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말하는 교회 내 여성

여성이 교회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고, 여성의 지위를 높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여성 스스로 고민하고 대안을 찾는 시간이 마련됐다.

6월 30일 ‘여성 존재에 부여된 성소의 의미와 역할’이라는 주제로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여성소위원회 정기 세미나가 있었다. 광주, 대구, 서울, 수원, 인천, 전주 등 전국 각 교구 여성연합회 소속 60여 명이 교회에서 여성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직접 주제를 정하고 그에 따른 대안을 이야기했다. 

토론에 앞서 여성소위원장 조규만 주교(원주교구)는 한국 교회에서 평신도, 특히 여성 신자가 아직 자리를 찾지 못했다며, 이날 모인 이들에게 하느님이 여성에게 준 탈렌트가 무엇이고 그 몫으로 한국교회에서 어떤 일을 할지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 여성소위는 이날 여성 평신도의 토론으로 나온 정책과 대안들을 회의에서 논의하고, 주교회의에 제안한다.

이날 세미나는 처음으로 오픈 스페이스(open space) 방식으로 진행됐다. 발제자의 발표와 토론, 그리고 청중의 질의응답이 있던 기존의 방식과 달리 참가자들이 모두 토론의 주체로 참여했다. 이들은 직접 주제를 내고, 각 주제별로 팀을 나눠 대안과 실천 방법을 논의했다.

▲ 6월 30일 각 교구에서 모인 여성 신자들이 교회 내 여성의 역할에 대해 토론했다. ⓒ배선영 기자

구체적으로 이들은 본당 여성신자의 의견이 교구에 연계되는 법, 교회 안의 공동육아, 여성 인력 활력 방안, 소외층 여성을 위한 배려, 교회 안의 인간관계, 자녀들의 신앙지도 등의 주제를 정했다.

본당 안의 의견이 교구로 연결되기 위해 의견수렴기구를 마련하고, 사제가 신자에게 열린 태도를 지녀야 하며, 신학교에서부터 여성학, 소통, 본당 사목에 관련된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 이들은 여성 스스로 사제를 왕처럼 떠받드는 태도를 버리고, 먼저 변해야 한다고 했다.

공동육아를 논의한 이들은 교회가 추구하는 가치인 생명존중에 입각하면 교회에서 공동육아는 필수라며, 본당에 돌봄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봉사자뿐 아니라 노인이 돌봄에 참여하는 방안을 냈다.

여성 인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본당에서 여성이 재능기부로 요가, 음식, 생활영어, 인문학, 꽃꽂이 등 강좌에 나서는 방안이 나왔다. 자녀의 신앙교육과 관련해서는 가족이 모여 성경 읽고 기도하기, 냉담 중인 자녀를 기다려 주기 등의 의견이 있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이혼, 다문화 가정 등 소외된 계층의 여성을 위한 논의였다. "이혼 가정을 위해 교회의 문을 낮춰 달라"는 의견이 나왔고, 많은 이들이 이에 공감했다.

 
오픈 스페이스라는 열린 토론에 참여한 소감을 묻자, 대구에서 온 신금자 씨(유스티나)는 신자들이 직접 토론을 하니 더 구체적이고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고 했다.

이들은 낯선 방식임에도 자신을 잘 꺼내 놓고 활발히 토론했다. 대부분은 이렇게 여성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교회가 변하려는” 의지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밖에 “교회에서 여성은 뒷바라지하는 것에 머물렀는데, 이제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동안의 불만을 털어놔서 후련하다”, “교회에서 자신의 재능을 헐값에 당연하게 주는 것 같은데, 국수를 삶아도 돈을 받으면 좋겠고, 무임금 노동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다른 교구인데도 같이 이야기하니 공감이 되었다” 등 참여 소감이 다양했다.

▲ 이혼한 이들에게 교회의 문을 낮춰 달라는 요구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배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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