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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시스템에 갇힌 세계, 기후위기 도피처는 없다"한국 '가톨릭기후행동' 창립, "기후 비상 사태 선포하라"

한국 가톨릭기후행동이 출범 미사를 봉헌하고 본격 활동에 나선다.

‘가톨릭기후행동’은 1월 20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출범 미사와 창립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가톨릭교회 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연대체로서 기후위기에 대한 교육과 교회 안팎의 연대, 정책 변화를 위해 활동하겠다고 선언했다.

가톨릭기후행동은 지난해 9월 5일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부터 준비를 시작해 두 차례의 전체 회의를 거쳐 창립됐으며, 현재 30여 개 단체와 300여 명의 개인이 연대하고 있다. 또 김종화 신부(작은형제회), 임미정 수녀(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장), 최경혜 대표(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 이혜림 씨 등이 공동대표를 맡았다.

창립미사에 앞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참석한 공동대표들은 발언을 통해 가톨릭기후행동의 방향을 밝히는 한편, 전 세계적 기후위기 대응에 교회가 적극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1월 20일 한국 가톨릭기후행동이 출범을 선포했다. 창립 미사에 앞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정현진 기자

“기후는 모든 이의, 모든 이를 위한 공공재입니다. .... 인류는 지구온난화에 맞서 싸우거나, 최소한 인간이 이러한 온난화를 일으키거나 악화시키는 근원들에 맞서 싸우려는 생활양식과 생산과 소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찬미받으소서’ 23항)

“기후위기 앞에 우리 모두는 안녕한가요”
야전병원으로서 기후행동을 시작한다

먼저 청년대표로 나선 이혜림 대표는 “청년으로서 사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나선 것은 다음의 자리를 준비하기 위해서”라며,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우리는 특정 집단과 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세상을 더 사랑하기 위해 모였다. 서로 사랑으로 보듬으며 희망하는 세상을 위해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경해 대표는 “지구라는 한 집에 살고 있는 내가 무엇이라도 해야 하기 때문에 이 자리에 나섰고, 즐거운 불편을 기꺼이 나누고자 한다”며, “개인적인 실천으로는 넘을 수 없는 큰 산이 위정자들, 경제 지배계층의 폭력적 에너지 정책이다. 그들에게 내일은 당신들이 사는 그 마을에서도 (지구의) 울부짖음을 듣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하겠다”고 말했다.

수도자 대표 임미정 수녀는 “지금이 바로 구원의 때이고 기후행동에 나서는 것은 긴급한 곳으로 달려가는 야전병원으로서 교회의 역할”이라며, “기후악당국가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당장 정책을 전환해야 하며, 올해 4월 총선에서 교회의 정책을 지지하는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며 정치적 행동을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김종화 신부는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는 것은 가톨릭 신자들이 부여받은 예언적 직무이며, 현재 상황은 결국 그리스도인들이 예언직무에 충실하지 못했음을 반성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톨릭기후행동이 결국 또 하나의 환경단체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을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교회 내에서는 아직 적극적으로 호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지금은 개인적인 노력과 실천만으로는 안 되며, 지금의 방식을 멈추자고 거리로 나와야 할 때다. 그리스도인들부터 가장 중요한 삶의 자리에 기후위기 문제를 놓고, 교회가 먼저 비상행동을 선포할 수 있도록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기후악당국가' 한국, 기후변화대응지수 61개 국가 중 58위

한편 ‘가톨릭기후행동’은 창립 선언문에서 기후 위기는 근본적으로 윤리적이고 종교적인 문제로 기성 세대의 탐욕과 무책임이 미래 세대에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에 정당화될 수 없고, 무분별한 욕망으로 다른 생명체의 삶을 위협하는 것 또한 윤리적으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2019년 12월 저먼워치, 기후행동네트워크, 뉴클라이미트연구소가 공동발표한 ‘기후변화대응지수(CCPI)’에 따르면, 한국은 총 61위의 발표 순위 가운데 58위를 차지했으며, 이는 지난해 57위에서 한 계단 더 떨어진 결과다.

평가 기준은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과 에너지 소비량, 그리고 한국 정부의 2030년 중장기 목표가 국제사회 기준을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고서는 이에 대해,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 노력이 매우 미흡하며, 재생에너지 증가 비중이 여전히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또 지난 2016년 영국의 기후변화연구기관 ‘기후행동추적(CAT)’은 기후변화 대응에 가장 무책임하고 게으른 세계 4대 기후악당 국가 중의 하나로 ‘한국’을 선정한 바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이같은 평가에도 한국은 올해 2020년 경제정책방향 발표에서 경제상황 돌파를 위한 첫 번째 정책으로 ‘투자활성화 총력 매진’을 정하고, 민간, 민자, 공공 분야 100조원 투자액 가운데 7조 2000억 원을 울산과 여수의 석유화학공장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또 녹색투자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전기 승용차와 급속충전소 지원은 각각 승용차 2만 3000대 확대와 충전소 300곳 증설 정도에 머문다.

