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예정, "차별의 기미라도 보여서는 안 된다"에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지난 6월 29일 국회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다시 발의했다. 2013년 발의한 뒤 7년 만이다.

하지만 그리스도교계 일부에서 차별금지의 대상 가운데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을 두고 논란이 일면서, 총 57조로 구성된 법안 가운데 9조 이후에 대한 논의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포괄적 차별금지법' 관련 활동을 해 온 천주교인권위원회 장예정 활동가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장예정 씨는 최근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한 시민이 "동성 간 성관계 합법화를 조장하는 법안"이라며 소란 피우는 상황을 겪었다면서 안타까워했다.

장예정 씨는 "법안의 뒷부분에 있는 차별금지 영역을 보면 동성간 성관계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설명하면서, "이는 동성혼이나 동성 간 성관계에 대한 법안이 아니며, 교리와도 상반되지 않는다. 기본 인권에 관해서 성경과 교리를 본다면, 문자 그대로가 아니라 예수님의 일생, 예수님이 보여 줬던 이웃에 대한 사랑이 무엇이었는지 함께 봐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물었다.

지난해 퀴어문화축제에서 보수 개신교 단체가 동성애의 죄악을 회개하라며 시위하는 모습. ⓒ김수나 기자

가톨릭교회 교리서, "차별의 기미라도 보여서는 안 된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라는 시대의 요청, 국민 다수의 동의 상황에서 교회는 이 법을 어떻게 바라보고, 무엇을 해야 할까.

그리스도교계 일부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금지를 반대하는 이유는 차별금지법이 곧 동성애와 동성혼 합법화 등으로 이어진다는 인식이다. 또한 이러한 인식과 우려는 개신교뿐 아니라 가톨릭교회에도 있다.

7월 31일 수원교구가 낸 '차별금지법안'에 대한 입장문 일부를 보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 혐오, 배척을 반대한다"면서도, "차별금지법이 남녀의 성과 사랑, 남녀의 혼인과 가정공동체가 갖는 특별한 의미와 역할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으로, 자칫 성소수자를 배제한 차별금지법을 요청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

그러나 한국 가톨릭교회는 주교회의 차원에서 올해 총선 전에 각 정당에 정책 질의서를 보내면서 '개별적 차별금지법'의 한계를 지적하고, 인권을 온전히 보장하기 위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동의 여부를 물은 바 있다. 이 질문의 근거는 "간추린 사회교리" 153-154항에 걸친 인권에 대한 교리였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누구도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지만, 현재 발의된 차별금지법에 대해 교회는 지지보다는 우려를 앞세우는 모양새다.

장예정 씨는 동성애에 대한 교회의 우려를 이해할 수 있다 해도, 사회적으로 새로운 요청의 목소리가 있는 만큼 '차별'의 문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가톨릭교회 교리서" 2357-59장을 들며, 지금이 바로 이 조항을 어떻게 실현하고 살아갈지 고민할 시점이라면서, "교회법과 교리, 사회법이 충돌할 가능성을 우려해도, 교회가 차별금지법 일부 조항을 교리를 이유로 반대한다면, 오히려 교리와 그 실천 사이의 모순을 낳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가톨릭교회 교리서" 해당 항목을 살펴보면, 2357장은 “교회는 전통적으로 동성애 행위는 그 자체로 무질서라고 천명해왔다. 동성애는 자연법에도 어긋난다.... 동성의 성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힌다.

이어 2358장은 "객관적으로 무질서인 동성애 성향은 그들 대부분에게 시련이 되고 있으므로 그들을 존중하고 동정하며 친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그들에게 어떤 부당한 차별의 기미라도 보여서는 안 된다”고 이른다.

또 2359장은 “동성애자들은 정결을 지키도록 부름을 받고 있다. 내적 자유를 가르치는 자제의 덕으로 때로는 사심 없는 우정의 도움을 받아서, 또한 기도와 성사의 은총으로 그들은 점차 그리고 단호하게 그리스도교적 완덕에 다가설 수 있고 또 다가서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교회가 동성애 행위는 용납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그들에게 “차별의 기미”도 보여서는 안 되며, 결국 교회 안에서 그리스도교적 완덕에 다가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교리다.

