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새로 등장하는 공동체 3

댄 스톡먼(<NCR> GSR 담당 기자)

하얀색 울타리가 있는 작은 노란 집에서 특이하게 보이는 유일한 표시는 우편물 송달 상자입니다. 우편함 대신 이 집 앞에는 우체부가 트럭으로 옮겨 비울 수 있는 큰 플라스틱 운반대가 있습니다.

발신 우편물의 양(공동체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매장에서 배송하는 소포)은 이 단체의 몇 안 되는 외적 표지 가운데 하나입니다. ‘회개자 형제회’(Confraternity of Penitents)는 프란치스코 성인이 1221년에 만든 회헌을 따라 겉으로 수도 생활의 표지를 거의 드러내지 않는 평신도 단체입니다. 이 단체는 평신도들이 수도회에 입회하거나 직업, 결혼, 자녀를 포기하지 않고도 수도 생활을 할 수 있는 공동체입니다.

이 단체의 봉사자 마들린 페코라 누젠트는 프란치스코 성인이 1221년 규칙서를 통해 평신도들도 수도 서원을 하지 않고 하느님께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지금 최대한 성인이 제시한 규칙서에 가깝게 살라는 부름을 받았습니다. 회원들은 소박한 옷을 입고 생활합니다. 매일 시간 전례를 바치고, 매주 금식과 금육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 규칙을 제대로 지키기가 어렵습니다. 사람들이 낯설어 하니까요. 성인이 만드신 규칙서에는 신자들이 5달러(요즘 시세, 6500원) 미만의 모직 튜닉만 입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잖아요.“

이 단체는 여성이든 남성이든, 독신이든 기혼이든, 평신도든 수도자든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 단체는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하여 교구장 주교의 인가를 받은 신자들의 사립단체입니다.

"사람들이 무언가를 찾고 있습니다. 그들은 하느님과 더 깊은 관계를 원합니다. 그들은 공동체의 삶을 이러한 길 가운데 하나로 봅니다.... 이 공동체는 원하는 이들에게 평신도의 현실에서 수도 생활을 할 수 있는 자세한 방법을 제시하고, 이를 이끌어 줄 봉사자도 지원합니다. 이 단체는 무엇보다 평신도를 위한 모임입니다."

1998년 누젠트와 다른 다섯 신자가 소속 교구인 로드 아일랜드 프라비던스 교구장 로버트 멀비 주교에게서 인가를 받았습니다.

이 공동체는 2013년 포트 웨인 교구로 이사했는데 그곳에서 프란치스코회 신부님을 만났습니다. 이 신부님은 교구가 기증받은 포트 웨인 동쪽에 있는 집을 알고 있던 터라 교구장 케빈 로드스 주교에게 그 집을 공동체가 사용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청했습니다. 로드스 교구장 주교는 이 단체가 이 공간을 사용하도록 허락하고, 그해 11월에는 축복식도 해 주었습니다.

인디애나주 포트 웨인에 있는 회개자 형제회 사무실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 이 형제회는 프란치스코 성인이 1221년에 만든 회헌을 따라 겉으로 수도 생활의 표지를 거의 드러내지 않는 평신도 단체다. (사진 출처 = NCR)<br>
인디애나주 포트 웨인에 있는 회개자 형제회 사무실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 이 형제회는 프란치스코 성인이 1221년에 만든 회헌을 따라 겉으로 수도 생활의 표지를 거의 드러내지 않는 평신도 단체다. (사진 출처 = NCR)

추운 겨울날, 집은 사무실과 주방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들로 따스합니다. 이 집은 단체 사무실과 회의 공간으로 쓰일 뿐 아니라 누젠트 부부가 사는 가정집이기도 합니다. 누젠트의 남편 짐 누젠트도 이 단체 회원입니다. 누젠트가 말합니다.

"우리는 본래 규칙을 따라 살라는 부름을 받았고, 우리가 시작했을 당시엔 그렇게 살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 공동체가 추구하는 삶은 자기 집에서도 영적인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 공동체는 우리처럼 세속 생활을 하는 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입니다."

이 공동체 부책임자인 샌디 세이퍼트는 하느님을 중심에 두는 삶을 살고 싶었지만, 이 단체를 만나기 전까지는 방법을 몰랐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무언가를 찾고 있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어요. 지금 이 삶이 제 신앙생활을 더 깊게 하는 방법입니다."

