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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식장에서 혼인성사 올릴 수 있잖나요?[교회상식 속풀이-박종인]

사제품을 받고 남쪽의 한 도시에서 한 해 남짓 본당 실습을 했던 후배 형제가 실습기간 동안 그곳 신자 분들과 돈독한 인연을 맺었나 봅니다. 그 형제는 실습을 마치고 아프리카 남수단으로 파견되었고, 지금은 잠시 사목에 필요한 보충 학업 때문에 영국에 체류 중입니다. 그럼에도 그 영향력이 여전히 이 땅에 미칠 줄은 몰랐습니다.

이 형제와 우정을 쌓은 신자 중, 얼마 있으면 결혼식을 올려야 할 아들을 두신 분이 계셨나 봅니다. 그분 아들(신자)은 약혼녀(아직 비신자)와 성당에서 관면을 통해 혼인성사를 먼저 받을 예정이고, 신부 측 가족과 지인들을 위해 서울에서 예식장을 빌어 결혼식을 한 번 더 할 계획입니다. 아시다시피 신자와 비신자로 맺어진 쌍 중에 적잖은 혼인이 이런 식으로 이루어지곤 합니다.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예식장 결혼을 위해 신랑의 대학 은사님이 주례를 해 주시기로 해 놓고선 중요한 국제회의와 날짜가 맞물리는 바람에 피치 못하게 취소통보를 해 온 데서 제 형제의 활약이.... 아니 그 형제를 알고 있는 예비신랑 모친의 활약이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그간 오지랖 넓은 후배 신부와 종종 연락을 하고 지내던 신랑의 모친께서는 주례 예약을 깬 교수님 대신에 사제가 주례를 해 주길 바랐던 모양입니다. 영국에 있는 후배 신부에게 연락을 취해서 도움을 청하셨겠죠? 그런데 그 후배 신부는 날아올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실습 당시 자신을 잘 보살펴 주셨고 그 자매님을 알고 있는 본당 신부님께 이 사연을 넘겼습니다. 그러나 당시의 주임 신부님도 미국으로 교포사목을 떠나 있는지라 그분마저도 오실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서울에 있는 인맥을 활용해서 예식장 결혼식의 주례 사제를 찾는 미션이 생겼던 셈인데.... 하필 그 후배 신부의 실습 본당 주임께서, 서울에 있는 사제 중에 이런 부탁을 할 수 있는 지인 신부가 하필 저라는 사실이 이 문제에 필자를 연루시킨 배경이 된 것입니다. 세상이 그리 넓지 않다는 걸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서울에서 공부하는 남쪽의 어떤 도시 출신 젊은이를 결혼시키기 위한 노력이 영국과 미국을 돌아 서울로 온 셈입니다. 저는 사실 예식장 결혼 주례를 한 번 해 본 적이 있으나 그 뒤로는 예식장 결혼 주례는 피하고 있습니다. 예식장의 주례석은 어째 사제가 나설 자리가 아니란 기분이 들어서 그렇습니다. 시간에 쫓겨 행사를 위한 행사를 치르는 것 같기도 하고 말입니다. 사제는 성사와 관련해 있는 것이 보기 좋다는 게 개인적 지론입니다.

게다가 이번 경우처럼 결혼 당사자들이 저와 직접 아는 바도 없으니 이번엔 정중히 사양하였습니다....만 그 청년과 그의 약혼녀, 그리고 작정하고 먼 길을 마다 않고 서울을 찾아오신 청년의 어머니를 보니 마음이 흔들렸지 뭡니까? 거기에 '원 플러스 원'으로 청년의 약혼녀가 꼭 세례를 받겠다고 해서 그냥 새롭게 이 청년들과 인연을 맺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은 예식장에 나가기로 허락을 했답니다.

그렇게 면담을 하는 과정에서 질문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예식장에서 혼인성사를 할 수는 없는 건가요?’와 혹시 혼인 성사 장소를 급하게라도 서울로 바꿀 경우 선약한 증인들도 서울로 와야 할 터인데, 만약 그들이 못 온다면 다른 증인을 아무나 세워도 되는 것인지가 그것이었습니다.

   
▲ 결혼식 ⓒ배선영 기자

이에 대해 우리는 교회법 제1118조를 참조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는 다음 세 항이 적혀 있습니다.

