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통곡의 벽. (이미지 출처 = Pixabay)

DONA NOBIS PACEM !

- 닐숨 박춘식

'저희에게 평화를 주소서'

 

 

예고 없이 나타난 불개미가 독을 던지고

먼지바람은 몸속 깊은 골목에 재를 뿌립니다

DONA NOBIS PACEM !

 

철새들의 우아한 군무는 가끔 걱정을 안겨주고

매 맞아 죽은 강아지가

우리 마음을 슬프게 멍들게 만듭니다

DONA NOBIS PACEM !

 

거창한 건물 안에서는 연신 폭탄을 만들고

빗물은 난민들 천막촌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죽지 말라고 폭탄으로 죽지 말라고 소곤거립니다

DONA NOBIS PACEM !

 

어미 새가 모이를 물고 철조망 높이

남에서 부지런히 북으로

북에서 종종걸음 남으로

둥지의 노란 부리들에게 날아갑니다

DONA NOBIS PACEM !

 

합장하는 손들이 우우 뜨겁게 몰려와

하느님을 부르는 불기둥으로 치솟는 소리에

통곡의 벽이 절망의 골짜기에서 몸부림칩니다

DONA NOBIS PACEM !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8년 10월 15일 월요일)

 

DONA NOBIS PACEM ! '도나 노비스 파쳄(라틴어)은 ‘저희에게 평화를 주소서!’라는 라틴어 기도이면서 그레고리오 성가 노랫말이기도 합니다. ‘Dona Nobis Pacem’을 영어로는 ‘Grant Us Peace’, 또는 ‘Give Us Peace’로 번역되고 있습니다. 주님께 간절히 기도하는 글귀로서 제일 앞에 또는 제일 뒤에 ‘주님'(Domine)이라는 말이 있어야 하지만, 생략하여 더 간결하게 표현된 유명한 기도문입니다. 외우기 쉬우니까 빛살기도로 “도나 노비스 파쳄”을 또는 “도나 노비스 파쳄, 도미네”를 열심히 바치시기 원합니다. 평화는 포용과 용서를 바탕으로 서로 손을 잡는 일이라고 많이 말합니다. 믿는 이들이 명심할 일은, 평화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최고의 선물이며, 하느님만이 참된 평화를 주신다는 진리라는 사실입니다. 십자가에서 희생되신 주님께서 부활하신 다음 제자들에게 나타나 인사로 하신 말씀이 “평화가 너희와 함께!”라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들이 이러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예수님께서 그들 가운데 서시어, “평화가 너희와 함께!” 하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루카 복음 24,36) 기도만이 참 평화를 이룩할 수 있음을 다시금 묵상하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함께 그리고 가정과 자기 자신의 깊은 평화를 주님께 간청하시기를 당부 드리고 싶습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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