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불교 등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지난 6월 29일 정의당이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하자 종교계도 이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냈다.

발의 다음 날인 6월 30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 1일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교회와사회위원회, 6일 실천불교전국승가회가 각각 성명을 내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가톨릭(천주교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전국협의회)은 이에 앞서 6월 17일 개신교, 불교, 원불교의 이주, 인권 단체와 함께 이주민의 인권 보호와 인종차별 종식 차원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21대 국회에 요구한 바 있다.

“일상 곳곳에 차별.... 포괄적 차별금지법 입법 청원에 동참해 달라”

이에 대해 가톨릭 신자이자 인권변호사인 이소아(소화데레사, 광주대교구 화정4동 성당,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는 “세계인권선언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는 ‘모든’, ‘사람’, ‘어느 누구도’로 이 단순한 단어들에서 인권의 보편성이 천명된다”며 “(이는) 하느님의 자비가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비처럼 모든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과 같다”고 7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이어 그는 “노인이라는 이유로 배척되고, 아이라는 이유로 입이 틀어 막히며, 이주민, 비정규직, 광주시민, 여성, 질병, 장애라는 이유로 배제되는 차별처럼 우리 일상 곳곳에 인권의 보편성을 가로막는 차별이 있다. 그 앞에서는 예수님이 말씀하신 자유나 광복이나 부활은 없다”고 말했다.

또 이 변호사는 “성경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야훼가 오심을 준비하라면서 ‘모든 골짜기를 메우고, 산과 언덕을 깎아내려라. 절벽은 평지를 만들고, 비탈진 산골길은 넓히라’고 예언했다. 차별금지법은 바로 이 예언을 법적으로 실현하는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입법 청원에 가톨릭 신자들도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7월 2일부터 포괄적 차별금지법 입법 촉구에 관한 국회국민동의청원이 진행되고 있으며, 청원 시작 뒤 30일 안에 10만 명이 동의하면 절차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동의 기간은 8월 1일까지다.

한편 천주교인권위원회 장예정 상임활동가(소피아)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과연 이번에는 제정될 것인가 전망하는 가운데 부정적 요소는 단연 보수 개신교의 극렬한 반대”라고 7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기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예수님의 사랑을 따르는 이들이 차별 없는 세상을 가로막는 데 앞장서고 있는 이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래서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차별금지법 제정 활동에 더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면서 “2000년 전 이 땅 어딘가에서 가장 핍박받고 가장 가난하고 가장 아픈 이들 곁에서 함께하신 예수님을 생각하며 2020년 오늘 이 땅에서 가장 핍박받는 이들 곁에서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2011년 만들어진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연대 단체다.

지난 2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사진 출처 =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홈페이지)

개신교계, “차별금지법, 발의 넘어 반드시 제정”
불교계, “사회통합 위한 필수불가결한 과정”

개신교와 불교계도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를 외쳤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는 6월 30일 성명을 내고,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에게 강력한 지지와 연대를 표하며 21대 국회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통과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차별금지법은 성서의 약자 보호법이며 모든 생명에 자유와 해방을 선포하는 기독교의 희년법과 같으며 기독교의 사랑과 평등의 가치를 사회에 구현하는 실질적 실천”이라면서 “차별금지법은 발의를 넘어 반드시 제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2019년 인천 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최근 교단 재판에 회부된 이동환 목사(기독교대한감리회, 영광제일교회)를 들며, “여전히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을 비롯한 보수 개신교계에서는 성소수자와 지지자들에 대한 혐오와 낙인, 정죄 등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하는 신앙인들을 탄압하고 양심적 목소리를 내는 이들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단 재판에서 이동환 목사의 처벌이 결정될 경우, 이 목사는 정직, 면직, 출교에 처해질 수 있다.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교회와사회위원회도 1일 성명을 내고, “제21대 국회는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을 반드시 제정”하라면서 “(이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평등과 차별금지를 위한 가치 기준을 확립해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을 끝내고, 모든 사회 구성원의 공평한 삶을 보장하는 제도를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지난 6월 23일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국민인식 조사결과로는 국민의 88.5퍼센트가 평등과 차별금지를 위한 법을 지지함에도 “지난 10여 년간 차별금지법 제정이 여러 번 좌절된 것은 유감스럽게도 일부 종교계의 반대 때문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 반대 이유가 ‘성적 지향’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안다. 그것이 신앙의 전통 안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라면서 “신앙의 입장에서 이에 대해 앞으로 깊은 숙고와 더불어 견해를 달리하는 이들 사이에서 충분한 대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어진 어떤 성적 지향을 두고 곧바로 정죄하는 태도가 과연 복음의 정신에 부합하는지 살펴봐야 한다”면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잃은 양을 찾아 나선 것은 한 영혼의 소중함 때문이었고, 한 영혼의 소중함을 아는 그 마음이 바로 인권 존중의 밑바탕”이라고 강조했다.

불교계에서는 6일 실천불교전국승가회가 정의당이 대표 발의한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국가인권위원회가 국회에 제정을 요청한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을 적극 환영하며,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동참하고 평등사회 구현에 연대하겠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이들은 “미물조차도 함부로 살생하지 말라는 부처님의 말씀은 생명을 존중하고 평등하게 대하는데 어떤 이유나 조건도 있을 수 없다는 의미”라며 “지구촌 곳곳에서 국적, 계급, 종교적 신념 등의 차이를 빌미로 자행되는 다양한 폭력과 차별은 어떤 정당성도 가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놓고 많은 이견과 대립이 있어 이에 대해 사회적으로 합의하는 과정이 어렵더라도 “(이는) 우리 사회가 인권보장과 생명 존중의 철학을 구현하고, 사회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과정”이자 “인권 감수성을 통합적으로 증진하고 인권 확대를 공론화하는 단초”라고 강조했다.

한편 차별금지법은 2007년 노무현 정부 때 정부 입법으로 최초 발의된 이래 모두 6번(18대 국회에서 2번, 19대 국회에서 3번) 발의됐으나 회기 만료나 자진철회로 모두 폐기됐으며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보수 개신교계 등의 강한 반대 여론 등으로 발의되지도 못했다.

최근 21대 국회 시작과 함께 지난 6월 29일 정의당 의원 6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2명, 열린민주당 1명, 기본소득당 1명이 발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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