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소공동체소위 세미나, ‘소공동체 교육 시스템 구축’

지역 이웃과 신자들의 삶에 가장 가까운 소공동체, 이를 활성화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주교회의 소공동체소위원회는 5일 ‘한국천주교회 소공동체 교육 시스템 구축’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공동합의적 교회를 위한 평신도 참여의 중요성을 논의했다. 또 제주교구의 소공동체 촉진팀 양성 사례를 통해 소공동체가 복음화와 신앙 실천의 자리로 거듭날 수 있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날 소공동체소위원회 위원장 손삼석 주교(부산교구장)는 “비대면 세미나이지만 본당 활성화에 많은 도움이 되고, 함께 모여 기도하고 나누는 일이 위드 코로나 이후 점점 나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최윤복 신부(광주대교구 영산포 성당 주임)가 ‘공동합의적 교회와 평신도의 참여와 사명’, 황태종 신부(제주교구 선교사목위원장)가 ‘소공동체 촉진팀 양성에 대한 성찰과 전망’을 발표했다.

최윤복 신부는 먼저 신구약과 초기교회 공동체,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통해 시노달리타스(공동합의성)의 의미를 짚었다. 이어 공동합의적 교회로 나아가려면 평신도의 역할과 참여가 중요하며 본당 사목협의회와 소공동체가 공동합의적 교회를 이루는 표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통해 강조된 모든 교회 구성원들에 대한 경청, 공동체적 식별과 결정의 과정, 교구 사제평의회 설치, 본당, 교구, 국제 등 차원에서 사목협의회 설치 의무화는 사목에 대한 교회 구성원 '공동 책임'의 중요성을 나타낸다.

최 신부는 “이번 제16차 세계 주교시노드가 개별 교회와 그 밖의 교회 기구의 의견 수렴을 거치는 것도 그 목적은 하느님 백성의 협의를 이끌어 내고, 모든 이의 협의와 참여를 높이는 데 있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사목의 동반자이자 협조자로서 평신도의 역할이 중요하고 평신도를 위한 전문 교육과 양성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본당 사목평의회는 민주적 논의와 토론, 사목자의 책임 있는 승인으로 공동합의성을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무엇보다 소공동체는 평신도의 자발적 참여와 일치가 이뤄지는 공동체이자 지역 사회에서 가장 가까이 이웃과 친교를 나누는 단위로 보편교회의 구체적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주교회의 소공동체소위원회 위원장 손삼석 주교(부산교구장). ⓒ김수나 기자
주교회의 소공동체소위원회 위원장 손삼석 주교(부산교구장). ⓒ김수나 기자

장기, 공동체, 단계별 양성 방식 전환 필요

소공동체를 활성화 하려면 어떤 체계와 지원이 필요할까.

황태종 신부는 제주교구가 2018년부터 진행해 온 '소공동체 촉진팀' 양성 과정을 소개하고 봉사자 양성에 집중했던 기존의 대규모, 단기적 교육 방식을 장기적인 공동체 양성 방식으로 보완해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소공동체 촉진팀은 각 본당의 소공동체를 다방면에서 장기적으로 지원하는 이들의 공동체로 주교회의, 교구, 지구, 본당별로 구성된다. 소공동체에서 한시적으로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 관계 속에서 소공동체 봉사자와 구성원들을 교육하고 양성한다. 

이렇게 주교회의 소공동체 촉진팀은 각 교구, 교구는 지구, 지구는 본당 소공동체 촉진팀을 각각 지원하고 양성한다. 개개의 봉사자가 아닌 팀을 양성하고, 양성된 촉진팀들은 각 단위의 촉진팀과 각 본당 소공동체의 성장을 돕는 방식이다.

황태종 신부는 “평신도들이 배우고 체험한 것을 다른 이들에게 공동체적 방식으로 전하며 함께 실천하는 기회를 가져야 진정한 성장이 일어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단기, 집단, 일시적 교육 방식에서 장기, 공동체, 단계별 양성 방식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봉사자나 전문가(성직자)가 소공동체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 양성 과정을 거친 팀이 소공동체를 시작하는 방식이다.

