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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가 어떤 이들인지 물어봐 주세요"인터뷰, ‘성소수자 부모모임’ 홍정선 대표

'성소수자 부모모임'이 천주교 인권위원회가 주는 제9회 이돈명 인권상에 선정됐다. 

성소수자 부모모임(이하 부모모임)은 6년 전인 2014년 2월 첫 모임을 시작해 강연, 상담, 인권포럼, 퀴어축제 참여, 책과 안내서 출간 등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 다양하게 활동해 왔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부모모임이 “단지 자신들의 자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독버섯처럼 자라나는 온갖 혐오와 차별을 막는 데 도움을 주었고, 인권의 보편성에 우리 공동체가 귀 기울이도록 했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성소수자 인권의 불모지인 한국 사회에서 활동해 온 부모모임의 홍정선 대표(세실리아)를 만나 가톨릭 교회에 무엇을 요청하는지 들어 봤다.

그는 성소수자에 대해 무관심하고 침묵하는 가톨릭 교회의 태도와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면서도 존재는 인정하지 않는 교리의 모순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소수자를 알고 이해하기 위해 교회가 먼저 다가와 묻고 알아보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존재를 바꿀 수는 없지만, 바라보는 눈은 바꿀 수 있어"

홍정선 대표는 12년 전쯤 아들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았다. 

홍 대표의 시아버지는 세상을 떠나기 직전 투병 중에도 성경을 필사할 만큼 그의 가정은 독실한 가톨릭 신앙을 지녔지만, 아들에 대해 알게된 뒤 본당 단체 활동과 미사 반주 봉사를 모두 접었다. 충격으로 악보를 읽을 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본당 수녀에게 이유를 솔직히 말하자, 그는 홍 대표의 가족을 위해 기도해 주겠다고 했지만 그 뒤로 자신을 예전과 다르게 대했다. 

사람들이 그에게 활동을 왜 그만 두는지 물어보는 것이 싫고, 아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불편해 옆 성당으로 옮겨 갔다. 

“빈 성당에 들어가 기둥 뒤에 앉았어요. 처음에는 십자가나 감실(성체를 모셔 둔 곳)도 바라보지 못했어요. 도대체 저한테 왜 이러시느냐고 하느님께 항의하고 한탄했어요. 자식을 잘못 키웠다는 죄책감도 들어 사죄도 했어요. 성소수자를 자녀로 둔 부모라면 누구나 겪는 6단계를 겪었습니다. 혼란스럽고 마음이 수시로 바뀌었어요. 기도하다 기운 없으면 눕기도 하며 어떻게든 하느님과 해결을 보고 싶었어요. 그러다 어느 날 분명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홍정선 대표는 "무지개는 더 많은 빛깔을 원한다", "커밍아웃 스토리"가 성소수자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소개했다. ⓒ김수나 기자

기도와 물음은 2년 동안 이어졌다. “아들을 바꿔 달라”고 울며 시작한 기도 끝에 그가 얻은 ‘응답’은 “존재를 바꿀 수는 없지만 있는 존재를 바라보는 눈은 바꿀 수는 있다”였다.

응답을 얻은 뒤 같은 처지의 부모를 찾아 헤맸지만 만날 수 없었다. 크게 절망하며 그 길로 서울로 와 바로 성소수자 인권단체인 ‘친구사이’를 찾아갔다. 그곳에서 만난 이들과 ‘성소수자 부모모임’을 만들었다.

부모모임은 성소수자의 부모와 가족이 어려움을 나누고, 서로 공감하며 부모와 자녀의 관계 개선을 돕고 있다. 이에 더해 성소수자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알려 인식을 바꾸고, 성소수자의 인권 증진을 위해 활동한다. 

