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에코 포럼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와 환경사목위원회가 함께 마련한 51번째 ‘가톨릭 에코 포럼’이 11일 '똥, 땅, 밥을 잇는 경축순환농법'을 주제로 열렸다.

오늘날 기후위기를 비롯한 빈부격차, 차별, 전쟁 등 전 세계적 재난은 결국 다른 삶과 생명을 차별하고 착취하며 배제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우리농과 환경사목위원회는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찬미받으소서’ 91항)는 것에서부터 “땅과 물을 살리고, 모든 생명이 함께 살기 위해서는 생명이 순환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인간만을 위한 식량 생산이 생명 순환의 고리를 끊고, 모든 생명과 공동체를 파괴하고 있다”면서, 이 고리를 다시 잇는 한 방법으로 ‘경축순환농법’ 회복을 이야기했다.

이날 주제 발표는 최덕천 교수(상지대)와 이상식 농민(가톨릭농민회 장수분회)이 맡았고, 경축순환농법의 정의와 의미, 이 농법으로 소를 키우는 이유와 가치에 대해 각각 말했다.

최덕천 교수는 "경축순환농법의 순환 체계는 땅과 농가, 지역사회 단위를 넘어 전 사회적 순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br>
최덕천 교수는 "경축순환농법의 순환 체계는 땅과 농가, 지역사회 단위를 넘어 전 사회적 순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경축순환농법 : 씨앗 뿌려 농사짓는 경종, 소 키우는 축산 구조
밥과 똥과 땅, 사람이 한 생명 체계

최덕천 교수는 먼저 경축순환농법의 의미를 “물질 순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생태적 영성, 도농 관계가 서로 어우러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농사짓는 수단으로서 소는 지금보다 더 큰 가치를 지녔다. 이제는 농기계가 소를 대신하고, 소는 고기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기르고 있지만, 경축순환농법을 어렵고 고집스럽게 이어 가는 농민들이 있다. 

그는 소로 농사짓고 그 부산물을 퇴비로 쓰는 것이 자연스럽던 시절은 잃어버린 생태적 영성이기도 하다며, 이 농법은 기후위기 시대, 환경, 경제 측면은 물론 사람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영성 측면에서 큰 가치를 지닌다고 말했다.

생태 영성과 유기적 순환의 핵심은 '흙-똥-밥'이다. (자료 제공 = 최덕천)<br>
생태 영성과 유기적 순환의 핵심은 '흙-똥-밥'이다. (자료 제공 = 최덕천)

유기농의 핵심은 “똥”

최덕천 교수는 경축순환농법은 유기농이지만, “유기질 비료를 사용하기 때문이 아니라, 유기적인 순환 농법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기적 순환이란 “밥과 똥과 흙이 유기적으로 순환하는 것”으로, 친환경, 동물복지 등 범주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이라도 이러한 순환 고리로 연결되지 않으면 유기농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진짜 유기농산물을 먹기 위해 경축순환농법의 원리를 되살려야 한다며, “유기농은 관행농, 화학농에 따른 환경 파괴에 대한 대안이 아니라, 주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농민들은 스스로 연구하며 유기농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기농이 자연스러운 유럽과 다른 자연 환경, 철학과 교육, 양성 부재 등 문제와 유기농에 대한 표준화나 법과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는 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최 교수는 무엇보다 경축순환농법으로 생산된 농산물을 위한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점이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경축순환농법 생산물은 가농, 우리농 운동처럼 입식을 통해 소비하거나 백화점에서 비싸게 사 먹는 정도다. 시장 형성이 안 됐다는 것은 소비가 안 되기 때문에 생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경축순환농법의 가치를 이해하고 그 결과물을 소비해 주는 것이다. 그래야만 유기농업을 둘러싼 시장, 법제, 기술, 철학, 생태 이 다섯 가지가 활성화될 수 있다.”

경축순환농법의 역할은 이 시대 가장 중요한 과제인 탄소중립과 연결된다. 배출된 온실가스는 농업이나 나무 심기, 땅속에 가두는 방법을 통해 다시 저장 또는 제거해 중립 재료로 만들 수 있다. 그는 현재까지 연구,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경축순환 유기농가가 다른 농가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고, 생물 다양성도 더 많이 보존된다고 말했다.

