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교계, 차별금지법 제정 호소

그리스도인들이 차별금지법 및 평등법 지지를 선언하고 법 제정을 호소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그리스도교계 80여 개 단체는 20일 성명을 내고 “모든 사람을 위한 차별금지법, 평등법을 지지한다”면서 국회의원과 그리스도인에게 포괄적 평등법 제정 동참을 요청했다.

먼저 이들은 최근 정치권의 평등법 제정 노력을 환영한다면서 “그리스도교는 혐오가 아닌 사랑의 종교”임을 강조했다.

“일부 교회의 소수자 차별, 혐오는 우리 모두의 책임”

성명서에서는 2007년 차별금지법이 처음 발의됐지만 그간 법 제정이 계속 좌절된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일부 그리스도인들의 성소수자 차별이 지적됐다.

이들은 “일부 근본주의 그리스도인들이 성경을 근거로 다른 얼굴, 다른 성격, 다른 지향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정죄하고 혐오한다”고 지적하면서, “차이를 이유로 누군가를 차별하는 것은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거스르는 것”이자 “성경을 오독하고 오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그리스도인들이 성소수자 정죄의 근거로 드는 성경 내용인 소돔의 멸망은 “동성애 때문이 아니라 타자에 대한 적대와 폭력 때문이고, 낯선 나그네를 환대하지 않은 부족사회의 배타성과 폭력성이 파멸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소수자 인권을 가로막은 대표 세력이 일부 그리스도인이지만, “그리스도의 교회는 하나”이고 “일부 교회의 잘못은 전체 교회의 잘못”이기에 “근본주의 그리스도인의 소수자 차별과 혐오를 막지 못한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했다.

또 그간 그리스도인들이 교회 안에 있는 소수자를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무시, 침묵, 심판하는 동안 “수치심과 모욕감으로 영혼이 부서지는 사람들이 우리 가운데 있음”을 지적하면서 “그리스도 안의 한 지체인 그들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그리스도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보수 개신교 단체가 "동성애의 죄악을 회개하라"며 시위하는 모습. ⓒ김수나 기자

“포괄적 평등법”은 “포괄적 복음”

성명서는 타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일관되게 반대하고, 차별받고 배제된 사회적 소수자를 사랑하는 것이 그리스도교의 전통임을 강조했다.

이들은 “성경이 오늘의 우리에게 일깨워 주는 것은 그리스도교는 혐오가 아닌 사랑, 오직 사랑의 길이라는 사실”이라며 “그 누구도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포괄적 평등법은 그 누구도 주님의 은혜로부터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는 우리 시대의 포괄적 복음”이라고 말했다.

또 국제 사회를 비롯해 한국 사회에서도 포괄적 평등법 제정 목소리가 높아졌고 이는 “평등법 제정이 더 이상 유예될 수 없다는 시대정신이자 사회적 합의”라면서 “이제 그리스도인들은 평등법 이후의 새로운 선교를 위한 신학적 관점과 목회적 대안을 보다 능동적, 창의적으로 탐구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포괄적 평등법 제정을 위해 국회의원과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다음을 요청했다.

먼저 국회의원들을 향해서는 법 제정 과정에서 있을 “일부 근본주의 그리스도교 집단의 방해와 협박”을 두려워하지 말고, “모두를 위한 평등법 제정에 당당히 앞장설 것”을 주문했다.

이들은 “차별금지 사유 가운데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문제 삼는 일부 세력의 반대에 직면할 수 있겠지만, 여러분 뒤에는 평등법에 명시될 차별금지 사유 전체를 동의하고 지지한 수많은 시민과 우리 그리스도인이 있다”면서 “차별을 조장하고 혐오를 선동하는 일부 종교 집단의 거친 목소리에 흔들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소수자 차별과 혐오에 침묵하는 것은 중립 아닌 동조”

그리스도인들에게는 평등법에 대한 공부와 성찰, 세계 교회의 사례를 돌아볼 것을 요청했다.

이들은 시민의식은 평등법을 지지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많은 그리스도인은 평등법에 대한 찬반을 놓고 고민하며 동요한다고 지적하면서, “민주사회에서 저마다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진정성 있는 반대를 위해서라도” 반대하는 이들의 말만 듣지 말고 발의된 법의 내용을 직접 공부하고 성찰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이들은 “일부 근본주의 집단의 원색적인 소수자 차별과 혐오에 대한 침묵은 중립이 아닌 동조”이며 “평등법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지지와 연대를 지금 표명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불의와 불평등을 묵인하고 방조하는 역사 퇴행적 집단으로 몰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세계교회는 이미 50여 년 전부터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불평등을 연구, 성찰, 토론하며 이들에게 세례와 성찬 참여, 성직 안수 등을 허용, 확대하는 추세라면서 “배제가 아닌 포용으로 변화해 가는 세계교회의 모습”을 돌아봐 줄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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