“부모들이 만나 달라고 연락이 오면 달려가요. 걱정이 많은 그들에게 우리 애도 잘 살고 있다고 말해 주면서 이것이 내 소명임을 느껴요. 제주 끝이라도 어디든 찾아가 만나 주겠다는 마음으로 달려가요. 그러다 부모모임을 만들게 됐죠.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만나는 자조모임의 필요를 절감했어요. 나와 같은 부모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러다 한 번 오지 않고 지속해서 오는 이들이 생겼고, 2014년 2월부터 모임을 시작해 한 번도 안 빠지고 만났습니다. 그 사이 우리도 세상도 많이 바뀌었지요.”

이들은 지난해 공중파 텔레비전 방송인 KBS '거리의 만찬'과 EBS '다큐 프라임'에 출연했다. 성소수자와 그 가족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들이 그저 평범한 이웃이자 친구, 동료임을 알릴 수 있었다. 방송도 성소수자를 호기심이나 찬반 논쟁의 대상으로만 다루던 이전과는 달랐다.

홍 대표는 부모모임이 꾸려지던 때를 떠올리며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세상이 많이 바뀌기는 했다”면서도, 여전히 가톨릭 교회는 성소수자에 대해 무관심과 침묵으로 일관하며, 단지 차별은 안 된다는 선언에만 그치고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019년 봄, 전국 주교에게 손편지와 성소수자 관련 책 보내
이에 주교 두 명 화답, 주교회의 강의까지 이어져

성소수자와 그 부모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담은 "커밍아웃 스토리", 성소수자부모모임, 한티재, 2018. (표지 제공 = 한티재)

그런 가운데 2019년 3월 천주교 주교회의가 성소수자 부모를 초대해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를 돕는 강의와 질의응답 시간을 마련한 것이 반가웠다.

당시 주교회의는 정기총회를 맞아 주교들이 성소수자를 이해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주교단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또 다른 성소수자 부모가 강의하고 홍 대표는 패널로 참여했다.

홍 대표는 사제 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성소수자를 만난 적이 없다는 한 주교의 말을 떠올리고 이 자리에 당사자 2명을 데려갔다. 당사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의 중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날 주교들은 성소수자와 부모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들을 올바로 인식하고 이해하려는 교회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했다고 홍 대표는 전했다.

사실 이 자리는 홍 대표가 성소수자에 대한 책 2권과 직접 쓴 손편지, 명함을 전국의 주교들에게 보내면서 이뤄졌다. 홍 대표가 보낸 책은 “커밍아웃 스토리”(성소수자부모모임, 한티재, 2018), “혐오의 시대에 맞서는 성소수자에 대한 12가지 질문”(한국성소수자연구회, 2016)이다. 그가 보낸 서신에 주교 2명이 답했고, 주교회의 강의까지 이어졌다. 

“질의응답 때 한 주교님은 무척 미안해 하시며 자신들이 할 일이 무엇인지 물었어요. 다른 주교님는 예전에 성소수자라며 고해성사를 보는 당사자가 있었는데, 그때는 너무 몰라서 제대로 성사를 못 줬다며 사과하셨어요. 그분은 지금처럼 알았다면 제대로 성사를 줬을 것이라고 하셨지요. 어느 주교님은 제가 보내드린 책에 감동 받았다며 책을 교회에 다 돌리면 좋겠다고도 하셨어요. 이런 자리가 기적 같았어요.”

이날 홍 대표는 주교들에게 성소수자에 대해 잘 아는 가톨릭 사제, 수도자도 있지만 왜곡된 인식을 지닌 이도 많으니 성소수자를 바로 아는 교육이 매우 절실하다고 제안했고 이에 주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가톨릭 성직자, 무관심 넘어 벽이 아닌 다리 되길

성소수자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차별과 혐오를 없애는 데 필요한 지식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써낸 책 "무지개는 더 많은 빛깔을 원한다", 한국성소수자연구회, 창비, 2019. (표지 제공 = 창비)

가톨릭 사제나 수도자 가운데 지금까지 부모모임 사무실에 찾아온 이는 한 여자수도회의 수도자 단 한 명이었다.

