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공청회 열어

미혼모 문제에서 그간 소홀히 여겨지던 상대 남성인 미혼부 책임을 천주교가 논하기 시작했다.

지난 8일 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는 ‘미혼부 책임의 법제화’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생명운동본부장 이성효 주교는 “성은 급격하게 개방돼 가는데, 생명에 대한 책임을 다하게 하는 법과 제도가 없기 때문에 대한민국에 낙태, 영아 유기, 영아 살해, 미혼모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며 미혼부 법제화와 같은 사회적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성가정', 무리요(1660)
공청회에 토론자로 나선 이상수 변호사는 “현행 민법 등 관련 제도 하에서는 미혼부의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부양의무를 인정할 수 없다”면서 미혼모가 미혼부에게 자녀 양육비를 청구했을 때 미혼부가 양육비를 지불한 경우가 23퍼센트 정도라는 통계(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09년 연구보고서-10.미혼부모의 사회통합방안 연구)를 인용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덴마크, 독일, 미국, 일본 등은 미혼부의 혼외 자녀에 대한 양육비 등 부양책임을 법으로 정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미혼부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을 때 국세청에서 양육비에 대한 강제집행을 위탁할 수 있다.

이어 내년 3월 24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양육비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기대와 한계를 드러냈다.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1항은 ‘부 또는 모는 혼인 상태와 관계없이 미성년 자녀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의식주, 교육 및 건강 등 모든 상황영역에서 최적의 성장환경을 조성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상수 변호사는 “미성년자의 부,모가 혼인 상태와 관계없이 미성년자를 양육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책임을 선언한 것에 불과하며, 이 규정에 의해 미혼부가 혼외자를 양육하는 의무가 직접 발생한다거나 혼외자를 양육하는 미혼모에게 양육비를 지급할 의무가 발생한다고 해석하기 어렵다”고 했다.

제2항의 ‘비양육 부,모는 양육부,모와의 합의 또는 법원의 판결 등에 따라 정하여진 양육비를 양육비 채권자에게 성실히 지급하여야 한다’는 조항도 ‘당사자 사이의 합의’ 또는 ‘법원의 판결’이 있는 경우에나 양육비 지급 의무가 생기므로 미혼부의 양육비 지급을 법제화한 규정으로 보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다.

이연숙 전 평화신문 편집국장 또한 이 법률에 대해 “양육비 미지급 채무자의 출국금지 등 강제 조항이 없다”며 제재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여성가족부의 김경희 사무관은 “내년 3월부터 여성가족부는 ‘양육비이행 관리원’을 설치해 양육비 불이행으로 어려움을 겪는 미혼 한부모에게 양육비를 최장 9개월간 지원하고, 부양능력이 없는 미성년자는 그 부모가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하려 한다”고 밝혔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의 오영애 홍보팀장은 10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생명에 대한 책임, 출산과 양육을 부모가 함께 책임지는 자세를 중요시하는 면에서 미혼부의 책임을 법제화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 팀장은 양육비이행 관리원이 생기는 것에 대해서도 “미혼모가 아이를 입양시키지 않고 스스로 키울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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