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가장 연대적인 사람 - 맹주형]

얼마 전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발간하는 ‘금융과 발전’(Finance & Development) 계간지에 ‘기후 변화에 대한 자연의 해결책’(Nature’s Solution to Climate Change)이란 제목의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기후변화를 해결하는 자연은 바로 고래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해양생물학자들은 최근 고래, 특히 대왕고래같이 큰 고래가 대기에서 탄소를 포획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발견했다.

고래는 지방과 단백질이 많은 몸 안에 몇 톤의 탄소를 저장하고, 죽으면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다. 가라앉은 고래는 한 마리당 평균 3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격리시켜 수세기 동안 탄소를 없애는 효과가 있다.

또 고래가 배출하는 배설물도 이산화탄소 흡수에 기여한다. 심해에서 먹이를 찾는 고래는 해수면 근처에서 배설물을 내보내는데 이때 질소와 인, 철을 포함한 다량의 영양분이 함께 배출된다. 이 영양분들은 식물성 플랑크톤의 성장을 자극하고, 플랑크톤의 광합성으로 이산화탄소가 흡수된다. 남극해 향유고래 1만 2000마리의 배변활동은 식물성 플랑크톤 생장을 자극해 매년 대기 중에 20만 톤의 탄소를 바다에 격리시키고 있다. 고래가 이렇게 인류에게 제공하는 생태계 서비스를 돈으로 환산하면 마리당 200만 달러(약 24억 원) 수준이다.

고래의 탄소, 산소 흐름. (이미지 출처 = IMF 홈페이지 갈무리)

보고서는 고래와 같은 자연의 이산화탄소 제거 기술을 ‘노테크’(no-tech) 전략이라 표현한다. 인류가 지구온난화 시기에 공기 중의 탄소를 직접 포획해 지구 깊숙이 파묻는 해결책은 복잡하고 테스트되지도 않았으며 매우 비싸다. 하지만 고래가 자연에서 탄소를 줄이는 기술은 놀랍도록 간단하다. 그래서 ‘노테크’다.

이제 ‘기후변화’라는 말보다 ‘기후위기'(crisis)가 더 적합한 때다. 예년과 다른 잦은 태풍의 영향과 피해를 보아도 그렇다. 프란치스코 교종의 말대로 기후는 모든 이의, 모든 이를 위한 공공재이며, 인간 삶의 필수 조건이다. 그런데 생존의 필수 조건이 위협받으며 멸종 위기를 느낀 청소년들과 젊은이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UN기후행동 정상회담이 있었던 지난 9월 뉴욕, 시드니, 베를린, 서울 등 150개 나라 대도시에서 400만 명의 사람들이 “기후 위기 비상사태를 선포하라!”, “직접 행동하라!”를 외쳤다. 서울 대학로에는 기후 집회 최초로 5000명이 넘는 시민이 모였고, 처음으로 가톨릭기후행동 미사가 봉헌되었다.

기후위기 상황을 알리기 위해 종각 일대에서 참가자들이 모두 바닥에 드러눕는 '다이- 인'(die-in) 퍼포먼스. (사진 제공 = 기후위기 비상행동)

어머니 지구는 고래가 탄소를 없애도록 키우는 데 수백만 년의 시간과 공을 들였다. 하지만 인간은 이 생태계 요람을 가장 짧은 시간에 파괴하고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순하다. 고래가 살도록 하는 일이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우리에게 말한다. “인류는 이러한 온난화에 맞서 싸우거나, 최소한 인간이 이러한 온난화를 일으키거나 악화시키는 원인들에 맞서 싸우려는 생활양식과 생산과 소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찬미받으소서' 23항)

오는 11월 19일(화) 기후 위기 상황에 맞서 싸우기 위해 가톨릭의 기후행동을 준비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기후위기 시대 그리스도인은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기후변화에 대한 인간과 자연의 해결책을 함께 찾아보자.

맹주형(아우구스티노)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정의 평화 창조질서보전(JPIC) 연대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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