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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지옥’ 뉴욕에서 벗님들께 보내는 두 번째 편지

사랑하고 존경하는 벗님 여러분 그동안 안녕하십니까. 

매일 7000-8000명씩 증가하던 뉴욕주 코로나 확진자가 오늘 드디어 6만 명을 넘었습니다. 며칠 전 코오모 주지사가 4월 중순을 고비로 뉴욕주 인구의 40퍼센트에서 80퍼센트까지도 감염될 수 있다며 ‘사회적 거리’를 반드시 지키고 노약자들은 집에서 외출하지 말라고 강력히 권고한 바 있습니다. 뉴욕주 인구는 대략 1950만 명이며 그중 1500만 명이 뉴욕시 5개 보로와 롱아일랜드 2개 카운티에 몰려 있습니다. 만일 주지사가 말한 최소 40퍼센트 감염이라고 해도 700만 명이 넘는다는 계산입니다. 

오늘은 미국의 전염병 전문가가 TV에서 5월 1일까지 효과적 방역이 성공할 경우 미국 전체 감염자는 100만 명으로 예상하지만 방역에 실패할 경우 1억 명 감염에 그중 1퍼센트인 100만 명이 사망할 것이라는 끔찍한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도 이튿날 취소하기는 했지만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 3개 주를 물리적으로 봉쇄하겠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대신 미국 정부는 이 지역에 여행주의보를 발령했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텅 빈 맨하탄 거리가 상징하듯 뉴욕은 적막의 도시로 변했습니다. 그나마 시민들은 비교적 질서를 지키고 조심하는 편입니다. 모든 교회와 식당과 극장, 공원의 어린이 놀이터까지 폐쇄했습니다. 주일예배 못 드리게 한다고 한국처럼 ‘종교의 자유’ 운운하는 교회도 없고, 영업할 수 있는 식품점과 약국도 손님과의 간격을 2미터 유지하며 출입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고속도로 전광판에는 “목숨을 구하려면 집에 머무시오”라는 의미의 문구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갑자기 사회활동이 끊긴 저는 손자녀 보러 아들네 집에도 갈 수 없고 귀국 예정이던 네덜란드 딸도 무기한 발이 묶였습니다. 카톡 화상통화로 안부 묻는 것으로 위안을 삼습니다. 

며칠씩 바깥바람 쐬지 않으면 못 견디고 우울증이 생길 것 같습니다. 성당이 폐쇄되어 조용히 묵상할 곳도 마땅치 않습니다. 차를 몰고 바닷가로 나갔습니다. 마침 사람도 없는 조용한 해변가를 발견했습니다. 모래밭에 주차하고 해변을 걸으며 2시간 묵주기도 바치며 걷는 것이 2주일째 일과가 되었습니다. 저의 개인 성당인 셈입니다. 며칠 전 프란치스코 교종께서 추적추적 비 내리는 밤에 성 베드로 광장에 홀로 서서 세계를 향해 우르비 엣 오르비 축복을 주시는 실루엣이 눈에 어른거립니다. 그분도 바티칸에 격리되어 꽤나 고독감을 느끼실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뉴욕에서 부활 대축일 대영광송의 꿈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처음 교회는 성목요일부터 미사를 재개할 계획이었으나 지금 사정으로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저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를 염려합니다. 14세기 유럽의 흑사병이나 1918년 스페인 독감 팬데믹이 가져왔던 정치, 사회, 문화, 종교와 국제질서 대변혁의 역사적 사실에 비춰 이번 코로나 팬데믹이 인류에게 어떤 후폭풍을 가져올 것인지 걱정입니다. 부디 지난 스페인 독감처럼 세계대공황에 이은 세계전쟁으로 발전되지 않기만을 간절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전염병 방역의 영역을 넘어 인간 삶의 전체가 연관된 전쟁만큼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죄악입니다. 

이번 팬데믹에서 가장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물론 시민 종교인 모두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외따로 고립됐다는 고독감과 약간의 공포심을 가지고 벗님들께 코로나 대란에 빠진 인류와 뉴욕시민들을 위해 기도드려 달라고 청합니다. 특히 신부님, 수녀님들께 부탁드립니다.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20년 뉴욕에서 장기풍 드림

장기풍(스테파노)
전 <평화신문> 미주지사 주간
2006년 은퇴. 현재 뉴욕에 사는 재미동포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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