“개신교 일부는 동성애를 무척 혐오하지만 무지개예수, 청파교회, 향린교회처럼 성소수자와 같이 예배하는 교회도 있어요. 성소수자에 대해 공부하고 관련 책을 내고 우리를 초대해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도를 꾸준히 해요. 성공회에는 길찾는 교회가 있고, 조계사에서는 매달 성소수자를 위한 법회를 해요. 그러나 가톨릭은 전혀 없어요. 지난해 한 수도회 수녀님들이 성소수자에 대한 강의를 연다고 저를 초대했는데 마침 퀴어축제와 겹쳐 못갔어요. 그 뒤 어땠는지 물어보니 강의가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내용이어서 수녀님들도 매우 놀랐다고 해요. 막상 초청한 강사가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교수였던 것이죠. 그만큼 교회 안에 성소수자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뜻입니다.”

홍 대표는 지난 성탄절에 광화문 거리미사에 참례했다. 그날 미사 지향에도 성소수자는 없었지만 그는 노동자, 장애인과 함께 성소수자를 위해서도 기도했다.

“우리 주변에는 늘 성소수자가 있어요. 당신 주변에 꼭 있습니다. 그날 미사 강론이 우리 성직자가 벽을 만들지 않고 다리가 되겠다,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사제의 고백이었어요. 커밍 아웃 뒤로 가장 행복한 미사였습니다. 그날 신부님들 표정이 매우 자유롭고 친근했어요. 본당 미사와는 달랐어요.”

홍 대표는 정의평화생명 활동을 하는 진보적 사제여도 성소수자에 대해서는 무지한 이도 봤다고 했다. 경찰의 물대포로 결국 숨진 백남기 농민에 대한 한 사제의 칼럼을 무척 감동하며 읽다가 글의 마지막에 트랜스젠더(성전환자)에 대한 내용이 나왔는데, 하느님이 주신 고유한 몸을 바꾼다며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홍 대표는 정치뿐 아니라 종교도 한국을 인권 후진국으로 만들었으며,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다. 그러면서 성직자들에게 사제 서품을 받을 때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초심의 마음을 당부했다.

“우리 사회는 인권 후진국이에요. 인권지수 만점이 100점이라면 한국은 12점이라고 해요. 그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견뎌 내야 합니다. 성직자나 정치인들은 이런 상황을 공부하고 바꿔 나갈 책임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알고 이해하기 위해 먼저 만나서 묻지는 않고 겉모습만 보는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부모모임은 늘 열려 있으니 찾아와 보고 들으며, 무지로 인해 지금까지 성소수자들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고 잘못을 했는지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돈명 인권상, 혐오와 차별에 먼저 간 어린 영혼들에게 바치고 싶어....

홍 대표는 미사 때마다 하는 ‘보편지향기도’에서 성소수자를 위한 기도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며 다양한 소수자, 사회적 약자를 위해 기도하면서도 왜 성소수자를 위해서는 기도하지 않는지 물었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벽장 안에서 혐오와 차별이 무서워 한 발자국도 나오지 못하는 성소수자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 주면 좋겠습니다. 혐오와 차별의 시련을 견디기 힘들어 참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성소수자들, 먼저 간 영혼을 위해 이 상을 바칩니다. 여러분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합니다.”

홍 대표가 10일 시상식에서 꼭 하고 싶은 말이다. 

그는 성소수자에 대한 무관심이 얼마나 많은 아이의 생명을 앗아가는지 교회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들이 동성애자임을 알고부터는 어느 건물에서 어린아이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왕따를 당해서 그랬다는 뉴스를 보면 우리 아이들(성소수자)일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너무 많이 봐 왔습니다. 그 부모들도 아이의 상황을 모르고 보내는 일이 많아요.”

그는 가톨릭에는 성소수자를 다룬 책이 단 한 권도 없다는 것이 무관심의 또 한 면을 드러내는 것이라면서 다시 한번 이들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 

제9회 천주교인권위원회 이돈명 인권상 시상식은 오는 10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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