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콩나물국
- 박춘식
노릇노릇한 콩나물을
오선으로 엮어 본다
이 악보로 연주를 한다면
‘메시아의 사랑’ 곡으로 풍악을 울린다면
능히 가락에 미친 사람이 나타나
맛깔나는 음악을 보여 주겠지
큰 음표로 한술 뜨는데
하늘의 미소가
국그릇 가득 넘친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5년 11월 23일 월요일)
어떤 모임에 참석한 성악가에게, 짓궂은 분이 소프라노 한번 감상하자고 손뼉을 치는데, 공짜로 한 곡 들었습니다. 고음으로 올라가니까 제 뒤에 어떤 여자가 작은 소리로 ‘콩나물 대가리 떨어지겠다’고 하여 웃은 적이 있었습니다. 나라 안팎이 시끄러워 술 마시면서, 주먹으로 고함쳤던 다음날 아침 콩나물국을 드시리라 여깁니다. 콩나물을 보고 음표, 골프채, 올챙이 등 저마다 생각이 다르듯이 세상사 좀 크게 좀 길게 달리 보시면 건강에도 좋을 듯합니다. 거기다 콩나물을 보면서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 하고 기도 한마디 올리면, 하느님께서 “오냐 알았다 그리하마 그리고 술 좀 줄여라” 응답 주시리라 여깁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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