또한 여러 차원에서 경축순환농법의 순환 체계는 땅과 농가, 지역사회 단위를 넘어 전 사회적 순환을 하고 있다면서, "농민이 생산한 것을 도시의 소비자가 소비함으로써 사회적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간 사회적 순환이 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경축순환농법은 결과적으로 환경 가치와 농가의 비용을 절감시켜 시장 가치를 창출하며,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고 온실가스를 절감함으로써 공익성 생태계 서비스의 비시장 가치를 높여 준다고 설명하고, "이러한 가치를 보존하고 충분히 보상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장 형성을 위한 소비 패턴이 바뀌어야 한다. 이러한 가치를 인정하고 자발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바로 가치 소비"라고 강조했다.

이상식 농민은 경축순환농법을 하는 이유는 "세상이 조금이라도 정신을 차릴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br>
이상식 농민은 경축순환농법을 하는 이유는 "세상이 조금이라도 정신을 차릴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경축순환농법, 세상을 더 낫게 한다는 꿈과 믿음

안동교구 가톨릭농민회 회원으로, 현재 가농과 우리농이 함께 하는 소입식 운동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이상식 농민. 그는 유기 축산을 하며 경축순환농법을 실천하고 있다.

가농 분회원들과 도시 본당(성당) 신자들 사이의 ‘소나눔’을 우연한 계기로 시작하면서, “단순하고 무식하게 소입식 운동에 뛰어들었다”는 그는 경축순환농법은 다름 아닌 어릴 적 똥, 오줌도 함부로 다루지 않고 농사에 썼던 부모들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계절 흐름에 따라 얻게 되는 농사 부산물, 사람과 가축의 ‘똥’으로 퇴비를 만들어 땅으로 되돌리고, 다시 먹거리를 얻어내던 시절은 화학비료 등장 이후 사라졌다. 편하기도 했지만 더 이상 소농 규모로 살아갈 수 없어 농사 규모가 늘어난 상황은 더욱 비료에 기댈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이상식 씨는 “경축순환농법, 퇴비를 사용하는 방식이 올바르다는 것을 보는 사람들마다 인정하고, 그래서 사람들의 시선도 많이 받는다. 힘들더라도 이 방식을 선택하는 것은 꿈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상식 농민은 가톨릭농민회 안동분회에서 입식된 가농소를 키우고 있다. (사진 제공 = 이상식)<br>
이상식 농민은 가톨릭농민회 안동분회에서 입식된 가농소를 키우고 있다. (사진 제공 = 이상식)

경축순환농법이 확산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소고기) 등급제다. 그는 유기 축산으로 나온 소고기는 마블링을 우선시하는 등급제에서 밀려났지만, 몇 년 전 소고기 등급 체계가 조금 바뀐 것을 통해 그나마 희망을 얻는다면서, “등급제가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시장의 힘, 소비자의 반응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소입식 운동을 통해 유기 축산을 위한 여러 연구와 시도가 있었다. 주요 문제는 일반 사료를 먹인 소보다 소가 살이 찌지 않는다는 것과 축사로 인한 하천 오염 문제제기였다. 이에 따라 정비된 법과 제도는 유기 축산의 가치를 고려할 수 없었고, 비현실적 방법이 된 유기 축산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도 맞았다. 실제로 안동교구 유기 축산 농민은 28명에서 9명으로 줄었다.

이상식 씨는 “사람이 하는 일이라 미묘한 문제들, 불신감도 생겼지만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조정하는 과정이 있었다. 그 내면에는 농사와 먹거리를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겠다는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불편함을 피하고 싶은 마음과 그것을 감수하고 극복하고자 하는 마음은 늘 충돌한다. 하지만 한 번 편안함에 길들여지면 벗어나지 못한다. 충돌하는 그 지점마다 도시와 농촌이 함께 모여서 이겨 내려는 노력을 해 왔다”고 말했다.

소입식 운동을 하면서, 어려움에도 계속해 나가고자 하는 것은 “그래도 무언가는 남는다. 세상이 조금이라도 정신을 차릴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조금 더 힘차게 나아간다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고, 잘못되어 가는 부분도 하나씩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축순환농법의 가치와 이를 지키기 위한 철학, 영성의 중요성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닥쳐 있는 종자와 제초제, 살충제 문제를 언급했다. 몇몇 다국적 기업에 장악된 종자와 제초제 문제는 한국 농업에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이 때문에 자원/식량 전쟁은 분명히 일어날 것이라며,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유기농, 유기 축산 운동은 앞으로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어렵더라도 가려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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