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기다림이란 낱말
- 박춘식
‘천천히’ 그리고 ‘기다림’이란 낱말이
사람들 마음 안에서 점점 작아진다
진달래가 화사할 때 수박을 먹는 사람들이
소리보다 빠른 비행기를 만든다
무엇이든 후다닥 만들어 먹고 깔깔 화장을 한다
발목에 휘감기는 하이 템포(high tempo)가
인생을 신바람 나게 만든다면서 설치는데
어느 겨울
‘고요한 밤’이
하이 템포에 튕겨 언덕을 넘어가고 있다
기다림이 서 있는 언덕을
기다림이 사람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긴 언덕을
스슬피 넘어가고 있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5년 11월 30일 월요일)
죄인들이 구세주를 기다리는 일보다, 요즘 주님께서 죄인을 기다리신다는 역설이 낯설지 않은 듯합니다. 사람들이 날로 똑똑해지는 것은 좋은데 그 똑똑함이 영악함으로 나타나면 밥맛없는 일입니다. 계절이 참외를 만들지 않고 돈 욕심이 참외를 만들고 있습니다. 기다릴 줄 모르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중학생 교육 내용에 기다림을 체험하는 일을 만들어 주면 좋겠습니다. 진짜 수박을 먹으려면 1년을 기다려야 하고, 시끄럽지만 시원스러운 매미의 노래는 7년이란 세월이 흘러야 합니다. 아침마다 하느님을 기다리는 자세 그리고 하느님을 모시고 따르는 마음이 신앙생활이라고 생각하면, 대림절은 신앙인의 출발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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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