황 신부는 “봉사자들의 자발적 열정과 노력만으로는 소공동체의 지속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고, 소공동체의 특성인 ‘이웃과 함께하는 공동체’, ‘복음 나누기 중심성’, ‘보편교회와의 연대성’, ‘지역사회와의 연대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진다”면서 “전문가가 시작하는 방식 또한 사제 인사 이동 등 변화에 따라 지속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황태종 신부(제주교구 선교사목위원장), 최윤복 신부(광주대교구 영산포 성당 주임). ⓒ김수나 기자
(왼쪽부터) 황태종 신부(제주교구 선교사목위원장), 최윤복 신부(광주대교구 영산포 성당 주임). ⓒ김수나 기자

제주교구 소공동체 촉진팀 양성 사례

제주교구는 2003년을 소공동체 원년으로 삼아 소공동체 시험 본당 운영, 다양한 교육 방식과 교재 마련 등 수년 동안 소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노력했고, 어느 정도 성과를 얻었다. 하지만 소공동체 운동 자체에 대한 이해 부족, 생활나눔 중심의 복음 나누기, 구역, 반모임에 대한 부담, 봉사자들의 어려움은 여전히 남았다.

이에 2018년 제주교구는 아시아 주교회의 촉진팀 양성교재를 바탕으로 소공동체 운동을 추진하기로 하고 교구, 지구, 본당 단위의 소공동체 촉진팀을 양성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만드는 3개년 계획을 추진했다.

2018년 9월 교구는 소공동체 촉진팀을 12명으로 구성하고, 9달 동안 매주 토요일 2시간씩 교육을 진행했다. 2019년 7월에는 제주교구 28개 본당 가운데 26개 본당에서 2명씩을 추천받아 9월부터 지구 소공동체 촉진팀 양성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교구 소공동체 촉진팀이 지구별로 3명씩 파견돼 양성교육을 담당했다.

2020년 7월 즈음에는 양성을 마친 지구 소공동체 촉진팀원은 모두 43명이 됐다. 이어 본당별로 5-12명을 추천받아 240명의 본당 소공동체 촉진팀이 꾸려졌다. 같은 해 8월 지구 소공동체 촉진팀 43명은 본당 소공동체 촉진팀 양성을 위해 파견됐다. 코로나19로 올해 1월부터 본당 소공동체 촉진팀 교육은 잠시 중단된 상태이며 SNS를 통해 지속 소통하고 있다.

이 과정이 쉽지 않았다는 황 신부는 “8-10개월에 이르는 장기 교육의 지원 여부, 교육받은 이들이 다른 평신도 그룹을 지도할 수 있을지 의심이 컸다”면서 “사제단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보편사제직의 양성과 활용에 대한 지속적 설득, 양성과정 교안, 명확한 일정 계획이 중요함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또 황 신부는 “교구 소공동체 촉진팀 양성 과정에서도 지속해서 소공동체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다”면서 “그때마다 양성교재로 설명을 지속했고, 교육 시작 뒤 서너 달이 지나 기초교육 7개 강의가 끝날 즈음 팀원들 사이에 소공동체에 대한 비전 공유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양성 과정에서 안내자 리더십, 공동 리더십을 지속해서 견지하고 연습해야 한다. 소공동체 촉진팀 양성을 위해서는 먼저 팀이 구성돼야 하고 양성 시스템과 그에 따른 구체적 매뉴얼, 장기적 관계에서 시도하고 체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제주교구에서 진행한 각 단계별 양성 과정 자료는 제주교구 홈페이지에 올려져 있어 참고할 수 있다.

공동 사목과 공동 리더십을 위해서는 지역 사회를 가장 잘 아는 소공동체와 본당의 신심 단체들과의 협력이 특히 중요하다. 황 신부는 “소공동체의 본질은 자신이 있는 그 자리가 자신의 소명이라는 속지성이며, 자신의 사명이 있는 곳이 복음 나누기의 중심이 된다”면서 “소공동체에서는 누구도 리더가 되지 않는다. 주님이 리더이며 모든 구성원은 공동의 리더십을 갖는다”고 강조했다.

