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가장 연대적인 사람 - 맹주형]

지난 8월 21일, 설악산 케이블카 백지화 촉구 생명평화미사 모습.(앞줄 맨 왼쪽 박그림 대표) ⓒ맹주형

걱정을 많이 했다. 조국이 아니라 박그림 대표다. 먼지와 매연, 소음 가득한 서울역 맞은편 환경부 서울 사무소가 있는 서울 스퀘어 빌딩 앞에 작은 텐트가 있다. 이곳에서 오늘로 34일째 설악산 케이블카 취소 농성 중인 박그림 대표 걱정이다. 지난주 환경부의 설악산 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결과 발표를 요구하며 한 단식으로 더 많이 말랐다. 조국 장관 일가에게 그토록 광기와 집착을 보이던 언론은 박근혜 최대 환경적폐 사업으로 추진되었던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의 문제점과 도심 한가운데서 말라 가고 있는 박그림 대표는 보도하지 않는다. 아니 관심조차 없다.

9월 9일 국회에서 이상돈 의원과 4대강 재자연화 시민위원회 등이 영주댐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서 이명박 마지막 4대강 사업 영주댐은 국내 최대 하천수질개선용 댐으로 지었지만 1급수를 5급수로 만든 녹조 제조공장이 되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토론회에 참석한 환경부 수자원정책국장과 수자원공사 책임자들은 시민단체, 지역주민, 전문가 등이 참여한 거버넌스를 통해 영주댐을 원칙과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듣고 있자니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이명박 4대강 사업의 편법과 비리, 혈세 낭비 등 온갖 문제에는 입 다물던 환경부와 수자원공사가 반성도, 사과도 없이 원칙과 절차를 말하고 있다. 

토론회 좌장은 서울대학교 김정욱 명예교수가 맡았다. 이명박 시절 4대강 사업 반대활동을 하다가 검찰 조사와 압력을 받았고 지금은 국가 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을 맡아 새만금, 4대강 사업에 복무했던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의 개발 압력에 맞서고 있다. 김 교수는 토론회 마무리 발언으로 수자원 공사는 국민에게 죄송해야 하고 환경부는 책임져야 한다고 일갈했다. 그리고 간단히 영주댐에 대한 결론을 내렸다. 지난 30년 동안 수질이 개선되었던 댐 사업은 단 한 건도 없었다고.

그랬다. 이명박근혜 시절 검찰, 공무원, 언론 등은 국민들과 동떨어진 인식과 태도로 4대강 사업, 설악산 신규 케이블카 추진, 세월호 참사 등에 대해 잘못된 정부 정책에 복무했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복무자들은 부서를 바꿔 살아남았고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았다. 반성 없이 청산되지 않은 세력들은 이제 다시 원칙과 절차 운운하며 장관 후보자를 검증하고, 환경영향평가를 이미 마친 설악산 케이블카 결과 발표를 미루고, 녹조 제조 공장이 된 영주댐의 해체가 아닌 담수를 말하고 있다.

서울역 맞은편 텐트 농성장에서 만난 박그림 대표는 걱정하는 내게 설악산 케이블카는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라 오히려 위로의 말을 건넨다. 권력의 관점이 아닌, 아파하는 자연과 이웃에 대한 슬픔과 연민에서 나오는 깊은 확신 같았다. 때론 왜 고통과 슬픔은 늘 국민의 몫이어야 하는가 분노했다. 하지만 그 슬픔과 공감의 연대가 우리의 힘이었다. 그렇게 또 세상은 바뀔 것이다. 

맹주형(아우구스티노)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정의 평화 창조질서보전(JPIC) 연대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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