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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영주댐, 우린 그렇게 고향을 잃었다[예수, 가장 연대적인 사람 - 맹주형]

허영만 만화 "식객" 가운데 ‘연어’ 편이 있다. 장돌뱅이 뻥튀기 상인 이야기다. 뻥튀기 기계가 일제 강점기 청룡포를 잘라 만든 골동품이라 말하는 다소 뻥스런 장돌뱅이는 고향이 어디냐는 기자의 질문에 고향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고향이 수몰된 대청호였다. 만화의 배경은 대청댐 건설로 수몰된 외덕 마을 이야기다. 장돌뱅이는 자신의 기사와 같이 실린 고향사람들 사진을 보고는 심하게 아프다. 장돌뱅이는 결국 고향이 잠긴 대청댐을 찾아가 뻥튀기를 날리며 물속 고향을 본다. 만주네, 칠성이네 집도 보고, 판돌이네 주렁주렁 매달린 빨간 감도 보고, 박 씨 영감 소와 어릴적 멱 감던 개울도 본다. 그리곤 연어처럼 물속 고향으로 돌아간다. 만화는 물 위로 튀어 오르는 연어를 보여 주며 끝이 난다. 태어난 강물의 냄새를 기억해 다시 돌아오는 연어는 장돌뱅이였다.

이명박의 ‘마지막 4대강 사업’이라 불린 영주 다목적 댐 건설사업. 이곳에도 사라진 고향 마을을 그리워하는 연어 같은 사람들이 있다. 영주댐이 있는 내성천은 아홉 번 굽이굽이 흐른다 하여 ‘구곡천’이라 불린다. 나는 4대강 공사 전 내성천에서 허벅지까지 빠지던 모래강의 그 부드럽고 서늘한 기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 내성천의 가장 아름답고 가장 물 많은 곳에 2009년부터 목적이 없는 ‘다목적’ 댐을 만들었다. 처음엔 8500억 원 공사라 했지만 결국 공사비는 1조 1000억 원이 넘게 들었다. 다목적 댐은 애초부터 거짓말이었고 2016년 10월 25일 댐 준공 후 물을 담자 녹조만 피어올랐다.

영주댐이 만들어진 자리에는 400년 역사 금강 마을이 있었다. 마을이 수몰지구로 지정되자 주민들은 찬반으로 갈라져 결국 뿔뿔이 흩어졌다. 끝내 고향을 버리지 못한 일부 주민들은 영주댐 위 이주단지로 이사했다. 주민들은 이주하며 마을의 200년 넘은 소나무도 옮겨 달라고 했다. 주민들과 함께 살던 200년 수령의 소나무를 섬세히 다루어 옮겨야 했지만 마구 뿌리가 잘라진 소나무는 이주단지 옆에서 채 2년을 못 살고 베였다.

죽어서 잘린 소나무 밑동. ⓒ맹주형

그리고 녹조로 물을 담지 못하자 영주댐 아래 살던 마을이 드러났다. 마을을 감싸던 숲과 집들이 보이고 300년 수령 밤나무도 아직 살아 있었다. 주민들은 연어 떼처럼 옛 마을을 보러 댐 아래로 내려갔다. 이렇게 고향 마을을 다시 볼 수 있어 다행이라 말하지만, 다시 살 수 없는 고향 마을을 보는 그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수몰로 농사 지을 땅도 없어졌다. 주민들은 영주댐이 지어지고 명품 다리가 만들어지면 민박으로 먹고 살려고 2층 집을 지었지만 관광객은 오지 않는다. 녹조 끼는 콘크리트 덩어리 댐에 사람들은 오지 않고, 댐 아래 무섬 마을로 간다. 하지만 댐 건설로 모래가 사라져 무섬 마을도 외지에서 모래를 가져다 붓고 있다. 사람들은 원래 강 모습을 보러 오기 때문이다.

시인 안도현이 어릴 적 “금모래 속에 몸을 묻고 놀다가 지치면 모래무지가 보이는 물속에 뛰어들던” 내성천은 그렇게 사라지고 있다. 부드럽고 서늘했던 내 첫 모래강의 기억도 그렇게 사라지고 있다. 돈, 개발, 욕심의 화신이자 상징인 이명박 4대강 사업으로 우린 그렇게 고향을 잃었다. 더 이상 냄새로 기억해 돌아갈 고향은 없다. 고향이 사라지면 삶도, 희망도 사라진다.

모습을 드러낸 금강 마을. ⓒ맹주형

맹주형(아우구스티노)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정의 평화 창조질서보전(JPIC) 연대 담당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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