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0일 한국 사회 환경 시민사회, 노동, 종교 등 모든 부문이 참여한 기후위기 비상행동에서 기후 대선을 위한 10대 정책을 선정 발표하며, 대선 후보들에게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원칙과 방향을 요구했다. 즉 기후 정의에 입각해 기후위기 책임과 불평등을 해결하고, 시장과 기술 중심의 성장중심주의를 넘어서는 전환 정책과 기후위기 당사자들인 노동자, 농민, 여성들이 주체가 되는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하는 정책 제안들이다.

매년 점점 더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시대, 주권자인 국민의 지극히 당연한 정책 요구이지만 대선을 앞둔 후보들은 묵묵부답이다. 기후위기 비상행동에서 제안한 정책은 우선, 기후악당 국가 대한민국의 오명을 벗어나기 위해 미흡한 과정과 소극적 목표로 수립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NDC)과 탄소 중립 시나리오 상향 조정이다. 이를 위해 위험하고 대안이 되지 않은 핵발전과 탄소 포집 이용저장(CCSU) 등 불확실한 기술주의적 접근은 시나리오에서 배제해야 한다. 법적인 측면에서는 지난 8월 국회에서 의결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은 온실가스 배출 당사자인 기업을 지원하고 탄소를 ‘성장’시키는 법으로 기후위기 대응 기본법 역할을 못하고 있다. 후보들은 제대로 된 기후정의법을 약속해야 한다.

또 실효성 있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석탄과 내연 기관차의 종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종식 시한과 목표는 명시되지 않고, 기업과 국민은 어떤 위기 신호도 받지 못하고 오히려 온실가스는 늘고 있다. 탈핵, 탈석탄,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에너지전환의 주요 목표와 수단을 대선 후보들은 분명히 밝혀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삼척 블루파워 등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와 새만금, 제주 제2공항 등 온실가스 다 배출 건설 계획은 중단, 백지화해야 한다.

시민들의 삼척 블루파워 석탄화력중단 요구 피케팅 모습. (사진 제공 = 가톨릭기후행동)<br>
시민들의 삼척 블루파워 석탄화력중단 요구 피케팅 모습. (사진 제공 = 가톨릭기후행동)

기후위기 앞에서 공공성 확보는 필수 사안이다. 기후재난으로 사회적 약자와 지역의 피해는 더욱더 늘어날 것이고,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확고한 공공 보호망과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 특히 에너지, 먹거리, 보건의료, 주거, 이동권 등 필수 부문의 공급을 ‘시장’에 의존하는 정책 시도를 중단하고, 사회적 약자의 기본권 보장과 공공서비스 제공을 확대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들이 기후위기 시대 당연하고 시급한 정책 요구들이라면 새롭고 과감한 전환 정책도 필요하다. 특히 기후와 노동자들을 살릴 수 있는 국민 기후 일자리 프로그램을 시행해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 기후와 일자리, 산업, 복지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정책이다. 영국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 제로를 위해 녹색 일자리 100만 개를 만드는 ‘100만 기후 일자리(One Million Climate Jobs)’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지구를 구하자는 것이다.

주 4일제 근무와 에너지 휴가제 도입도 필요하다. 영국의 환경단체 ‘플랫폼 런던’의 보고서에 따르면 주 4일 근무제로 전환하면 온실가스 배출의 21.3퍼센트를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폭염, 혹한기에 휴가를 연장하면 석탄 및 핵발전소 7-8기 분량의 전략을 줄일 수 있다. 주4일 근무와 에너지 휴가제 도입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노동자와 가족들의 삶의 질을 높이며 우리 사회 장시간 노동체계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 후보들은 기후 조건에 큰 영향을 받는 식량 생산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지구 평균온도가 1도 상승하면 곡물 생산량은 10퍼센트 감소한다. 에너지와 먹을거리는 국민의 생존권이 달린 그야말로 필수 정책이기에, 농촌과 농민을 살리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낮은 식량자급률(2019년 기준 21퍼센트)을 법제화해 2040년까지 50퍼센트까지 올려야 한다. 토양의 온실가스 흡수를 높이고, 배출을 줄이기 위해 석유와 농약, 화학비료에 의존하는 관행 농업을 생명(유기) 농업으로 과감히 전환해야 한다.

이외에도 기후와 재생에너지 정책을 중시하는 기후위기 대응형 정부조직으로 개편하고, 전환에 필요한 재정을 과감히 투여하되 그 비용을 사회적 약자, 노동자 등 시민에게 전가하지 말아야 한다. 재정은 정의로운 부담 원칙에 따라 탄소 다배출기업과 부유 계층에게 공정한 몫의 책임을 부여하는 과세체계로 마련해야 한다.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보조금은 축소하거나 폐지하고, 기후위기 대응에 불필요한 대규모 토건 사업과 과도한 국방예산 등은 과감히 축소해야 한다.

기후대선을 위한 정책 경연 모습. (사진 제공 = 기후위기비상행동)<br>
기후대선을 위한 정책 경연 모습. (사진 제공 = 기후위기비상행동)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제시한 이번 기후 대선을 위한 정책은 그야말로 멸종을 앞둔 인류의 최소한의 정책들이다. 정치는 인간을 보호하고 증진해야 하는 특별한 책임이 있다. 왜냐면 정치는 더 나은 공동선을 실현하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사목헌장 74항) 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은 소수의 권력과 경제와 이념이 아닌, 기후위기 시대 앞에 놓인 인간을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지구와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를 보호하고 증진하는 후보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깊은 관심과 능동적인 참여와 연대가 필요하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전환의 정책과 체제를 과연 누가 선택하는지, 정치를 새삼 소중히 여겨('모든 형제들' 180항) 꼼꼼히 들여다볼 일이다.

맹주형(아우구스티노)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정의 평화 창조질서보전(JPIC)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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