단기적 대규모 연수와 장기 공동체 팀 양성의 차이를 보여 준다. (자료 출처 = 주교회의 소공동체소위원회 세미나 자료)
단기적 대규모 연수와 장기 공동체 팀 양성의 차이를 보여 준다. (자료 출처 = 주교회의 소공동체소위원회 세미나 자료)
제주교구 소공동체 촉진팀(복음화팀) 양성 교재. 제주교구 홈페이지에서 구할 수 있다. (자료 출처 = 주교회의 소공동체소위원회 세미나 자료)<br>
제주교구 소공동체 촉진팀(복음화팀) 양성 교재. 제주교구 홈페이지에서 구할 수 있다. (자료 출처 = 주교회의 소공동체소위원회 세미나 자료)

소공동체, 전체 교회를 보여 주는 표본

이어 성현상 신부(전주교구 송학동 성당 주임), 엄재중 상임연구원(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정숙연 위원(주교회의 소공동체소위원회)의 논평과 토론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는 소공동체 촉진팀 양성 과정의 효과, 본당 사목회 구조 안에서 소공동체 촉진팀의 위치, 본당 사제의 역할, 양성 과정의 한계 및 보완점, 다른 활동과의 연계성 등이 논의됐다.

본당 주임 사제에 따라 사목 방침이 바뀌는 등 현 본당 구조에서 소공동체를 지속하는 어려움에 대해 최윤복 신부는 “조직과 구조의 문제, 사제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상황이 바뀌더라도 지속할 수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양성이 더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소수의 몇몇 봉사자가 아닌 팀으로서 공동체에서 책임을 맡게 되는 순간 배우기만 하는 유아적 신앙에서 자신의 책임과 가르침으로 전환되는 것이 촉진팀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엄재중 연구원은 “신부에 따라 소공동체가 통폐합되기도 하는데, 수직적사목구조의 의식이 사제와 신자들 속에 여전하다”면서 “맨 위에서 모든 것이 결정되고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효율적이 돼 버린 상황에서는 의식과 문화의 문제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노달리타스(공동합의성)은 말하기는 쉬워도 삶으로 실천하고 구현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소공동체 안에서 체험과 각성을 경험한 신자들이 인내하며 끊임없이 대화하는 시간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현상 신부도 “사목자가 바뀔 때마다 오는 어려움에 대한 근본 해결은 본당 구조나 시스템보다는 하느님 말씀 안에 있다”면서 “성경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고 평신도 사도직이라는 사명감과 확신으로 파견돼 구체적 활동을 한다면 사목자의 의지와 교구 협력은 뒤따른다”고 봤다.

'한국천주교회 소공동체 교육 시스템 구축' 세미나. (왼쪽부터) 최윤복 신부, 황태종 신부, 성현상 신부, 정숙연 위원, 엄재중 연구원. ⓒ김수나 기자
'한국천주교회 소공동체 교육 시스템 구축' 세미나. (왼쪽부터) 최윤복 신부, 황태종 신부, 성현상 신부, 정숙연 위원, 엄재중 연구원. ⓒ김수나 기자

소공동체 모임의 무게감....다른 소공동체와 분담
소공동체 중심의 사목구조 변화도 필요

소공동체가 전례 등 여러 소임을 맡아 부담감에 모임을 꺼리는 신자들이 많은 경우, 다른 신심 단체와 활동이 중복되는 경우 등 현재 소공동체 운영의 실질적 어려움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이에 대해 정숙연 위원은 “소공동체 모임은 하느님 말씀이 중심이므로 무거운 직무로 다가오는 것이 있다면 다른 소공동체와 분담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성현상 신부도 “사목 구조가 소공동체 형태로 바뀌게 되면 이러한 짐들이 자연스럽게 나눠지게 된다”면서 “본당 사목 구조의 변화도 함께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계 주교시노드와 소공동체의 역할, 자발성과 실천이 부족한 한국 소공동체의 상황도 언급됐다.

엄재중 연구원은 “소공동체는 교회 안 소공동체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 모든 삶이 들어 있어 교회가 가장 많은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단위”라면서 “주교시노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본당 단위의 대화 모임이므로 서로 대화에 집중하고 경청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 양성된 소공동체 촉진팀이 본당에 투입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자발성과 실천 부족은 하느님 말씀에 대한 체험의 부족일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신앙적 정체성을 느끼는 기회를 맛보게 된다면 자발성은 자연스럽게 갖춰질 수 있다는 것이 최윤복 신부와 정숙연 위원의 의견이다.

한편 황태종 신부는 본당 공동체에서 신자들이 소외되지 않고 친밀한 관계 속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을 해내는 교회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공동체의 구조가 좀 더 세밀해져야 하며, 이것이 소공동체가 갖는 의미라고 봤다. 최윤복 신부 역시 신심운동 단체는 많지만 전체 교회를 보여 주는 것은 소공동체라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을 통해 전체 교회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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