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교회 한국교회
미혼모 청소년 위한 학습권 보장 제도 시급주교회의 여성소위 정기세미나 “미혼모/부를 위한 예방적 대안과 회복적 대안”

미혼모/부의 어려움을 듣고, 미혼모의 자립을 지원하는 자오나학교 등의 사례를 통해 미혼모/부를 지원할 방안을 살펴보는 자리가 있었다.

17일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여성소위원회 “미혼모/부를 위한 예방적 대안과 회복적 대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먼저 미혼모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 자오나학교의 원장 정수경 수녀(원죄없으신 마리아 교육선교 수녀회)는 미혼모 청소녀의 자립을 위해서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미혼모는 2만 761명이고 그 가운데 24살 이하 청소년은 1743명으로 8.4퍼센트를 차지한다. 정 원장은 청소년 미혼모들이 겪는 어려움을 곁에서 지켜봤다. 이들은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가족, 친구들 등 주변으로부터 내몰려 관계 단절을 겪는 경우가 많고 그에 따른 정서불안과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청소년이 임신 상태에서 보호자 없이 주기적으로 병원에 다니기도 쉽지 않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아이를 낳자마자 산후 조리도 못하고 아르바이트를 가는 경우도 있다. 미성년자가 도움 없이 주민센터에서 미혼모 지원 신청을 하는 것도 막막하고, 어려운 일이다. "애가 애를 낳았다"며 딱한 시선을 주고, 버스나 택시에서 애 아빠는 어디에 있는지, 나이 등 개인적인 질문을 받기도 한다.

정 원장은 특히 이들의 학업 중단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임신이 알려질까 두려워서 학교를 그만 두거나, 학교의 징계나 학부모 항의로 어쩔 수 없이 학교를 그만 두는 경우도 있다. 

학업 중단을 예방하기 위해 위탁형 대안학교는 있다. 위탁 교육 형식으로 교육을 받으면 기존에 다니던 학교에서 그대로 학업을 인정해 주는 방식인데, 이미 학교를 그만둔 경우 학적을 회복해야 하므로 행정 수속이 쉽지 않고, 원래 다니던 학교와 지역이 다르면 인정이 되지 않는 등의 번거로움으로 위탁 교육 혜택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고 정 수녀는 말했다.

그는 적절한 직업을 가질 교육 기회가 없어 평생 또는 잠재적 실업자가 되니 빈곤의 악순환에 빠진다며, “학습권 보장이 청소년 미혼모 자립의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자오나학교는 14-24살의 임신 중이거나 출산해 아이를 스스로 키우려는 미혼모를 지원하는 기숙형 대안학교다. 검정고시 준비 등 교육과 양육, 그리고 직업 탐색, 재정관리, 주택청약 등 자립을 돕는다. 지금까지 5명이 수료했고, 자신의 길을 찾아 취업하거나 상급 학교에 진학했다. 정 원장은 이들이 2년간 학교에 있다가 자립한 뒤에도 계속 지지가 필요하다며, 교회나 사회 공동체의 관심을 당부했다.

11월 17일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여성소위원회 정기 세미나가 “미혼모/부를 위한 예방적 대안과 회복적 대안”을 주제로 열렸다. ⓒ배선영 기자

안산시 건강가정지원센터장 박혜영 교수는 발표에 앞서 청중에게 만약 당신의 청소년 자녀에게 아이가 생긴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물었다. 이날 모인 30여 명 가운데 40-60대 여성이 대부분이었고, 여기저기에서 “(아이를 낳은 자녀를) 받아들이겠다”는 대답이 나왔다. 박 교수는 실제로는 미혼모 10명 가운데 1명 정도만 가족의 지지를 받는다며, “첫 성관계에서 임신하고, 자신이 임신했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며 가족의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혼 한부모를 요보호 대상자, 저출생 대책의 수단이 아니라 아동의 인권과 여성의 권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관점과 정책 방향의 전환을 강조했다. 이어 다양한 가족, 다양한 문화에 대한 감수성 교육과 생명존중 교육이 청소년, 일반인을 비롯해 교회 안의 신자들에게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미혼모/부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출산하면 아이 건강 체크, 양육 방법, 엄마의 심리상담과 건강 검진, 육아용품 지급 등의 지원이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혼 한부모 차별 금지와 이들에게 먼저 일할 기회를 주고, 탄력근무가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수경 원장과 마찬가지로 박 교수도, 지역사회, 교회 등의 공동체가 미혼 한부모를 사회적으로 지지하고, 심리적 안정을 도우면 좋겠다고 했다.

이 자리에는 미혼모 당사자도 함께했다. 윤민채 씨는 자신의 경험을 비춰 미혼모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가족의 다양성에 관한 교육이라고 했다. 박 교수가 지적했듯이, 그도 아이들이 한부모 가정을 ‘이상한 존재’로 생각한다며, 처음 배울 때부터 아이들에게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알려 줘야 한다고 했다.

또한 그는 미혼모 당사자와 관계자들의 인식개선도 필요하다고 했다. “나를 불쌍하다, 헤프다고 손가락질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에 위축되는 경우가 많고, 언론이나 단체에서 그런 선입견을 조장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대교구 통합사목연구소장 양주열 신부(한국틴스타 대표)는 ‘좋은 선택을 위한 가정 성교육을 주제’로 발표에 나서, “자신의 몸이 성적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몸은 나의 소유가 아니라 나 자신임을 가르쳐 주고, 나아가 성적 특성을 지닌 고유한 존재들이 좋은 관계를 맺고 선을 이룰 수 있도록 가르쳐 주는 것”이 올바른 성교육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주교회의 여성소위는 매년 정기 세미나를 열며, 지난해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는 신앙 길잡이”를 발간하고, 그 기념으로 ‘미래 세대를 위한 신앙 전수’에 관한 세미나를 진행했다. 여성소위 위원장은 서울대교구 손희송 주교이며, 팍스 크리스티 한국지부 박은미 공동대표가 총무를 맡고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배선영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