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규제 완화, 박근혜 추진 합작품

“설악산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사업, 환경부가 비밀TF 구성해 부정으로 통과 주도했다.”

환경정책제도개선위원회가 환경부가 비밀TF를 통해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사업을 통과시킨 부정 행위를 확인했다고 밝히고, 케이블카사업 환경영향평가에 ‘부동의’하라고 권고했다.

환경정책제도개선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지난 9년 동안 환경부의 폐단을 조사, 진단하고 불합리한 관행과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20여 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민간위원회다. 위원회가 23일 1차 발표한 내용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사업과 저탄소협력금제도, 환경영향평가제도 등 3가지다.

위원회는 먼저 환경영향평가가 진행 중인 설악산 케이블카사업이 두 차례의 국립공원위원회 부결에도 재추진된 배경은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정책건의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 경제장관회의 후속조치에 따른 것이라고 확인했다.

2014년 6월 전경련은 자연공원 내 케이블카 및 산악열차 설치가 국립공원위원회 심사로 사실상 불가하다며, 규제 정책이 경제 활성화를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해 8월,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는 설악산케이블카사업을 관광, 콘텐츠 서비스 분야에 성과 구체화 프로젝트로 제시됐다. 이같은 과정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설악산케이블카 조기 추진”을 직접 지시했다.

위원회가 환경부 내부 문서 등으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환경부는 2015년 4월부터 8월까지 오색케이블카사업 대응 비밀TF를 운영했으며, 이 TF는 국립공원위원회 심의자료인 민간전문위원회 종합검토보고서 작성에 관여하고 국회에서 위증을 하는 등 부정행위를 했다.

2015년 당시 환경부는 케이블카사업과 관련 국회에 낸 서면답변에서 “민간전문위원회에서 환경부로 제출한 종합검토보고서 원본을 수정한 사실이 없다”고 했지만, 사전에 ‘삭도(케이블카) 검토기준’ 부합여부, 검토보고서 및 민간전문위원회 최종 검토보고서 작성에 관여했다.

또 민간전문위원회 현장조사 및 검토보고서 작성을 지원하고 케이블카 사업자인 양양군과 현장조사 계획을 사전에 논의했으며, 국립공원위원회 심의 전, 케이블카 추진 점검을 위한 외부 전문가회의를 진행하는 등 케이블카사업 심의 통과를 위해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

위원회는 “설악산오색케이블카사업 관련 자연환경영향평가서와 공원계획변경(안)이 자연공원 삭도설치 운영 가이드라인에 부합하지 않는데도 제113차 국립공원위원회에 제공돼 승인 처분을 받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확인했다.

당시 제공된 정보 가운데 대표적으로 왜곡된 것은 케이블카 경로 가운데 4-6번 지주 인근이 산양 주요 서식지임에도 산양이 한 마리밖에 없다며, 산양 주요 서식지가 아니라고 보고한 것이다.

또 양양군의 경제성보고서 조작, 지방재정투자사업 심사규칙 위반, 구매계약 부당체결 및 특정업체 특혜 등의 문제점도 확인했다며, “부당하고 부정하게 추진된 케이블카사업에 대해 환경부가 감사 등을 통해 재검증하고, 사업 타당성에 대한 전면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사업은 사실상 이명박 정부의 국립공원 공원 시설에 대한 규제완화로 시작됐다. 이명박 정부는 2010년과 2011년 자연공원법 시행령을 개정해 자연공원에 무궤도열차, 경비행장, 소규모 공항을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공원위원회 심의대상을 축소하고, 삭도 규제도 2킬로미터 이하에서 5킬로미터 이하로 완화했다.

위원회는 이와 관련, 장기적으로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립공원위원회를 통해 이명박 정부부터 규제 완화로 개정 또는 변화된 사항, 기준 등을 전면 재검토하고 복원할 것과 이를 위한 민관합동TF를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환경정책제도개선위원회가 23일, 환경 적폐 사업 1차 조사 내용을 발표했다. ⓒ정현진 기자

환경영향평가제도 전면 개선 요청

위원회는 이와 함께 저탄소차 협력금제도 정상화와 환경영향평가제도의 전반적 검토, 수정도 요청했다.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위원회는 “사업자 평가서 작성에 따른 공정성 문제, 환경기준 준수 여부 중심의 한계, 법적 지위의 한계, 다양한 대안 검토의 어려움, 협의 이후의 상당한 변경, 평가서 작성과 절차 비공개” 등을 지적하며, 평가서 신뢰도와 주민의견수렴 강화, 불투명한 협의 과정 보완, 사후 관리 강화 등을 제안했다.

지난 24년간 환경영향평가 부실 처분은 42건에 그쳤고, 2004년부터 2012년 사이에는 부실평가로 처분된 사례가 없다.

또 위원회는 저탄소차 협력금제도에 대해 “정부, 국회, 산업계, 시민단체가 참여한 사회적 합의로 시행이 결정됐지만 2014년 9월, 시행 3개월 전 2020년 이후로 연기된 것과 관련법 개정 및 하위법령 제정이 이뤄지지 않은 헌정사상 초유의 입법 부작위”라고 지적했다.

관련법인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은 2014년 10월 국회에 제출됐지만 “2015년 1월부터 시행”이라는 부칙이 부결돼, 현재까지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제정되지 않은 입법 부작위 상태다.

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환경부에 면밀히 검토해 제도를 정상화하라고 권고하고, 동시에 고효율 저탄소차 구입 유인 수단과 전기차 등 저탄소차 보급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라고 했다. 또 경유차가 미세먼지 유발이 많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하는 저탄소차 협력금을 받기 유리하다며, 제도 보완과 환경비용을 오염자가 부담하는 정책 검토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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