1) 가톨릭 신자들 사이의 혼인이나 또는 가톨릭 신자와 비가톨릭 영세자 사이의 혼인은 본당 사목구의 성당에서 거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교구 직권자나 본당 사목구 주임의 허가를 얻어 다른 성당이나 경당에서 거행될 수 있다.
2) 교구 직권자는 다른 장소에서 혼인이 거행되도록 허가할 수 있다.
3) 가톨릭 신자와 비영세자 사이의 혼인은 성당이나 다른 적당한 장소에서 거행될 수 있다.

혼인성사는 결혼하는 둘 중 한 쪽이라도 가톨릭 신자여야 주어질 수 있습니다. 언급된 비가톨릭 영세자란 다른 교파에서 세례를 받은 이를 가리킵니다. 교구 직권자는 쉽게 교구장 주교로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비영세자는 그리스도교 신자가 아닌 사람이 되겠습니다. 그러니까 세례와는 상관없이 살아온 사람입니다.

제게 찾아온 젊은이들은 구성상 가톨릭 신자와 비영세자 커플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바로 3항을 적용 '다른 적당한 장소'가 가능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교회법 학자 선배 신부님께 문의를 했더니 법해석을 메뉴판에서 메뉴를 고르듯 하면 안 된다고 하시더군요. 즉, 각 조에 딸린 항은 우선되는 항을 전제로 읽고 해석해 내려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본다면, 혼인성사가 이뤄질 수 있는 공간은 원칙상 결혼 당사자 중 가톨릭 신자의 소속 본당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소속 본당에서 할 수 없는 경우에 교구장이나 본당 주임의 허락을 얻어서 다른 성당 혹은 경당으로 장소를 옮길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절차가 생략될 경우 혼인은 위법이 됩니다. 그래서 결혼을 하려거든 본당 사제와 면담을 반드시 해야 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항은 성당이나 경당이 아닌 곳, 예를 들어 병원 등과 같은 곳에서 혼인을 해야 할 때로 보면 되겠습니다. 즉 혼인을 원하는 이가 성당으로 이동할 수 없는 특수한 경우를 상정해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는 성당이나 경당이 아니므로 본당 신부가 허락할 수 없습니다. 교구장만이 허락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항은 다분히 그리스도교를 모르는 하객들이 많은 상황을 고려해서 교회가 배려해 놓은 법으로 보입니다. 성당에서 할 경우에는 첫 번째 항을 전제로 해석해야 하며, 다른 적당한 장소를 고려한다면 두 번째 항을 전제로 이해해야 하는 것이지요. 즉, 교구장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이리하여 결혼 날짜가 단 몇 주 안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교구장의 허락까지 받아야 할 사안은 아니라고 보고, 혼인 예식은 조촐하게 고향 본당에서 본당 신부님의 주례로, 즉 원래 계획대로 하시라 조언을 해 드렸습니다.

부록으로 따라붙은 질문인 혼인 증인의 자격에 대해서도 알아봤는데, 증인의 자격에 특별한 교회법상 규정은 없습니다. 교회법 1108조 1항에, "교구 직권자나 본당 사목구 주임 또는 이 두 사람 중 한 사람으로부터 위임받은 사제나 부제가 주례하고 또한 2명의 증인들 앞에서 교회법 조문들에 명시된 규칙에 따라 맺어지는 혼인만이 유효하다"라고만 적혀 있습니다.

그러니까, 증인은 누구랑 누가 결혼하였고 그 사건이 성당에서 일어난 것을 기억할 수 있는 성인 남자 혹은 여자면 되겠지요. 신랑 측은 남자 신부 측은 여자 증인이어야 하는 규정도 사실 없습니다. 가톨릭 신자여야 하는 규정도 없습니다. 두 명의 증인이 요구될 뿐입니다. 관습상 신랑 신부의 부모를 제외한 누구든지 증인을 설 수 있습니다.

만약 혼인예식 장소를 신속하게 변경할 수 있었다면, 증인은 예식에 올 수 있는 아무나 붙들고 예식을 진행할 수도 있었던 것이지만, 원래대로 고향 본당에서 하는 것을 결정을 한 이상 신랑이 증인으로 진즉에 초대했던 친구들이 자리를 빛내 주겠지요.

썩 내키는 주례는 아니지만, 저는 부부의 삶을 바라는 청년들에게 복을 빌어 준다는 마음으로 함께하고자 합니다. 새롭게 태어날 가정을 축복하는데 장소에 연연해서야 자비를 살아간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니까요.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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