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 제정 농성에 연대
법사위, 차별금지법 공청회 계획서 채택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네트워크’가 4월 내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국회 앞에서 진행 중인 텐트 농성에 연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26일 오후 5시부터 국회 앞 피케팅으로 시작해, 저녁에는 기도회를 열고, 다음 날에는 미사를 봉헌하며 1박2일 함께했다.

27일 오전 미사에는 평신도, 수도자, 사제 30여 명이 참여했다.

강론에서 박상훈 신부(예수회)는 차별을 용인하는 사회를 그대로 두는 것은 신앙과 전적으로 배치된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신부는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모임’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이 시대의 그리스도교의 가치는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에 있다며, “가난하고 차별받고, 억압받고, 모욕당하는 바로 그 사람이 하느님이다. 앞장서서 이들을 옹호하고 지지하는 일에 이 시대 교회의 존립과 가치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지난 11일부터는 인권 활동가 이종걸 씨(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와 미류 씨(인권운동사랑방)가 단식투쟁을 시작해 오늘로 17일째다. 

미사에 참여한 이종걸 씨는 “많은 분이 와 주시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 계속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앞으로 열릴 차별금지법 공청회가 법 제정 논의를 시작하는 발걸음이라며 “이 시작에 좀 더 힘을 모아서 제정되도록 같이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27일 국회 앞에서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네트워크'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미사를 봉헌했다. ⓒ배선영 기자
27일 국회 앞에서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네트워크'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미사를 봉헌했다. ⓒ배선영 기자

한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는 26일 ‘차별금지법(평등에 관한 법률)’ 제정 관련 공청회 계획서 채택을 의결했다. 차별금지법을 입법하기 위해서는 공청 절차가 필요하다. 공청회 날짜는 여야 간 협의를 거쳐 정할 예정이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법사위 공청회 계획서 채택 의결에 대해 “차별금지/평등법으로 국회의 절차를 진행하는 첫 번째 결정이다. 언급조차 하지 못했던 차별금지법이 시민들의 요구로 15년 만에 입법 절차를 밟게 되었다”며 “지금 당장 법안심사를 시작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공청회 일정은 여야 협의로 남겨져 있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책임 있는 추진에 달렸다며, “더 이상 법사위 책상에만 올리고 유예의 시간을 늘리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에서 이 날짜의 합의조차 반대하고 나서면 시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7일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에서 권지웅 비상대책위원은 평등법 공청회 계획서 채택에 반가운 소식이라며, 민주당은 평등법 제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법사위 간사 박주민 의원은 “기존에는 지속적으로 공청회라도 열자고 요청했을 때 대선 끝나고 하자, 대선 끝나니까 지방선거 끝나면 하자, 심지어 아예 논의하고 싶지 않다, 끼고 싶지 않다는 것이 국민의힘 반응이었는데 드디어 어제 공청회라도 여는 데는 합의를 해 줬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공청회 개최 일시 등에 대해서는 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또 간사 간 협의에 맡겨져 있는 상황”이라며, “이 부분도 신속하게 처리해 확실하게 내용 있는 그리고 사회적 논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공청회를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박상훈 신부, 김정욱 신부(예수회)와 단식 중인 이종걸 씨(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 미류 씨(인권운동사랑방) ⓒ배선영 기자<br>
(왼쪽부터) 박상훈 신부, 김정욱 신부(예수회)와 단식 중인 이종걸 씨(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 미류 씨(인권운동사랑방) ⓒ배선영 기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마음을 모아 미사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전날 기도회에 이어 미사에도 참여한 이미영 씨(우리신학연구소 소장)는 “동성애에 관한 우려 때문에 차별금지법 통과를 막는 것, 그리스도인이 차별과 혐오를 막자는 법을 반대하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주변 그리스도인 안에서도 성소수자가 있고, 그 가족들도 있다. 이해를 넓혀 사회의 차별과 혐오를 막아내는 법 제정에 같이 힘을 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윤상 씨(가타리나)는 단식하는 활동가들 생각에 “제가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동안 지지하는 마음은 있었으나 혼자 오기 쑥스러웠던 그는 이번에 미사 소식을 듣고 농성장으로 나왔다. 이 씨는 “미사를 집전해 준 신부님께 감사드리고, 단식하는 분을 위해 기도했다. 대다수가 이 법이 필요하다고 동의하는데, 그 마음이 투쟁하는 분들에게 좋은 기운으로 닿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함께 미사를 집전한 김종화 신부(작은형제회)는 차별금지법은 사회에서 차별에서 피해자를 보호하고 인권 침해를 막는 법안으로 성소수자뿐 아니라 노동, 인권 등과도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또 가톨릭 교리에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의 기미도 보여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하고 있다며, 교회 안에서도 인권과 정의 차원에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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