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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임이 없어지는 날 꿈꿔요"세상 가장 긴 무덤 찾아간, 대전교구 정평위 청년모임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청년모임이 올해 마지막 월례 프로그램으로 지역 역사 현장을 찾았다.

11월 10일 찾은 곳은 대전 형무소터와 산내 골령골.

1919년 3.1운동 참가자들을 수감하기 위해 현재 대전 중촌동에 세워진 대전형무소는 여운형, 안창호, 김창숙 등 독립운동가들, 해방 뒤에는 시국 사범, 전쟁포로 등을 수감한 곳으로 1984년 유성으로 이전한 뒤, 현재는 망루만 남아 있다.

이어 찾은 곳은 대전 산내 골령골. 1950년 6월 28일부터 7월 17일까지 대전형무소 수감자와 보도연맹회원 등 약 7000명의 무고한 민간인이 이른바 ‘빨갱이’라는 죄목으로 학살된 곳이다.

수천 명의 희생자 가운데 아직 100구의 유해도 발굴하지 못한 이 현장은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이라는 이름의 가묘로, 국가 공권력이 자행한 비극의 현장이지만 공식적 보존이나 발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민간단체에서 발굴을 진행하고 땅을 임대해 현장을 보존하고 있지만, 이곳에서 죽어 간 이들의 이름과 무고함을 밝히고 추모의 공간으로 만드는 일은 2020년까지 완료될 예정이었음에도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대전교구 정평위는 약 4년 전부터 매년 민간단체가 진행하는 위령제에 참여하고 있다.

대전 중촌동 옛 대전형무소 자리를 찾아 설명을 듣는 청년모임 회원들. ⓒ정현진 기자

이날 역사 기행에 참여한 조정선 씨(율리아)는 청년모임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단순 참가자일 뿐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도, “그동안 잘 모르고 있던 일들, 현장, 이슈를 알게 되는 것도 있지만, 이런 현장을 혼자 오는 것과 여럿이 함께 오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공명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동행 취재를 마친 뒤, 청년모임 구성원들에게 교회 내 청년으로 살아간다는 것과 정평위 청년 위원으로 활동하는 의미에 대해 묻고 들었다.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청년모임은 모임을 시작한 지 2년, 주요 구성원은 6명 정도지만, 전국 정평위 조직 가운데 유일한 공식 청년단체로 대표들은 정평위 위원이기도 하다.

이들은 적은 인원이지만 각자 가진 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교구 청년들을 위한 사회교리 연수 프로그램을 만들고, 격월로 주제모임과 평화기행 등을 진행한다.

올해는 본격적으로 1년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진행했다. 상반기 사회교리 청년 연수, 하반기 평화기행을 비롯해 지역 핵발전 문제와 지역화폐, 평화운동,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역사 현장을 둘러보며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사목과 삶, 신앙의 고민들, 갈증을 풀기 위해 함께 우물을 판 사람들

시작은 정평위원장이던 박상병 신부가 청년들에게 “밥이나 먹자”고 청한 자리다.

정평위 활동을 하면서 특히 청년들에게 사회교리와 정평위 활동을 알리고 함께 하고 싶었던 박 신부는 정평위 월례미사나 사회교리학교에 자주 등장하는 청년들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교구 내 청소년과 청년사목 분야와 협력하고 싶어 계속 문을 두드렸지만, 이미 맡은 사목 활동도 버거워 여의치 않자, 정평위 내 청년모임을 먼저 꾸려 보기로 결심했다. 그러던 차에 만난 이들이 대전 목동 성당에서 독서모임을 하고 있던 청년들이다.

“좋은 사람들과 밥이나 먹자”는 자리는 함께 독서모임을 이어가며 지금까지 삶과 신앙을 나누는 자리가 됐다. 1년간 함께 책을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면서 준비를 시작했고,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1년 활동을 계획했다.

어렵게 준비한 지난해 평화기행은 참가자가 없어 무산되기도 했지만, 올해 평화기행은 30여 명의 청년이 참여했다.

지난 10월에 청년모임이 진행한 평화기행. 강화 평화 전망대, 부근리 고인돌, 연미정, 장준하 추모공원, 북한군 묘지 등을 돌아보고 미사를 봉헌한 일정이었다. (사진 제공 = 대전 정평위 청년모임)

청년모임 김유리 씨(율리안나)는 “처음에는 우리나 배우자는 마음으로 시작했고, 세상과 교회가 어떻게 만나고 또 만나야 하는지 공부하고 참여하다 보니 더 많은 이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자꾸 커진다”며 웃었다.

그는 “물론 나도 아직 잘 모르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청년들이 나와 같은 아쉬움과 바람을 가질 것이라 생각했고, 이런 장이 마련되면 당연히 참여할 줄 알았다”며, “하지만 평화기행이 무산되는 경험을 하면서, 생각이나 상황이 많이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모임을 만나고 함께 하는 기회 자체가 개인적으로 상당히 좋다. 성장하는 기회”라며, “예전에는 세상 일에 덜 공감하고 편협했다면, 점점 그 시각이 확장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상병 신부는 “정평위원으로 다른 사목분야와 협력하고 또 청년들과 함께 하고픈 욕심에 시도한 것”이라며, “지난 2년간 대부분 처음 겪고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큰데도, 찾아와서 동참하고 또 애쓰는 청년들에게 무척 고맙다”고 말했다.

교회는 청년들이 바쁘고, 삶이 어려워 교회 안에 청년이 없다고 하지만, 사실 많은 청년들은 교회 안에서 자신의 신앙을 성장시키고, 그 신앙으로 보다 삶을 확신 있게 살고 싶어 한다.

