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7지구 고등부 주일학교 '사회교리 골든벨' 현장

6월 2일 토요일 오후 서울 이문동 성당.

“사회교리에는 일곱 가지 원리가 있습니다. 그중 가장 중요한 두 개의 원리는 무엇일까요?”

문제가 화면에 뜨자, 부지런히 ‘두캣’(유캣재단이 펴낸 가톨릭사회교리서) 책장을 넘기며 문제를 푸는 이들은 '7지구 두캣 골든벨'에 참여한 서울대교구 7지구 고등부 주일학교 학생들이다.

이른바 ‘사회교리 골든벨’에 참여한 학생 40여 명이 열심히 찾은 답을 쓴 뒤, 정답이 화면에 뜨자 아쉬운 탄성과 환호가 교차한다. 오픈북으로 진행됐지만 문제는 녹록지 않아 틀린 답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이날 열린 ‘사회교리 골든벨’을 처음 제안한 전준희 신부(제기동 성당)는 “전례가 없었고, 사회교리가 아직 학생들은 어려운 탓에 걱정을 했지만, 생각보다 즐거워하니 정말 좋다”고 말한다.

이날 프로그램은 올해 2월부터 전 신부가 교리교사들과 진행한 사회교리 공부모임에서 비롯됐다.

전 신부와 지구 교리교사 10여 명은 한 달에 한 번 사회교리 공부 모임을 이어 왔고, 각자 공부한 내용은 나름의 방법으로 학생들에게 전달했다. 그러던 중 지구 주일학교 프로그램을 고민하면서 “이번엔 좀 다른 프로그램을 해 보자”며, ‘사회교리 골든벨’이라는 모험이 감행됐다.

전례도 없고, 정해진 틀도 없었지만 그동안 공부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함께 모여 문제를 짜고, 진행자를 섭외하는 한편, 밥값을 줄여 가며 푸짐한 상품도 준비했다.

6월 2일 오후 2시, 이문동 성당에 모인 고등부 주일학교 학생들이 '사회교리 골든벨'에 도전. ⓒ정현진 기자

문제풀이만 준비했을 뿐.... 그러나 새롭고 구체적인 교리 내용이 좋았다
사회교리, 내 삶의 변화에 근거 제공

전준희 신부는 “7지구의 15개 본당 가운데 4-5개만 참여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사회교리’라는 단어와 그 내용, ‘두캣’이라는 책이 있다는 것을 알고 배우는 것이 시작점으로 중요하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문제를 풀기 위해 갈피마다 잔뜩 메모지를 붙인 책을 뒤적이던 답십리 성당 주일학교 김무일 학생(요한 사도)은 “골든벨에 참여하려고 준비하기 전까지는 ‘사회교리’를 전혀 몰랐고, 사실 오늘 대회만 준비했을 뿐 교재를 꼼꼼하게 읽은 것은 아니”라면서도, “하지만 접해 본 내용들은 이전의 교리와 달리 새롭고 구체적인 이야기라서 흥미로웠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책을 제대로 읽고, 다음에도 대회가 있으면 꼭 1등을 해 볼 셈”이라고 말했다.

이문동 성당 교리교사 임효현 씨(안젤라)는 “교사였지만 사회교리에 대해 잘 몰랐다. 하지만 배우고 함께 공부해 보니 내용이 너무 좋았고, 덕분에 생각과 삶이 많이 바뀌었다. 학생들에게도 알리고 싶었다”며, “사회교리를 따라 산다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다. 하지만 이전에 잘못을 잘못인지 몰랐고, 세상의 일들을 어떻게 이해할지 몰랐던 것과 비교하면 지금은 내 삶과 행동의 근거를 찾을 수 있게 된 점에서 훨씬 좋다”고 말했다.

그는 “교사로서 배운 것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하지만, 사실 학생들이 깊이 있게 이해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라면서도, “하지만 교회에 이런 교리, 가르침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부터 시작하고 그 다음 더 많이 더 깊게 확장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별전에 이은, 개인전. 수많은 오답자가 나와 이 문제 직후 패자부활전이 이어졌다. ⓒ정현진 기자

사회교리는 엄연하고 분명한 가톨릭교리
신앙인들이 겪는 삶과 신앙문제를 말하고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언어

전준희 신부는 제기동 성당에서 사회교리에 기반한 ‘7지구 자모회 원탁회의’도 진행하고 있다.

“7지구 내 신자들에게 사회교리를 알리고, 아는 바를 실천하도록 돕는다”는 목적으로 시작한 이 모임은 ‘원탁회의’라는 이름처럼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 구분 없이 평등하고 자유롭게 서로 의견을 나누고 실천을 공유한다.

전 신부는 “사회교리에 대한 입장은 호불호가 갈리고 있지만, 가톨릭교리서 제3편에 속하는 엄연한 교리다. 그럼에도 신자들의 신앙생활이나 교육에 반영되어 있지 않아 많이 안타깝다”며, “신자들도 신앙인으로 살면서 답답한 상황이 많다. 그런데 그런 답답함을 표현할 언어조차 찾지 못하는 면이 있다. 그 언어를 찾고, 더 활기 있는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모임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너무 많은 사람이 모르고 있는 사회교리에 대해 “이것이 교리”라는 것을 알리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며, “특히 교회와 세상의 미래인 청소년과 청년들이 사회교리를 익히고 성찰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지치지 않고 계속 그런 기회를 마련하는 것 외에 특별한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사회교리를 알리고 가르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함께 이런 생각을 공유하고 일을 도모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사회교리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개별화되어 있어서 의지가 있어도 실천이 어렵다. 사제, 수도자, 평신도 등 누가 되었든 이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자리, 네트워크 등 협력의 도구가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교회가 사회적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때, 사회교리의 차원에서 해석하고 이를 신자들에게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며, “예를 들어 최근의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에서 그리스도인은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우리의 삶을 고민해야 할지 구체적인 언어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시대적 징표를 정확히 읽고 실천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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