이 단체 회원은 현재 133명입니다. 준회원이 30명 있습니다. 준회원들은 양성이 끝났음에도 서약을 하지 않습니다. 협조 회원 71명이 기존 회원들과 함께 기도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양성을 기다리는 청원자 110명이 있습니다. 일부 회원은 온라인 서점을 포함 이 공동체의 여러 사도직에 참여하거나 자신만의 고유한 사도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일부 회원은 본당(성당)이나 교구에서 직원으로 일하고 있기도 합니다.

2019년 10월 12일 이 규칙서에 따라 살겠다고 서약한 재키 스티븐스 회원은 규칙서 덕분에 일상에 질서가 잡혀 가정, 직장, 영적 삶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규칙 덕에 저는 현실에 발을 딛고 삽니다. 이 규칙은 내가 성장하고 영적인 방식으로 내면의 삶을 계속 이어 가는 데 도움이 됩니다."

2019년 9월 미시시피주 브룩스빌에 있는 센터 부지를 보여 주고 있는 반 렌트 수녀.&nbsp;뒤에는 메리 호렐 수녀. (사진 출처 = NCR)
2019년 9월 미시시피주 브룩스빌에 있는 센터 부지를 보여 주고 있는 반 렌트 수녀. 뒤에는 메리 호렐 수녀. (사진 출처 = NCR)

'예라고 말하는 사람들'

클레어 반 렌트 수녀는 영성 피정을 통해 내면의 삶을 가꿔 나가도록 돕는 일을 하라는 부름을 받았습니다. 반 렌트는 아이오와주 두뷰크에 있는 프란치스코 수녀회 수녀였습니다. 반 렌트는 1985년 위스콘신에서 피정을 하던 중 "나의 목자들의 목자가 되어라"는 음성을 듣습니다. 반 렌트는 그 음성을 듣고 그곳이 어디냐 물었는데 미시시피라는 답을 들었습니다. 반 렌트가 전혀 알지 못하던 곳이었습니다. 그녀는 그곳을 "Dwelling Place(거하는 곳)“라 부르라는 음성을 들었습니다.

"하느님께는 뛰어난 사도가 필요 없습니다. 그분은 그저 '예'라고 응답하는 사람이 필요할 뿐입니다."

반 렌트는 이 부르심에 기꺼이 응답했습니다. 1987년 반 렌트와 역시 같은 회 출신인 마거릿 코스 수녀는 함께 미시시피로 떠났습니다. 반 렌트는 말합니다.

"우리는 미시시피에서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두 수녀는 잭슨에서 북동쪽으로 125마일(약 201킬로미터) 떨어진 메이컨 교구와 연결되었고, 곧 그 근처 브룩스빌에 있는 남자 트라피스트 수도회에서 수도원 땅을 판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트라피스트회에서는 부지 대부분을 팔고 남은 17에이커(약 6만 8800제곱미터)를 이 두 수녀에게 기증했습니다. 이 땅에는 건물도 있었습니다. 1990년대 초 둘은 게스트하우스와 은둔처 세 곳을 짓고 피정객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1997년 반 렌트는

"수녀회를 떠나고픈 마음이 컸습니다. … 꽤 많은 사람이 [새로운 공동체를 만드는 데] 관심을 보였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제가 수녀회에 매어 있길 바라지 않으시고 혼자 나가 일을 하길 바란다'고 하셨습니다."

수도회를 나온 반 렌트 수녀는 뜻을 같이하는 평신도들을 모았고, 2000년에 ‘Dwelling Place’라는 이름의 수도 생활을 지향하는 평신도 사도직 단체를 조직하여 인가를 받았습니다. 반 렌트는 2000년 후반에 회원이 25명이었는데 대부분이 서원을 원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처음엔 자신이 이 공동체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것인지 아닌지도 잘 몰랐습니다. 그저 동료로 함께 사는 것을 좋아했을 뿐입니다."

