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빈민사목위, 홈리스 단체 등 추모성명 내
국일고시원 참사 3주기를 맞아 열악한 주거에 사는 이들에 대한 대책 마련의 목소리가 높다.
23개 단체가 모인 2021 홈리스추모제 공동기획단은 9일 추모 성명을 내고 참사의 주원인은 “소방안전시설 및 비상 대피로는 물론 창문조차 없는 등 비적정 주거”라면서, 근본 대책으로 비적정 주거 환경에 놓인 이들에게 적절한 주거를 제공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집 없는 이들이 폭염, 한파, 감염, 화재 등 각종 위기에 매우 취약한 ‘비적정 거처’를 더 이상 선택하지 않도록 적정한 입지와 설비, 비용의 조건을 갖춘 임대주택이 충분히 공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도 페이스북을 통해 국일고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고 연대를 요청했다.
빈민사목위는 참사 뒤 진정한 사회적 애도와 책임지는 사람, 비상벨과 화재감지기를 점검하는 담당자, 피해자들이 머물 적절한 임대주택은 없었다면서, “각종 대책이 언론에 쏟아졌으나 곧 잠잠해졌고, 급히 마련된 대책에는 의무 조항이 없어 아무도 지키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가 말하는 신앙이 사람을 본래의 자리에 있도록 하는 것이라면, 한 사람도 빠짐없이 영원토록 있게 하는 것이라면, 아직도 이 땅에는 있다”면서 “잠시 기억만 해서는 안 될, 죽음 너머에서도 놓쳐서는 안 될 이름들이, 너무 많이, 우리 가운데 있다. 부디 그들이, 우리와 함께 있도록, 기억하고 연대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2018년 11월 9일 서울 종로구 관수동에서 일어난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로 7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피해자 대부분은 일용직 노동자인 중년 남성들이었다. 당시 고시원에는 출입구 외에 비상 탈출구는 물론 창문도 없어 인명 피해가 컸다.
불이 나기 전 고시원장은 서울시가 지원하는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 지원 사업을 신청하려 했지만 건물주가 거부했으며, 소방공무원은 비상벨과 화재감지기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고 점검표에 이상 없음으로 기재하는 등 안전 관리 책임을 방기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은 고시원 원장만 1년 6개월의 금고형을 선고받는 것에 그쳤다. 전열기를 쓰다 화재를 일으킨 혐의를 받던 고시원 거주자는 폐암으로 숨져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됐다.
이에 대해 홈리스 단체 등은 “온열 기구에 의지해 겨울을 버틸 수밖에 없었던 고시원 거주자와 건물에 대한 권한이 없는 고시원장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가 역시 노후한 고시원들의 위험성을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비적정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서 “고시원 등 비적정 주거환경에서의 안전설비 설치 책임을 건물주의 재량에만 맡겼고, 주거 취약 계층에 대한 적절한 주거정책을 마련하지 않아 집 없는 이들이 창문조차 없는 좁고 위험한 고시원을 거처로 삼을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쪽방, 여관, 여인숙, 고시원, 고시텔 등으로 불리는 제2의 국일고시원들이 전국에 여전히 있고, 임대주택 공급은 물론 스프링클러, 창문, 비상 대피구 마련 등 기본적인 개선도 충분하지 않다.
국일고시원 참사 뒤 발표된 ‘노후 고시원 거주자 주거 안정 종합대책’이나 개정된 고시원, 고시텔 등 ‘다중생활 시설’에 대한 건축 기준에도 기존 노후 고시원 등이 이행해야 할 의무조항이 없어 실효성이 없는 상태다. 다만 2020년 6월 소방시설법과 다중이용업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2022년 6월 30일까지 간이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됐다.
이에 대해 홈리스 단체 등은 영등포, 부산, 대전, 용산구 동자동 쪽방 지역에 지정돼 이주와 재정착을 지원하는 ‘선(先)이주 선(善)순환 공공주택사업’을 전국에 신속히 도입하고, 다중생활 시설 건축 기준을 넘어 모든 비적정 주거를 포괄하는 주거, 안전기준을 수립, 적용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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