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혼인성사. (사진 출처 = en.wikipedia.org)

오늘 다뤄 볼 속풀이 질문은 일종의 문제제기처럼 들립니다. 관습적으로 생각한다면, 결혼을 하는 이들에게 결혼생활을 하는 선배로서 존경받는 이가 혼인 주례를 맡는 것이 당연해 보이니까요. 말이 나온 김에 덧붙여 문제제기를 한 가지 더 한다면, 종종 주례자 없는 결혼식도 있는데 과연 주례가 필요하긴 한 걸까요?

하지만, 신랑 측과 신부 측의 합의를 통해 예식의 형식을 나름대로 꾸밀 수 있는 일반적 결혼식과는 달리 혼인성사는 하느님의 은총이 드러나는 사건이며 지켜야 하는 몇 가지 조건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장소는 성당에서 사제나 부제의 주례로, 신랑, 신부 측의 증인이 함께해야 한다는 사항들입니다. 그래서 혼인성사의 주례자는 사제나 부제가 됩니다. 

그런데 혼인성사에서 주례자를 일반적 결혼식의 주례자와는 구분해야 할 필요가 생깁니다. “성사”라는 성격상 이 사건에는 핵심적 역할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즉, 이 성사의 “집전자”가 등장함으로써 주례자와 구분되는 것입니다. 혼인성사에서 주례자는 엄밀히 교회를 대표하여 신랑과 신부의 혼인 서약을 접수하고 식을 진행하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집전자는 그 예식에 필수불가결한 사람이라고 해야 합니다. 즉, 그가 없으면 그 사건을 본질적으로 완성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혼인성사에서는 누가 주례자이고 누가 집전자가 되어야 할까요? 주례는 사제 혹은 부제, 집전자는 신랑과 신부입니다. 그들이 없다면 혼인성사라는 말 자체가 성립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예식장에서 올리는 혼인 때 등장하는 주례와 혼인성사의 주례는 구분됩니다. 게다가 전자의 경우에는 주례자가 등장하지 않고 신랑, 신부가 직접 서약을 주고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면 후자의 경우는 각자의 역할이 전통적으로 지켜져 왔습니다. 따라서 혼인성사에서는 사제가 혼인하지 않는 것이 아무런 제약이 되지 못합니다. 혼인과는 상관없이 정해져 있는 역할이 있기 때문이며, 주례자의 강론도 꼭 결혼생활에 대한 실제적 조언이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 속풀이와 관련하여 전에도 다뤘던 기사를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혼인성사의 집전자는?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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