또한 "간추린 사회교리" 154장은 “인권은 개인적으로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수호되어야 한다. 부분적 인권수호는 인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권은) 가장 먼저 물질적, 정신적인 면에서 인간의 기본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라고 밝힌다.

2003년 18살에 세상을 떠난 윤현석 안토니오 씨의 추모기도회에 그의 유품들이 놓여 있다. 그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자 동성애자, 인권운동가로 혐오와 차별에 맞서 살다가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지금여기 자료사진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으신다”(사도 10,34)
포괄적 차별금지에 대한 교회 내 공동합의성의 장 필요

장예정 활동가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한 여론과 시대적 요청에 따라 교회는 차별과 인권에 대한 가르침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의 기미라도 보여서는 안 된다”("가톨릭교회 교리서" 2358항)는 명백한 가르침에 대해 교회가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스스로 물어야 한다며, "만약 차별금지법 내용에서 성적 지향, 성적 정체성을 제외해야 한다고 말하고, 차별하지 말자는 움직임에 교회가 응답하지 못한다면, 교회는 그 이후로 나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랑과 은덕을 통해 교회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살아가야 하는데, 일부 사람들을 사회의 핍박, 혐오의 대상으로 내놓는다는 것은 사목 차원에서도 모순이 될 것”이라며, “공론화의 장이 필요하다. 공론의 장을 통해 교회는 성소수자의 구체적 현실을 알고, 교회의 입장도 설명하되 다른 의견도 들으면서 시대적 요청에 어떻게 부응할지 고민하고 대화해야 한다. 교리서 2358장과 지금 차별금지법에 대한 교회의 요청이 다르다면, 그동안 교리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아무 노력도 하지 않은 셈"이라고 말했다.

또 차별과 혐오는 비단 물리적 폭력 상황이라는 좁은 의미로만 볼 문제가 아니라 지향대로 살지 못하는 것 자체가 차별이라는 그는, “전혀 별개의 법적 차원 문제를 우선 걱정하기보다, 차별과 혐오의 현실이 무엇인지, 동성애 사목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차별 없는 현실을 위해 교회가 무엇을 해야 할지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는 “교회의 생명운동을 보면, 미혼모와 아이들을 위해 다양한 실천을 해 왔지만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 이들의 인권을 위해 무엇을 할지 대답한 적이 없다”면서, 가톨릭 교리의 가르침을 어떻게 현실화 할지, 혐오와 차별 없는 삶을 위한 교회의 지침, 실질적 행동 등 교회가 세상을 향한 나름의 답변을 만들어야 할 때라며, “어떤 이들이 자신의 성적 지향을 드러내면서 살 수 없는 것은 차별적 사회 분위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교회는 이 '차별의 기미'로 가득한 사회에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당이 대표 발의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의 골자는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출신 국가와 민족, 인종, 국적, 피부색, 출신 지역, 용모 등 신체 조건,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및 가구의 형태와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학력, 고용 형태, 병력 또는 건강 상태,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 복합적 차별을 금지, 예방하는 것이다.

법안은 “채용, 승진, 임금 등 고용에 대한 일체의 범위, 제화나 용역, 시설 등의 공급이나 이용, 교육 기관이나 직업훈련기관에서의 교육, 훈련이나 이용, 행정서비스 등의 제공이나 이용”에서 누구도 어떤 이유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유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떠한 형태로 존재하는 소수자들이 이런 권리를 보장 받고 있다고 여기지만 사실상 장애 여부, 남녀고용, 연령, 고용 형태에 대한 개별적 차별금지법은 빈틈이 너무 많다.

지난 7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포괄적 차별금지법 관련 토론회에서 홍성수 교수(숙명여대, 천주교인권위원회 위원)는 “개별적 차별금지법은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차별의 상황에 놓인 사람이 장애인이면서 여성일 수 있고, 개별적 사유와 영역마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수 없다. 때문에 기본법으로서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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