이런 맥락에서 ‘가톨릭기후행동’은 먼저 정부에 대해서는 기후위기에 대한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기후위기 비상상황을 선포할 것과 국회에는 기후위기에 대처할 특별기구 설치와 관련 법안을 제정하라고 요구했다.

또 언론에 대해서는 전 세계 가장 큰 안보 문제인 기후위기 심각성에 대해 깊이 인식하고 과학적 자료를 바탕으로 진실하게 보도하라고 요구했다.

한국 산업계에 대해서는 화석연료를 사용한 경제성장의 결과가 기후위기라는 책임을 인정하고 석탄화력발전을 통한 산업 기반을 멈출 것, 생태적 전환 운동과 기후 피해지역 주민을 위한 협력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교회를 향해서는 기도생활과생태 교육, 생활방식 전환을 비롯해, 교회 각 기관과 수도회가 운영에서 직간접적으로 연관되는 화석연료 기업과 금융 투자를 철회하는 운동을 벌일 것과 기후정의에 따르는 정책이 수립될 수 있도록 정치행동에 나설 것를 촉구했다.

'가톨릭기후행동' 창립 미사.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장 강우일 주교와 사제단이 공동집전했으며, 신자 약 200여 명이 참석했다. ⓒ정현진 기자

“기후 위기에서 도망칠 곳은 없다”

이어진 창립 미사에서 주례를 맡은 강우일 주교(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장)는 먼 과거, 고대시대에도 기후변화는 있었고, 그에 따른 이주민과 난민들이 생겨났었지만, 모든 시스템이 전 세계적으로 통합된 현대 지구상에서는 더 이상 이주할 곳은 없다고 경고했다.

강 주교는 과거 문명은 산과 바다로 구분되고 거리가 멀어 하나의 문명이 사라져도 다른 문명은 지속되거나 새로운 문명이 생길 수 있었지만, 자본주의가 장악한 현대에는 지구 전체가 하나의 시장으로 엮이고 통합되었다며, 그러나 이는 결국 “전 지구가 하나의 시스템에 갇혀버린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 물류망도 하나로 연결되어 한국의 수도권에서도 이에 의존해 먹을거리를 구하고 있지만 지구촌 어디선가 큰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어떤 사태가 발생할지 상상할 수 없다며, “하나의 예로 2010년 러시아의 기후위기로 밀 생산량이 25퍼센트 줄면서 시리아에서는 식량을 구하지 못해 폭동이 일어나고 극단적 단체도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이 모든 정책과 시스템을 책임 질 수 있는 사람은 없으며, 후쿠시마 사태때, 도쿄 전 관료들이 “상정한 범위 밖의 일이 있어났기 때문에 우리는 모른다”는 말이 그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강 주교는 “오늘날 기후위기에서 하나의 문명으로 연결된 채 살아가는 우리에게 떠날 수 있는 땅은 없다”며, “그러나 우리 정부와 사회는 당장 선거에만 집중하고 있으며, 인류 전체의 생존과 직결되는 기후의식에 너무나 둔감하고 초보적이다. 이들을 뽑는 국민들이 보다 예민해지고 압력을 행사하는 길 외에는 없다. 그러한 의식을 가진 이들이 더 많이 늘어나도록 주님께 도우심을 청하자”고 요청했다.

미사 뒤에는 모든 참가자가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부터 광화문, 대한문 등을 거쳐 행진에 나섰다.

미사와 행진에 참석한 황인철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장은 참가자들에게 “정부와 정책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서는 국회를 바꾸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각 본당에서 사순특강 주제를 기후위기로 정하도록 요청하고, 아는 이들이 먼저 본당 교육에 나서 달라. 또 각 본당 지역의 국회의원 후보자들에게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청하고 이 문제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신자들이 앞장서 달라”고 요청했다.

2020년 ‘가톨릭기후행동’은 창립총회 이후 지속적인 교육과 연대 활동에 참여할 예정이다. 상반기 계획에 따르면 매월 셋째 주 목요일에는 ‘기후변화 시네톡 상영회’가 이어지며, 2월과 3월에는 기후행동학교 심화 강의를 진행한다. 또 사순 기간에는 몽골 기후피해지역 탄소저금통 운동에 참여해 기금을 모으고 3월 14일에는 전국기후위기비상행동에 동참한다.

창립 미사 뒤, 거리 행진에 나선 참가자들. ⓒ정현진 기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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