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신학과 영성 교회상식
사제의 예식장 주례 합당한가?[교회상식 속풀이-박종인]

얼마 전에 아는 후배가 전화를 걸어 왔습니다. 가톨릭 신자인 친형이 늦게 결혼을 하는데 주례를 서 줄 수 있는지를 물어보려 했던 것입니다. 예전에 그의 어머니께서 수술을 앞두고 계셨을 때, 병자성사도 드린 적이 있고, 이사 갔을 때도 집 축성해 주러 갔던 그런 후배입니다. 그러니 그 집 경사인데, 일정이 맞으면 가겠노라고 대답하고는 날짜와 장소를 되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날짜는 언제고 장소는 어떤 예식장이라고 답했습니다. “예식장? 성당이 아니고?” 예식장이라는 말에 저는 살짝 마음이 닫혔습니다. 혼인성사를 위하여 성당에서 하는 예식이 아닌 경우, 솔직히 저는 혼인하는 당사자를 잘 아는 경우를 제하고는, 주례를 정중히 사양하는 입장입니다.(“예식장에서 혼인성사 올릴 수 있잖나요?” 참조) 따라서 혼인성사를 위한 주례가 아니라면 다른 사람을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습니다.

알고 보니, 후배는 세례를 받았음에도 혼인성사에 대해 잘 모르고 제게 부탁을 했던 것이었습니다. 반면에 저는 당연히 성당에서 거행하는 혼인예식 미사를 상상하고 있었던 것이고요. 그 후배 자신이 교회 안 혼인절차에 대해 잘 몰랐던 것은, 이미 결혼하고 나서 세례를 받았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런 경우에는 혼인을 앞두고 소속된 본당의 사제를 찾아가 혼인과 관련된 면담을 해야 하는 절차가 있다는 것을 알기 어렵지요.

결혼을 하고자 하는 약혼자 쌍을 위해 제가 도와주고 싶은 것은, “혼인성사”입니다. 즉, 부부가 하나되고자 하는 결의를 하느님 앞에서 할 때, 그 예식을 이끌어 주고 그 예식의 증인이 되어 주는 것입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이 예식이 이루어지는 물리적 장소는 성당이어야 합니다(교회법 1118조 참조). 아예 하객들을 모셔 놓고 성당에서 혼인미사를 통해 혼인성사를 거행하면 가장 좋겠지만, 상황이 그렇지 못한 신자라면 사제(혹은 부제)와 증인들의 입회 하에 성당에서 혼인성사를 간단하게라도 먼저 하고,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리도록 교회법은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예식이 간과되는 경우에 교회법상 혼인에 장애가 발생합니다. 교회법이 요구하는 형식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형식이 뭐 그리 중요하냐고 하실 분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혼인이란 것이 혼인을 맺고자 하는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하느님 안에서 일치를 이루는 거룩한 사건, 즉 성사임을 깨닫고 마음의 태도를 경건히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미사 형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면, 혼인성사는 십여 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이렇게 성사를 통해 부부가 된 뒤에, 집안에 비 가톨릭 신자들이 많은 이들은 흔히 예식장에서 한 번 더 예식을 치르곤 합니다.

   
▲ 혼인성사 (이미지 출처 = 지금여기 자료사진)

제 후배가 자기 친형의 결혼을 위해 제게 청했던 것은 그러니까, 신자에게 요구되는 형식을 건너뛰고 예식장에서 주례를 맡아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제가 정말 할 수 없는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사제는 혼인성사를 위해 요구되는 형식을 충족시켜 주는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성당이라는 장소에는 사제가 요구됩니다. 즉, 교회에 있어야 어울리는 사람입니다. 반면에, 일반 예식장에서는 그 역할이 구체적으로는 성혼선언을 해주는 것이겠지만, 결혼 당사자들 중 한쪽 집안의 어르신이나 은사께서 그 몫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런 기회를 이용해서 믿음직한 어른께서 신혼부부에게 축복을 빌어 주는 것이 아름다워 보입니다.

아니면, 혼인하는 당사자들끼리 서로에 대한 마음을 편지글에 담아 읽고 서약을 표현해도 좋겠습니다.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치르기에 앞서, 성당에서 이미 혼인성사 예식을 치른 이들이라면 굳이 성혼선언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고,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사회자가 선언문을 읽어 줘도 될 것입니다. 그 자리를 사제가 맡아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오히려 색색 조명, 안개 효과 등으로 일종의 공연을 벌이는 듯한 예식장의 분위기에 저는 매우 어색함을 느낍니다. 혼인 당사자와 친분이 없다면 굳이 그 자리에 주례자로 가야 할 아무런 이유를 못 찾겠습니다. 그냥 다른 하객들처럼 함께 박수 쳐주고, 차려진 음식 얻어 먹으러 가고 싶습니다.

하지만, 좀 더 정확한 이유는, 사제의 예식장 주례는 피하라는 것이 관례상 지침이라는 점입니다. 굳이 예식장 주례를 해야 할 상황이라면, 그 부부에게 동일한 사제가 혼인성사를 사전에 준 경우입니다. 참고로, 그 순서가 바뀔 수 없습니다. 동일한 사제가 주례를 했다고 해도, 예식장 결혼을 먼저 하고 성당에서 혼인성사를 받을 수 없습니다.(정교분리정책으로 인해 프랑스 교회는 순서가 그 반대입니다만)

예식의 주례자가 동일한 경우에는 그 혼인에 대한 성사적 의미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혼인성사는 본당 신부, 예식장 주례는 혼인 당사자가 아는 신부가 된다면, 동일한 결혼에 대해 성혼선언을 두 명의 사제가 따로 하는 식의 통일되지 못한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일치를 지향하는 예식이 일치하지 못하는 이미지로 드러날 수 있기에 교회법에는 명시되어 있지 않으나 관례적으로 피해 온 것이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혼인 당사자를 잘 알아서 도와주고 싶다고 해도 이 부분에서는 조심했어야 할 여지가 있었음을 고백해야겠습니다.

속풀이를 읽고 계시는 독자분들 중에 특히 신부님이나 부제님들의 개인적 생각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