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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지옥' 뉴욕에서 벗님들께 보내는 네 번째 편지

사랑하고 존경하는 벗님 여러분 그동안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주님 수난 성지 주일입니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30만 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도 8000명을 돌파했습니다. 이중 남한 인구의 30퍼센트 정도에 불과한 뉴욕 주의 공식 확진자도 12만 명을 넘었고 사망자도 1200명에 달한다는 소식입니다. 대구 인구와 비슷한 뉴욕 롱아일랜드 2개 카운티 확진자도 곧 4만 명을 돌파할 기세입니다. 벌써부터 시신을 보관할 영안실이 부족해 냉동창고까지 동원된다는 뉴스도 나오고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제 가까이에도 성큼 다가온 느낌입니다. 저와 매우 가까운 사람도 코로나 증세로 앓고 있습니다. 병실 부족으로 입원은 위중한 환자 아니면 엄두도 내지 못하고 병원에서 받아주지도 않습니다. 지난 편지에도 말씀드렸지만 뉴욕의 의료체계는 완전히 붕괴되었습니다. 개인병원은 거의 문 닫고 종합병원 응급실은 코로나 중환자로 넘쳐 포화상태입니다. 더욱이 급한 환자들이 예약 없이 갈 수 있는 ‘긴급치료 센터’(Urgent Care)도 코로나 증상이 있는 환자는 사절합니다. 그래서 사람들 사이에는 집에서 자가 치료하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숨은 환자들이 통계숫자의 10배는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어찌됐든 이제는 각자도생하는 모습입니다. 아들이 무엇을 전달하러 찾아와도 문 앞에 놔두고 전화로 알리는 실정입니다. 그나마 따뜻한 소식은 미 전역에서 8만 5000명의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이 자원봉사를 지원했다는 뉴스입니다. 쿠오모 주지사는 그래도 4만 5000명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의료진이 온다 해도 병실이 문제입니다. 여러 곳에서 야전병원 공사가 한창입니다.

오늘도 성당 문은 잠겼습니다. 그래도 사순절 마지막 성주간을 그냥 보내기가 아쉬워 멀리 떨어진 작은 언덕 위에 있는 롱아일랜드 마리안 슈라인을 찾았습니다. 산길 따라 설치된 14처를 기도하고 공기도 쐴 겸 다녀왔습니다. 그러나 그곳에도 많은 사람이 가족 단위로 기도를 바치고 있었습니다. 평소처럼 한가할 것이라는 기대는 무너졌지만 한편으로는 열심한 신자들이 많아 아직도 교회에 한 가닥 희망이 있음을 느낍니다. 

개나리, 진달래, 수선화에 벚꽃까지 만발한 동산에서 경치는 눈에 들어오지 않고 통회의 눈물만 쏟아지더이다. 모두 제 탓으로 생각되었습니다. 14처 하나하나가 모두 저의 잘못을 호되게 나무라는 것 같았습니다. 왕복 2시간 이상 드라이브했지만 잘 다녀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크게 보면 이번 코로나 팬데믹도 인류의 ‘속죄와 구원을 위한 참회’의 시간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저부터 “mea culpa, mea culpa, mea maxima culpa”(제 탓이오, 제 탓이오, 제 탓이옵니다)를 외치며 가슴을 칩니다. 다시 소식 전하겠습니다.

2020년 4월5일

뉴욕에서 장기풍 드림

장기풍(스테파노)
전 <평화신문> 미주지사 주간
2006년 은퇴. 현재 뉴욕에 사는 재미동포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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