청년모임에 다소 늦게 합류했다는 옥 마리아 씨는 삶이 바쁘고 어려워서가 아니라 바로 그런 목마름이 해소되지 않기 때문에 훨씬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살면서 계속 세상 일들과 교회의 가르침 사이의 괴리가 너무 크게 느껴졌고, 갈등했다. 세상은 너무 부조리하고 힘든데, 일반 사회운동은 내 신앙의 결과 좀 달랐다. 교회 안에서만 있을 수도, 사회운동에 투신할 수 없는 경계에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던 나에게 그 괴리를 조금씩 메꾸도록 해 주는 이 모임은 그래서 너무 소중하다”며, “신앙 안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함께 나누고 배울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 그리고 세상 안에서 청년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내고,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이것을 실천하고 참여할지 고민하는 것 자체가 좋다”고 말했다.

조정선 씨(율리아)는 모임 구성원으로 적극 참여하고 싶지만, 현재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 이상은 힘들다면서도, “하지만 할 수 있는 만큼 참여하고 있다. 모임을 통해 홀로가 아니라 함께 가는 것의 의미를 찾고 있다. 그렇게 서로의 처지만큼 가더라도 궁극의 지점에서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에 청년들이 없는 이유, 그리고 교회에서 청년으로 산다는 것

“교구 시노드에 참여한 한 친구가 ‘청년 사목’에 대한 안건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다른 구성원들에게 물었어요. ‘이 안건을 위해서 본당에 있는 청년들에게 그들의 상황과 어려움 또는 바람을 물어봤는가?’ 그런데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해요.”

청년모임에 참여하는 이들은 교회 안에서 비단 이 모임만 하는 것이 아니다. 각자 교리교사, 청년모임 등에도 참여한다. 교회에는 어디에나 청년들이 있고, 구성원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교회의 미래”라는 청년들의 자리는 지금, 여기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김유리 씨는 “왜 청년들의 문제, 이야기를 청년들에게 묻지 않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우리가 정평위 위원으로 참여하는 것도 교회 안에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일이다. 하지만 청년이 교회에서 활동하면 당연히 위원도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청년 사목을 한다면 당연히 그 당사자인 청년들에게 무엇을 할지 물어봐야 한다. 하지만 이뤄지지 않는데, 교회 구조상 어쩔 수 없는 것인가 싶으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말하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들이 해야 할 일을 각자 할 수 있을 만큼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늘 그 이상의 것을 요구받고, 거절한다는 것은 신앙의 부족, 순명하지 않는 것으로 인식되기 쉽다며, “그렇게 소모되는 것이 안타깝다. 그러니 힘에 부치면 사라지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옥 마리아 씨는 교회가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변화를 따라가는 것은 세속화된다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이들의 생각을 읽고 그 눈높이와 방식을 맞추는 일이다.

그는 청년뿐 아니라 여성의 문제도 마찬가지라며, “교회에서 활동하고 일하는 평신도, 여성,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 특히 요즘 청년들은 자신들의 목소리가 무시당하는 것이 익숙치 않다. 순명하는 것과 무시당하는 것, 말하지 못하는 것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년들이 교회에 없는 것은 단순히 힘들어서, 사회 구조의 문제 때문만은 아니”라며,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인데, 그 문제를 성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진행된 사회교리 청년 연수. (사진 제공 = 대전교구 정평위)

사회교리가 변화시키는 삶

“오랜 시간 신앙인은 기도만 하는 사람들, 정치적 의견을 드러내면 안 된다는 분위기에서 살았어요. 하지만 사회교리를 배우면서 오히려 누구보다 더 적극적으로 세상과 교회에 대해 이야기하고 투신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교회와 신앙인의 몫이고 의무라는 것을 알았어요.”

김유리 씨는 “사회교리를 통해 확신을 얻었다”고 말했다.

"살면서 겪는 일들, 사회적 이슈에 대해 나와 다른 많은 의견과 입장을 만나지만 그 전에는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또 나와 다른 의견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서툴렀다." “하지만 이제는 많은 의견들 가운데 무엇을 어떤 기준으로 선택해야 할지 알게 됐다. 같은 신앙인, 심지어 가족과도 의견이 다를 때 갈등하고 불확실한 입장에 있었다면, 이제는 확실한 지향을 얻게 됐고, 나와 다른 이들에 대해서도 여유가 생겼다.”

옥 마리아 씨 역시 사회교리를 통해 더 큰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날 청년으로 살면서 너무 힘들었고 그 가운데 하나는 세상에서 듣고 보는 것과 교회 안의 그것이 너무 다르다는 것이었다며, “사회교리를 통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조금 더 알게 되는 것만으로 힘을 얻는다. 그래서 다른 청년들도 그렇게 힘을 얻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제야 첫발을 뗀 청년모임이지만 이들은 “조금만 더”라는 바람으로 더 많은 청년들을 만나,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한다. 이들은 앞으로 여러 부침을 겪겠지만, 그러면서 한 사람이라도 함께 손잡을 수 있다면 그것이 희망일 것이라고도 말했고, 결국에는 이 모임이 아주 일상적이고 당연한 것이어서 ‘정평위 청년모임’이라는 따로의 이름을 갖지 않아도 될 날을 꿈꾼다.

박상병 신부는 “삶과 신앙의 분리는 청년만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런 부분을 청소년, 청년 시기부터 알게 해 줬으면 좋겠고, 그래서 다른 사목과 연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교구 사목 차원에서도 이번 시노드 결과에 따라 보다 확장될 기회를 찾고 계속 연계를 위해 논의하고 있다. 청년 사목만이 아니라 서로에게 도움될 형태를 마련하고, 그 가운데 청년들이 보다 힘을 얻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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