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신연과 의정부 정평위, ‘세계정의’ 발간 50주년 기념 토론회

미얀마와 홍콩 시민들은 계속 맞서고 있다

7일 우리신학연구소와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미얀마와 홍콩, 한국의 시민사회 활동가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마련하고, 종교시민사회의 연대를 강조했다.

지난 2월 쿠데타 이후, 한국에서 유학 중인 미얀마 청년 강선우 씨(한국 이름)는 ‘재한 미얀마 청년연대’를 만들어 고국에서 군부에 저항하는 시민들과 연대하고 있다. 그는 “미얀마 전국에서 군부에 의한 학살이 벌어지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하며 힘겨워했다.

미얀마 군부의 폭력은 날로 잔혹해지고 있다. 7일 군인 100여 명이 미얀마 중부 사가잉 지역의 한 마을을 급습했고, 11명을 묶어 놓고 살아 있는 상태에서 불태워 학살했다. 희생자 11명은 마을 경비를 담당하고 있었으며, 이 가운데 6명은 14살 소년을 포함 10대였다.

5일 오전 양곤에서는 시위를 하고 있는 젊은이 50여 명을 향해 군용 트럭이 돌진해 5명이 숨지고, 10여 명이 크게 다친 일도 있었다. 쿠데타가 일어난 지 11개월째, 1300여 명이 넘는 시민이 군경의 폭력으로 숨졌고, 1만 700여 명이 구금됐다.

강 씨는 위험한 상황에도 젊은 세대 중심으로 시위를 계속하고 있으며, 양곤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시민들이 저항을 이어 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어제까지도 같이 이야기하던 가족과 친구들이 군부의 진압으로 죽는 것을 보다가 참다못해, 희생이 따르지만 무장 투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군부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그리고 시민들에게 공포심을 심기 위해 마을을 불태우는 등 더욱 잔인하게 학살을 벌이고 있다.

그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난민 30만 명이 늘어, 현재는 90만 명이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어린이, 노약자, 여성들을 포함해 집을 잃은 이들이 산이나 숲속에서 힘들게 지내고 있다.

“미얀마 시민의 민주화를 향한 마음은 시들지 않고, 어떻게든 군부에 투쟁하고 있으니 기억해 달라”고 당부한 강선우 씨는 굶주리고 있는 난민을 위한 모금을 부탁했다.

5월 미얀마의 민주화를 지지하는 미사에서 한 신자가 들고 있는 '미얀마에 평화를' 손팻말. ⓒ배선영 기자
5월 미얀마의 민주화를 지지하는 미사에서 한 신자가 들고 있는 '미얀마에 평화를' 손팻말. ⓒ배선영 기자

홍콩의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협력하는 단체, ‘한-홍민주동행’의 이상현 활동가도 홍콩 국가보안법에 맞서는 “홍콩 시민들의 저항이 결코 끝나지 않았음을 기억해 달라”고 호소했다.

홍콩 보안법은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 금지, 국가 분열 및 테러리즘 활동 처벌, 국가안보 교육 강화, 중국 정부의 홍콩 내 국가 안보 관련 기관 설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홍콩 시민의 반대에도 지난해 5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홍콩 보안법이 통과한 뒤, 대학에서는 정치적 내용을 담은 노래나 구호를 쓸 수 없고, 반정부 활동이 금지됐으며, SNS도 검열 대상이 되었다.

또 6월에 폐간된 <빈과일보>의 발행인 지미 라이, 민주 활동가 조슈아 웡 등이 체포돼 수감 중이다. 보안법 반대 시위에 참여했던 활동가들은 탄압을 피해 대만, 영국 등으로 정치적 망명을 하고 있으며, 시민사회단체들은 해산하고 있다.

이상현 씨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정치적 소비를 지향하는 ‘노란 경제 운동’을 하는 등 홍콩 시민들이 돌파구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노란 경제’는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상점에서 소비하고, 중국 자본이 투자됐거나 경찰을 지지하는 상점을 불매하는 운동이다. 그는 홍콩 시민 공동체가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중국과 홍콩 정부에 어떻게 맞설 수 있을지, 홍콩의 민주화 운동을 어떻게 이어갈지 같이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홍민주동행은 홍콩 투쟁을 기록하고 알리는 아카이브 사이트를 개설하고, 온라인 사진전을 열고 있다. 이들은 홍콩 시민들이 한국의 민주화운동의 역사에서 힘을 얻고 있다며, 한국 시민의 관심과 연대를 호소한다.

“아름답고 예쁜 평화 운동은 큰 효력 없어”

이어 이대훈 상임이사((사)저스피스)가 한국의 평화 운동에 관해 외교와 국방, 통일에 관해 시민들이 더 적극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무기 수출과 수입 모두 세계 10위 안에 들고, 50조 이상을 국방비로 쓴다. 그는 한국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에 대한 반성과 자성의 목소리를 내려면 외교와 국방, 통일 정책에서 정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확대하고, 이 영역에서 실질적 주인은 시민이며, 시민의 주권을 회복하는 평화 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평화의 마음과 가치를 말하는 아름답고 예쁜, 이론 중심의 평화 운동으로는 한국을 변화시키기 어렵다”며, 평화 운동을 더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하고, 양적으로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는 ‘정의를 위한 행동은 복음의 본질’이라고 선언한 2차 세계 주교시노드 최종 문헌 ‘세계정의’ 발간 50주년을 기념해 열렸으며, <가톨릭평론>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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