신자이자 생태 성인 프란치스코를 본받고 하는 이들로서, 당연히 이 행진의 뜻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후 위기와 관련된 정책들을 눈여겨보고 있고, 목소리를 낼 것이다. 인간이 피조물 위에 군림하는 교만함에서 벗어나 모든 생명, 생태계를 보호하고, 이를 위한 활동을 열심히 지지하고 응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우일 주교는 강론에서 4대강 사업의 처참한 결과와 새만금을 포함한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는 신공항 건설 사업의 횡포를 강하게 비판했다.
“자연환경은 우리가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원료 그 이상으로 소중한 창조주의 놀라운 작품입니다. 이러한 자연에는 그것을 무분별하게 착취하지 않고 현명하게 사용하기 위한 목적과 기준을 알려 주는 ‘공식’이 담겨 있습니다.”(교종 베네딕토 16세, ‘진리 안의 사랑’ 48항)
4대강 사업 당시 주교회의 의장으로서 겪은 이명박 정권의 행태와 4대강 사업의 참혹한 결과를 언급하며, 그는 “생태계 속에 그려진 은밀하고 아름다운 설계도와 공식을 인지하지 못하고, 근시안적 개발과 수탈로 자연을 훼손하는 일은, 국가 공권력이라고 해도 절대 용납될 수 없는 무지요, 횡포임을 우리는 알리고 경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새만금 신공항과 진행 중인 10여 곳의 신공항 사업 문제도 꼬집었다. 갯벌과 해안, 철새를 비롯한 조류의 서식지 그리고 사람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이 사업에 대해 그는 “수많은 생명이 기적적으로 살아 생존하는 수라 갯벌을 메꿔 신공항을 짓겠다는 발상은, 시대착오적 개발 위주의 성장주의에 매몰된 가치관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너무나 몰지각한 계획”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경제적으로도 이미 한 해 수백억 원의 적자를 내는 기존 공항과 지방 도시의 소멸, 고속도로와 고속철도 신설로 항공 수요가 줄어드는 현실에도, 공항 10여 곳을 새로 짓겠다는 계획은 “토건 대기업과 공약 장사하는 정치인에게만 도움이 되는, 작년에 왔던 각설이 타령”이라고 지적했다.
강 주교는 지난 11일 새만금 신공항 사업에 대한 행정소송 승소 소식도 언급했다. 그는 “이는 우리나라 사법부 역사상 최고의 판결이었다”며, “22년 전 새만금에서 청와대까지 삼보일배 순례를 했던 문규현 신부님과 수경스님의 고행이 이 나라 법조인들의 사고를 뒤엎은 것이다. 지난 30년 동안 새만금을 포기하지 않고 싸운 모든 분에게 진심으로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전국 ‘927기후정의행진’은 “기후정의로 광장을 잇자”는 구호 아래 진행됐다.
조직위원회는 행진에 앞서 발표한 ‘6대 기후정의 요구’에서 환경정책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구조적 전환을 촉구했다. 이들은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상향, 탈핵·탈화석 연료와 공공 재생 에너지 전환, 신공항 등 생태계 파괴 개발 중단, 사회적 불평등 해소와 공공성 강화, 농업과 농민의 지속 가능성 보장, 전쟁 반대·군비 축소”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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