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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호주와 우리나라의 공통점[예수, 가장 연대적인 사람 - 맹주형]

호주가 불타고 있다. 불타는 호주와 우리나라의 공통점이 있다. 2016년 호주와 우리나라는 국제환경단체인 기후행동추적(CAT)이 선정한 세계 4대 기후 악당 국가들이다. 기후 악당이 되려면 우선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아야 하고, 석탄화력발전소를 수출하고 지원하는 식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무책임하고 게을러야 한다. 공통점은 또 있다. 독일의 환경 정책 관련 비영리 기구인 GermanWatch는 각 나라의 ‘기후변화 대응지수’(Global Climate Performance Index)를 발표한다. 기후변화 대응지수는 나라마다 온실가스 배출 추세, 배출 수준, 기후정책 등을 조사해 순위를 매긴다. 올해 기준 61개 나라 가운데 호주는 53위이고 우리나라는 58위다. 기후변화 대응지수 50위권 꼴찌 수준이 또 하나의 공통점이다. 세 번째는 석탄이다. 호주는 세계 2위의 석탄 수출국이다. 우리나라는 2014년까지 세계 2번째 석탄 투자국이었고 현재 세계 5위의 석탄 수입국이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석탄 등 화석연료의 생산과 소비, 느린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호주와 우리나라는 여러모로 닮아 있다.

어제 호주대사관이 있는 광화문에서 호주 산불로 희생된 생명을 추모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호주 산불과 기후위기 상황을 걱정하는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시민들은 잿더미가 된 숲과 마을, 불에 타죽은 캥거루, 붉은 화염 사이를 오가는 코알라 등 호주 산불로 희생된 모든 생명에 애도를 표했다. 집회에 참석한 한 아이는 불타는 나무 위에 매달린 코알라를 그리고 그 옆에 “코알라를 살려 주세요.”라고 적었다. 한 시민은 기후위기 시대에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지하철에서 사람들에게 석탄발전을 줄이고 기후위기에 방관하는 정부를 압박해 달라고 호소한다고 말한다. 이런 시민들의 마음과 행동과는 다르게 호주 정부는 기후위기에 무책임했으며 문재인 정부는 방관하고 있다.

호주 산불로 희생된 생명을 추모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촛불 집회에 참가한 어린이들. ⓒ맹주형

프란치스코 교종은 2015년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발표했다. 이 회칙은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에게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언급한 첫 번째 ‘기후 회칙’이다. 회칙 1장에서 프란치스코 교종은 호주 산불과 같은 지구의 울부짖음을 이야기한다. 이 울부짖음의 이유는 하느님께서 지구에 선사한 자원 재화들을 인간이 무책임하게 이용했고 남용으로 손상했기 때문이다. 누이요 어머니 지구를 인간이 마음대로 약탈할 권리를 가진 양 행동하고 자처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캘리포니아와 시베리아의 산불, 푸에르토리코를 덮친 태풍, 호주 산불까지 모두 지구의 울부짖음이다.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말하고 있는 공동의 집을 보호하고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방법은 결국 화석연료, 탄소 경제 중심의 산업 문명에서 벗어나 생태 문명으로의 전환이다. 하지만 번지는 산불 속에서 휴가를 떠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7개를 짓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서 생태 문명의 전환은 요원해 보인다.

호주 산불로 희생된 생명을 추모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촛불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 ⓒ맹주형

오는 1월 20일 우리나라에서도 ‘가톨릭 기후행동’이 출범한다. 가톨릭 기후행동(The Global Catholic Climate Movement)은 2015년 ‘찬미받으소서’ 회칙에서 언급한 기후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만든 국제단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9월 5일 모든 피조물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과 9월 21일 기후위기 비상행동 집회 때 가톨릭 기후행동 미사를 봉헌하고 토론회 2번과 준비 회의 6번을 거쳐 출범한다. 가톨릭 기후행동은 기후위기 상황의 야전병원 역할을 자임하며 이날 한국 교회와 정부, 국회, 언론, 산업계에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요구를 전하고 기후행진에 나선다.

우리는 아직 모든 것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 인간은 최악의 것을 자행할 수 있지만 다시 선을 선택하며 시작할 수 있다. (‘찬미받으소서’ 205항) 추운 날씨 속에 호주의 생명과 불타는 지구를 위해 촛불을 든 시민들. 지하철에서 기후위기를 알리는 시민들. 기후 미사와 행진에 나서는 신자들. 옥상과 베란다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시민들. 코알라를 살려 달라고 기도하는 아이들이 불타는 지구를 살린다. 기후위기와 무관한 듯 살아가는 교회와 정부와 기업도 선을 선택하고 기후행동에 나서야 한다.

2019년 9월 21일 대학로에서 가톨릭 기후행동 미사를 봉헌했다. ⓒ맹주형

맹주형(아우구스티노)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정의 평화 창조질서보전(JPIC) 연대 담당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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