호렐도 두뷰크 프란치스코회 수녀회 수녀였는데 1996년 수도회를 나와 브룩스빌로 이사했습니다. 호렐은 2000년 새 공동체가 출범했을 때 합류했습니다. 마가렛 코스는 공동체 인가를 받기 불과 ​​몇 달 전 예기치 않게 갑자기 사망했습니다. 지금은 반 렌트, 호렐 등 12명이 남아 있습니다. ‘Dwelling Place 피정 센터’는 지금도 계속 운영되고 있습니다. 피정집은 침실 네 개가 있는 게스트하우스, 개인 은둔소 세 곳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연간 약 300회 피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피정집은 17에이커 땅에 우뚝 솟은 소나무와 넓게 가지가 늘어진 피칸 나무 숲에 있습니다. 뜨거운 미시시피 태양을 가려 주는 그늘도 있습니다. 85세의 반 렌트와 67세 호렐은 영원히 살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생명이 하느님 손에 달려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여기 있는 모든 것이 거저입니다. 피정비는 운영비로 사용합니다. 나머지 건물과 사용하는 장비는 모두 기부를 받았습니다. 필요한 것이 있을 때 하느님께서 다 마련해 주셨습니다. 우리는 지금 32년째 여기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공동체가 오래 지속될 것이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하느님께서는 이 공동체가 계속될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얼마 전 기도를 드리는데 기도 중에 하느님이 '누군가를 공동체에 보내주시겠다'는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Dwelling Place(거하는 곳) 피정집은 17에이커&nbsp;땅에 우뚝 솟은 소나무와 넓게 가지가 늘어진 피칸 나무 숲에 있다. 뜨거운 미시시피 태양을 가려 주는 그늘도 있다. (사진 출처 = NCR)
Dwelling Place(거하는 곳) 피정집은 17에이커 땅에 우뚝 솟은 소나무와 넓게 가지가 늘어진 피칸 나무 숲에 있다. 뜨거운 미시시피 태양을 가려 주는 그늘도 있다. (사진 출처 = NCR)

'나 같은 여성들을 위해'

릴라나 코프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쇄신의 부름을 들었습니다. 코프는 1965년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다른 많은 수녀처럼 기존 수도회 구조를 탈피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수도 생활까지 포기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문제는 수도회 구조를 어떻게 쇄신할까였습니다.

1970년 코프는 수도자들이 보는 잡지에 쇄신에 관한 글을 썼습니다. 이 기사에서 코프는 수도 공동체가 지리적 공간을 초월해 소통하고 연합하는 네트워크 형성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그로부터 몇 달 후, Sisters for Christian Community(그리스도교 공동체를 돕는 수녀들)이라는 단체를 출범시켰습니다. 처음 구성원은 대부분이 수도회 출신이었습니다.

이 공동체 자매들은 공동 재산이나 모원 건물, 기타 공동 운영기관을 소유하지 않습니다. 공동체는 회원들의 거주지 중심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미국에 21개, '가상' 공간에 2개, 미국 외에 전 세계적으로 19개 지역이 있습니다.

회원들은 각자가 소속된 지역에 살다가 일 년에 한 번 열리는 전체 모임에서 만납니다. 올해 전체 모임은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7월 12-17일에 열립니다. 이때 공동체의 금경축을 기념할 예정입니다.

국제 소통 담당 리타 이스트는 코프의 비전을 처음 들었을 때 이 구상을 완전히 이해하진 못했다고 하였습니다.

"코프는 저처럼 수도회에서 나왔지만 여전히 수도 생활에 끌리는 여성들을 위한 공동체를 만들고 싶어 했습니다. 매우 예언적이고 교회적인 공동체 모습이었습니다."

이스티드는 25년 동안 ‘거룩한 섭리수녀회’에서 수녀로 살았지만 1987년 수도회를 떠나 이 공동체에 합류했습니다. 이스티드는 이 공동체는 항상 국제적이었고, 미래에는 미국 중심성이 더 약화될 것이라 전망하였습니다. 양성 중에 있는 여성 회원 42명 중 40명이 비미국 출신입니다. 서원 회원은 현재 334명이고 이 가운데 255명이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공동체 회원이 전 세계에 흩어져 사는 까닭에 미국 외 다른 나라에 사는 회원들은 스카이프를 통해 온라인 교육과 멘토링을 받고 있습니다. 지부가 어디에나 있으니 가입이 쉽고 직장 생활을 포기하지 않아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수도회에 입회할 때는 거의 대부분 직업을 포기해야 하는데 이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식별력이 많이 필요하지요. 우리 공동체에서는 직업과 수도 생활을 병행하는 일이 어려운 문제가 아닙니다."

이 공동체는 중세 베긴회와 같습니다. 중세 때 베긴회 회원들은 공동체 생활을 하진 않았지만 봉헌하는 삶은 원했습니다.

"우리는 같은 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 말씀을 읽고, 그것을 세상에 전하고 싶어 합니다. 제가 수녀로서(지금은 아니지만) 항상 소중히 여겼던 것 중에 하나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지향을 살아가는 것이었습니다."

박문수

가톨릭 신학자이자 평화학 연구자
우리신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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