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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지옥' 뉴욕에서 벗님들께 보내는 여섯 번째 편지

예수님, 참으로 부활하셨도다. 알렐루야!!!

사랑하고 존경하는 벗님 여러분, 예수님 부활을 축하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휩쓴 뉴욕은 침묵 속에 맞이하는 부활 대축일입니다. 성목요일의 세족례, 성금요일 십자가 행렬과 경배와 무덤조배, 부활성야의 긴 독서와 부활찬송(Exsultet)도 불과1년 사이에 감미로운 추억으로 회상됩니다.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셔서 빈무덤을 남기셨지만 이곳 공동묘지에서는 수많은 빈무덤을 만들고 있습니다. 장례식장과 묘지마다 예약이 쏟아지지만 관이 없어 시신들을 냉동차나 창고에 임시 보관하는 실정으로 공동묘지에서는 하관식을 못하고 예약된 묘지들을 조성하기 위해 수십 대 포크레인을 동원해 수많은 빈무덤을 만들고 있습니다. 

공동묘지의 아름답던 파란 잔디밭은 여기저기 파헤친 흙더미로 살벌한 광경이 되었습니다. 브롱스 해안에 버려진 무인도 하트 섬(Hart Island)은 코로나 희생자 집단매장지가 되었습니다. 방호복을 입은 인부들이 긴 구덩이를 파고 수십 년 전 한국처럼 얇은 소나무 관에 담은 시신을 2열로 나란히 쌓아 매장하는 광경이 보도되었습니다. 훗날 유족들이 찾을 것을 대비해 관에는 매직 펜으로 망자의 이름을 휘갈겨 놓았습니다. 이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기는 합니다. 미국 전체가 아닌 뉴욕주 사망자가 매일 700-800명씩 늘고 있습니다. 12일 현재 9385명이지만 내일이면 1만 명을 넘어섭니다. 뉴욕주는 남한 인구의 3분의 1입니다. 만일 한국에서 사망자가 3만 명이 나온다고 한다면 모르긴 해도 나라가 뒤집어졌을 것입니다. 뉴욕이 지금 그런 상황입니다.

이런 아수라장 속에서도 새로운 희망이 움트고 있습니다. 마치 1943년 2차 대전의 참화가 한창이던 이탈리아 북부 트렌토시가 폭격에 휩싸여 있을 때 끼아라 루빅을 중심으로 시작된 포콜라레(Focolare) ‘벽난로 운동’처럼 ‘함께 나누고 연대’하는 운동이 한인사회에도 조용히 시작되고 있습니다. 뉴욕에서 코로나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의 40퍼센트가 감염되었다는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병원에서는 마스크 공급이 여의치 않아 한 개로 5일 이상 사용하라는 지침이고 그나마 사비로 충당하라는 것입니다. 간호사는 한인 여성들이 대거 진출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이에 동포사회 일각에서 조용히 ‘마스크 보내기 운동’을 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기부하는가 하면 모 대학 동창회에서는 5000불을 선뜻 기부하는 등 코로나 일선에서 감염위험을 무릅쓰고 일하는 ‘백의 천사’들에게 온정이 답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인단체들은 서로간의 갈등과 불화도 있었지만 코로나와의 전쟁 앞에서는 서로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마치 선의의 사람들 몇 명이 77년 전 분열과 갈등으로 얽힌 세상에 '서로 간 사랑과 모든 이의 일치'를 목적으로 시작한 ‘벽난로’ 포콜라레 운동이 지금 모든 종교를 초월한 수백만 명이 다양한 분야에서 같은 목적으로 활동하는 것처럼 이러한 희망의 바이러스가 계속 퍼져나가 더 나은 세상을 후손들에게 길이 물려주는 계기가 되기를 기도해 봅니다. 뉴욕의 각급학교도 여름방학 때까지 휴교를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사실상 한 학기를 건너뛰는 셈입니다. 언제쯤 뉴욕의 성당과 교회에서 목청 높이 “예수 부활하셨도다, 알렐루야‘ 성가가 울려 퍼질지는 모르겠습니다. 벗님들의 기도를 청합니다. 다시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4월12일 예수부활 대축일에

뉴욕에서 장기풍 드림

장기풍(스테파노)
전 <평화신문> 미주지사 주간
2006년 은퇴. 현재 뉴욕에 사는 재미동포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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