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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 청소녀들을 위한 '자오나 학교'원죄없으신마리아 교육선교수녀회, 10월 12일 문 열어

가정폭력과 성폭력 등에 노출된 13-18세 청소녀들, 그 중에서도 미혼모를 돌보는 비인가 대안학교가 가톨릭교회 안에서는 처음 문을 연다.

오는 10월 12일 문을 여는 ‘자오나 학교’는 일부 교육참가비를 제외하고 학비와 기숙사비는 모두 무료다.

원죄없으신마리아 교육선교수녀회는 어린이와 청소년 교육을 창립 소명으로 삼고 있다. 자오나학교 교장 강명옥 수녀는 자오나 학교 설립 계기에 대해 이 수녀회가 2012년 시성된 창설자 까르멘 살레스 수녀의 카리스마(소명)를 보다 분명하게 살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 시작한 일이었으며, 이에 따라 선택한 이들이 바로 소외된 청소녀들이었다고 밝혔다.

“‘자오나’는 ‘자캐오가 오른 나무’의 줄임말입니다. 자캐오는 자신의 한계를 정확히 알고, 구원을 위해 나무에 올랐습니다. 이곳에 모일 아이들은 모두 극한의 상황을 안고 있고, 바라는 구원과 행복의 모습이 다를거예요. 그들이 원하는 것을 위해 자캐오처럼 행복의 자리를 찾아 오르고, 그 위에서 자신들의 구원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곳이 청소녀들이 희망과 행복을 발견하는 가슴 뛰는 장소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이사장 강선미 수녀)

강명옥 수녀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생명을 선택한 이들을 조금만 뒷받침 해준다면 양육과 교육의 기회를 버리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주면서 세상 안에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 자오나 학교 교장 강명옥 수녀. 강 수녀는 학교를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가 주고싶은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라면서, 그들이 졸업 후에 세상 안에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여성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자오나 학교가 추구하는 것은 청소녀들이 학교의 시스템과 프로그램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청소녀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을 주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자오나 학교는 비인가 대안학교로 출발한다.

강 수녀는 그 이유에 대해 “(같은 대상을 위해 이미 몇 있는) 위탁형이나 인가 학교는 교육부의 조건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정말로 아이들이 필요한 것을 제대로 줄 수 없다”면서 “이들이 학교를 거부하는 것은  배움 자체가 싫어서가 아니라 학교의 방식과 그들이 존중받지 못하는 상황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맥락에서 자오나 학교는 교육 내용도 특별히 준비할 예정이다. 이사장을 맡고 있는 강로사 수녀는 “교육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얻는 것이고 지식과 인성이 균형잡힌 사람으로 이끄는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노동’의 중요성에 대해 가르칠 것이다. 일상의 노동, 삶을 위한 노동이 소중하다는 것과 그런 노동을 통해서 자신도 누구에게 나눌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마련된 교육 프로그램은 영어, 수학, 역사, 인문학 등의 교과과목을 기본으로 기획과 생산, 판매, 저축, 기부 등으로 이어지는 순환경제, 텃밭과 퀼트, 요리와 같은 체험학습, 지역사회 봉사활동과 명상 프로그램, 성장 여행 등이다. 하지만 운영자들의 입장에서 결정하지 않고, 학생들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는 방법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또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을 위한 검정고시 반도 운영한다.

교과 지도를 위한 교사는 5명을 두고, 그 외에 생활 지원과 상담, 운영을 위한 수도자들, 외부 자문위원과 운영위원들이 최선의 운영 방안을 모색 중이다. 수도원에서 설립하는 학교라고 해도 교회 내 평신도와 전문가들의 도움 없이는 제대로 일할 수 없다는 것이 수도회 측의 방침이다.

학교와 기숙사는 정릉 수도원 3층에 마련된다. 최대 30명이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조성되는 공간은 6개의 교실과 공동 공간, 숙소, 상담실 등으로 구성된다. 숙소의 경우 아기와 엄마가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지낼 수 있는 기간은 각각 중등 2년, 고등 2년으로 최대 4년이다. 강선미 수녀는 “학생들이 얼마 후에 이 학교를 떠날 때는 대책 없이 세상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는 방침을 강조하면서 “이곳에 있는 동안 스스로 가장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책임 있는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 성북구 정릉에 있는 원죄 없으신 마리아 교육 선교 수녀회. 이곳 3층에 '자오나 학교'가 마련된다. 현재 새로운 가족을 맞을 준비로 리모델링이 한창이다. ⓒ정현진 기자

또 “이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사람’이라면서 학생이든, 아기든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포용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원칙이나 방침도 미리 정해놓고 공식처럼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교를 앞두고 자오나 학교는 현재 여러 수도원과 사회복지 시설을 통해 청소녀들을 모집중이다. 행정실장을 맡고 있는 김정수 씨는 여러 단체와 쉼터를 방문하면서 청소녀들의 현실과 그들의 입장을 듣고 파악하고 있는데 “그들을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아는 것이 필요하다. 입학 전에도 충분한 상담을 거쳐 서로의 의지와 의사를 충분히 공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자오나 학교의 1년 예산은 5억여 원. 거의 모든 비용이 무료인 상황에서 재정 마련이 또 하나의 큰 과제다. 기본적으로 서울시의 비인가 도시형 대안학교 지원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으면서, 나머지는 후원금으로 메울 예정이다.

학교 운영과 후원에 관한 문의는 (02-911-7580, zaona2014@gmail.com).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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