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앞 단식, 텐트 농성장을 찾아가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이하 차제연)가 4월 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지난 11일부터 국회 앞에서 단식과 텐트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21일 농성장을 찾아갔다. 마침 연대 방문을 온 유영숙 씨(62살, 루시아)에게 한마디 청했다.

“차별금지법은 남자, 여자, 장애 등 할 것 없이 모든 것의 연결고리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차별은 상상할 수 없고 우리나라에 지금까지 이 법이 없다는 것은 야만이다. 죽기 살기로 같이 연대하는 수밖에 없다.”

용산참사 희생자 윤용헌 씨 아내이기도 한 그는 이날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회원들과 함께 농성장에 연대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우리는 용산에서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다. 너무 힘들었을 때 그 연대와 사랑으로 살아냈다. 용산에서부터 같이 활동해 온 미류가 지금 말라 있어서 마음이 아프다”면서, “차별금지법 제정 투쟁도 그렇고 약자들, 길거리 투쟁하는 모든 분 위해 문제가 해결되도록, 그들이 너무 힘들지 않도록 주님께 항상 기도한다”고 말했다.

1박 2일 농성에 참여하는 이들을 위해 마련된 1인용 텐트. ⓒ김수나 기자
1박 2일 농성에 참여하는 이들을 위해 마련된 1인용 텐트. ⓒ김수나 기자
1박 2일 농성에 참여하는 이들을 위해 마련된 1인용 텐트. ⓒ김수나 기자<br>
1박 2일 농성에 참여하는 이들을 위해 마련된 1인용 텐트. ⓒ김수나 기자
농성장 맞은편에서 진행 중인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시위. ⓒ김수나 기자<br>
농성장 맞은편에서 진행 중인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시위. ⓒ김수나 기자
농성장 맞은편에서 진행 중인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시위. ⓒ김수나 기자

이날은 이종걸(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차제연 공동대표) 씨와 미류(인권운동사랑방) 씨의 단식 11일째다.

함께하는 활동가들의 눈빛에는 걱정이 스며 있었다. 그래도 두 사람은 아직은 괜찮다며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차분하고 강단 있게 방문객들을 맞았다.

농성장에는 1인용 텐트 8개가 있다. 1박 2일 연대 농성을 위해 마련됐다. 1박2일 농성은 평일에는 보통 4명 정도가 함께한다. 아침, 점심, 저녁에는 손팻말 시위가 진행되고, 화요일, 목요일, 금요일에는 연대 단체들이 주관하는 저녁 집회가 열린다.

텐트촌 농성도 언제 끝날지 현재까진 기약이 없다. 차제연은 4월 안 제정을 촉구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국회의원들은 명확하게 답하지 않고 있다.

차제연 활동가들이 저녁 집회를 준비하는 모습과 이날 방문한 윤미향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김수나 기자
차제연 활동가들이 저녁 집회를 준비하는 모습과 이날 방문한 윤미향 국회의원(무소속). ⓒ김수나 기자
이날 연대 방문을 온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김수나 기자<br>
이날 연대 방문을 온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김수나 기자

이날 만난 활동가들은 “국회의원들이 농성장에 방문하고 여러 의견도 내놓고 있지만 4월 내 제정에 대한 물음에는 정작 답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이 오는 6월 지방선거에 영향을 줄까 분위기를 살피는 눈치다.

국회가 시간을 끌면서 두 활동가의 단식은 길어지고 있고,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를 외치는 세력들의 방해도 계속되고 있다.

거리 두기도 무시한 채 농성장 가까이에서 보란 듯 시위하거나, 차제연의 피켓팅 시간에 동시에 맞불 시위를 벌이기도 한다. 농성장과 2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천막까지 설치했다.

연대자들이 만든 평등 상징물. ⓒ김수나 기자
연대자들이 만든 평등 상징물. ⓒ김수나 기자
연대자들이 만든 평등 상징물. ⓒ김수나 기자<br>
연대자들이 만든 평등 상징물. ⓒ김수나 기자
이날 저녁 집회를 주관한 성소수자부모모임, 연분홍치마, 행동하는 성소수자인권연대의 걸게. ⓒ김수나 기자
이날 저녁 집회를 주관한 성소수자부모모임, 연분홍치마, 행동하는 성소수자인권연대의 걸게. ⓒ김수나 기자

다슬 씨(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혐오세력이 전국에서 버스를 대절해 찾아올 정도”라고 했다.

미류 씨는 이것이 차별금지법에 대한 단순한 반대나 일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이 썼다.

“누군가는 차별당해도 된다는 신호. 성소수자는 시민이 아니라는 선언. 그리고 이후 15년 넘도록 이어진 정치인들의 비겁함. 그 시간 동안 난민이, 페미니스트가, 장애인이 비-시민이라고 밀쳐지는 혐오와 차별이 심각해져 왔습니다. 정치인들은 혐오나 차별을 무슨 사회 현상이나 문제 정도로 이해하겠죠? 우리에게는 일상에서 마주해야 하는 폭력입니다. 사과받아야겠습니다. 비-시민으로 밀려난 모든 사람에게. 차별하지 말자는 법 하나 만들지 못하고 차별하게 해 달라는 사람들 기운이나 불어넣어 줬던 역사에 대해서. 우리를 일상의 폭력에 방치한 시간들에 대해서. 사과받아야겠습니다. 정치인들이 사과할 수 있는 방법은 차별금지법 제정밖에 없습니다.”

(왼쪽부터) 장예정 씨와 단식 11일째인 이종걸 씨, 미류 씨가 "차별금지법 제정 투쟁"을 외치고 있다. ⓒ김수나 기자<br>
(왼쪽부터) 장예정 씨와 단식 11일째인 이종걸 씨, 미류 씨가 "차별금지법 제정 투쟁"을 외치고 있다. ⓒ김수나 기자

이날 농성장에서 만난 장예정 씨(천주교인권위원회, 차제연 공동집행위원장)는 단식 11일째인 두 활동가의 건강을 걱정하면서 이번 농성에 대한 연대와 지원을 요청했다.

그는 차제연은 현재 인권재단 사람과 함께 긴급모금을 진행하고 있고, 4월 27일 오전 10시에는 농성장에서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네트워크’와 함께하는 천주교 사제들이 연대 미사를 봉헌한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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