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역사상 5번의 대멸종(Mass Extinction)이 있었다. 화산 폭발, 해수면 하강, 메탄가스 증가 등 멸종의 원인은 다양했지만, 공통점은 하나 이산화탄소의 증가였다. 현생 인류도 여섯 번째 멸종 위기에 처했다. 적어도 지난 8월 11일 발표된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제6차 평가보고서(제1 실무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그렇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간 활동으로 근현대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산업화 이후 지구 평균 온도가 1.09도 올랐고, 지난 200만 년 동안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뿐 아니다. 지난 2010년부터 2019년 사이 그린란드의 평균 빙상 유실 속도가 3배(1901-1971년 대비) 가까이 빨라졌다. 최근 그리스, 터키 산불부터 한반도 폭염에서 보았던 극심한 폭염과 가뭄, 폭우, 홍수 등 전례 없는 기상이변이 증가하고, 2도가 오르면 그 강도가 최소 2배, 3도에는 4배가 될 것이다. IPCC 평가보고서에는 전 세계 가장 권위 있는 과학자들이 참여하고 있지만, 진보적인 기후학자들은 IPCC의 보고서가 보수적인 예측이라 비판한다. 보수적 전망으로도 멸종의 전조는 시작되었다.

우리나라 정부는 지난 5월 탄소중립위원회(민간위원장 윤순진, 이하 탄중위)를 출범시키고 8월 5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탄중위의 시나리오 발표 후 기후위기 비상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석탄 화력이 포함돼 있는 탄소중립 시나리오(1, 2안)와 시민 의견 수렴을 위한 ‘탄소중립시민회의’의 절차적 문제점 등을 지적했다.

그리고 8월 10일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종교환경회의 등 종교계와 탄소중립위원회의 온라인 간담회가 있었다. 탄중위 출범 이후 처음으로 진행된 이 날 간담회에서 종교인들은 앞서 시민사회가 우려한 내용과 의견을 윤순진 탄중위 민간위원장과 각 분과위원장에게 전달했다.

이날 탄중위는 석탄 화력이 포함되지 않은 3안보다 더 강력한 재생에너지 중심의 시나리오 안도 논의되었고 고려하고 있으며, 탄소 포집, 그린 수소 등 탄소 중립 기술의 한계성도 인정했다(양산기술의 문제점 등). 그리고 탄소중립시민위원회는 갈등 해결을 위한 공론의 장으로 정부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위한 형식적 과정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또 종교계가 제기한 기후위기의 불공정성 문제, 다시 말해 기후위기는 10퍼센트 남짓 부유한 국가들과 자본의 소비 방식에서 비롯되었는데 50퍼센트의 가난한 사람들이 기후위기로 피해를 보는 불공정한 현실에서, 탄중위에 기후위기의 당사자들을 참여시키고 피해를 지원할 수 있는 내용 등을 넣기로 했다. 하지만 그 실행과 책임은 결국 정부의 몫이다.

이번 IPCC 6차 보고서는 인류 생존을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경고다. 정부는 최악의 위기를 막기 위해서 올해부터 매년 온실가스를 7.6퍼센트씩 감축해야 한다. 그래야 2030년 절반 이상의 감축과 2050년 탄소 중립과 1.5도 달성이 가능할 수 있다.

2019년 9월 23일 뉴욕에서 열린 유엔기후정상회의에 앞서 각 나라 지도자의 기후위기 대응 촉구를 위해 대학로에 모인 시민들 (사진 제공 : 기후위기 비상행동)
2019년 9월 23일 뉴욕에서 열린 유엔기후정상회의에 앞서 각 나라 지도자의 기후위기 대응 촉구를 위해 대학로에 모인 시민들 (사진 제공 : 기후위기 비상행동)

올해 11월 1일부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이하 COP26)가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다. COP26에 앞서 9월 24-25일 청소년들이 전 세계적으로 ‘미래를 위한 금요일’ 기후 파업(Global Fridays for Future Youth Strike)을 하고, 우리나라에서도 기후위기 비상행동, 청소년 기후행동, 가톨릭기후행동 등이 참여한다. 그리고 11월 5-6일 COP26 참여 정상들에게 기후위기 대응을 압박하는 시민들의 기후행동이 전 세계 곳곳에서 예정돼 있다.

11월이면 각 당의 대선후보들이 선출될 것이고 이미 대선은 시작됐다. 20대 대선은 기후 의제가 최우선의 정치 의제가 될 것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기후 정의에 답하는 탄소 중립 후보를 유권자들은 선택할 것이다. 후쿠시마 망언, 가족 행사 애국가 제창, 네거티브 등 구태에 물든 여야 대선 후보자들은 위기의 지구에 적합하지 않다.

맹주형(아우구스티노)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정의 평화 창조질서보전(JPIC)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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