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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짐을 묵상하는 11월[기도하는 시 - 박춘식]
헤어짐 (이미지 출처 = Pixabay)

 

헤어짐을 묵상하는 11월

- 닐숨 박춘식

 

갑자기 출국한다며 머뭇거리는 목소리,

지금도 보듬고 있는데 어쩌나

 

그님과 저녁을 먹을 때는 묵묵,

마지막 만남이라며, 돌아가는 길목

어느새 별이 된 듯 멀리 아른거립니다

 

주님, 찢어지는 마음이지만

헤어지는 통증을 하늘 보약으로 삼키도록

저의 쓰린 감정을 보듬어 주소서

한참 후, 그님을 위한 기도를 드리게 이끄소서

 

그러므로 함께 살든지 떠나 살든지 우리는

주님 마음에 들고자 애를 씁니다.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둘째 서간 5:9)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8년 11월 5일 월요일)

 

이별은 만남보다 더 소중하고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헤어지거나 결별 그리고 사별하는 등등 많은 이별을 안고 사는 우리 마음이 마냥 아프고 찌그러지고 있다면 하느님께서도 좋아하시지 않을 것입니다. 좀 엉뚱한 제안입니다만, 이별도 섭리이고 기도라는 생각을 하시면 어떨까요? ‘이제 우리 헤어지자’ 말하면서 옥신각신 따지고 서로 네 탓으로 따지는 미움과 배신감 등을 기도로 마음을 가라앉히는 기회로 삼는다든가, 그리고 등을 돌리고 말 없이 헤어지는 모습 안에서 ‘참회 기도’의 틈을 찾아보는 노력, 그 다음 시간이 흐르면서 후회나 그리움 또 추억들로 보고 싶은 마음이 일어날 때는 ‘다시 믿음의 활기를 되살리는 기도’ 또는 ‘이별도 커다란 은총임을 깨닫고 감사드리는 기도’라고 생각한다면 어떨까요,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살아가는 동안, 동식물의 이별까지 수많은 이별에 대한 아픔과, 그 아픔이 하느님의 사랑임을 느낀다면 아주 좋은 현상이 아닐까, 라고 저 혼자 중얼거립니다. 그러니까 ‘만남의 신비’만을 위대하게 보지 말고 ‘이별의 신비’ 역시 큰 은혜로움이라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어서 이 글을 적었습니다. 11월에는 망자를 위한 기도를 많이 바치면서 사별, 헤어짐, 이별 등이 삶의 커다란 무게이면서 동시에 하느님의 큰 은총이라는 사실을 깊이 묵상하심도 좋을 듯합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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