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시간과 공간
- 박춘식
시작이 있기 전
하느님 빛이 우주를 그윽이 품었다
비움도 채움도 없는 공허에서
빛살이 시간을 붙잡고 곧장 달린다
빛살이 동그라미 그리면서 뛰어간다
낮과 밤이
사철을 초록으로 꾸미니까
시인은
아침마다 햇살로 만든 시계를 쳐다보고
저녁마다 언덕에 심은 나무를 헤아려 본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5년 10월 26일 월요일)
빛이 생겨라, 이 말씀은 하느님께서 시간을 창조하신 것이라고 어느 분이 말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시간을 만들 때, 빛살이 나아가는 공간도 함께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과 공간이 동시에 만들어졌는지, 시간이 먼저고 공간이 이어지면서 창조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삼차원의 공간을 지배하는 듯한 시간은 직선 같은 느낌이 듭니다. 하느님 로고스 메시아 말씀 이성 구세주 등등 두려운 신비 앞에 인간은 버러지보다 못함을 자주 느낍니다. 그리고 ‘빛’이라는 단어 앞에 어떤 모습으로 서 있어야 하는지 가끔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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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