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묵주 (이미지 출처 = Pxhere)

묵주 구슬을

- 닐숨 박춘식

 

마음 구슬로 곱게 다듬어

20단 신비를 끈으로 손으로 이어가면

가물거리는 하늘길이 보입니다

 

그 십자가 언덕길로

그 엄마 엄마를 부르면서

그 아드님에게 올라가고 있습니다

온 세상을 기도로 이어주는

묵주의 모든 알맹이는 지금

파란 눈동자로 반짝거리고 있습니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8년 10월 22일 월요일)

 

묵주기도는 다른 어떤 기도보다 분심이 오락가락 설치고 온갖 잡념이 춤을 춥니다. 곰곰이 이유를 따져 보니, 중요하고 간단한 소리기도(염경기도)로 진행되기 때문이며, 묵상 내용이 예수님의 일생이며 그리고 악마가 제일 싫어하는 기도라는 이유가 있다고 저 혼자 생각해 봅니다. 묵주기도와 빛살기도만큼 바치기 수월한 기도는 다시는 없다는 생각이 들고, 그리고 손에는 십자가를 잡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소중한 기도라고 생각합니다. 반지묵주에도 좁쌀 만한 십자가가 반짝이고 있습니다. 반지묵주를 끼고 빨래를 헹구며 묵주기도를 바치는데, 아이가 “엄마 뭐 해?” 하고 말하면 “지랄한다. 지금 빨래한다. 왜?”라고 대답하다가 성모송이 끊어지고 다시 이어가며 기도를 바칩니다. 아이는 엄마를 그냥 부르고 싶어서 뭐 하냐고 묻지만, 엄마는 저녁 반찬 걱정으로 묵주기도 하다가 또 아이가 주는 분심으로 기도가 멈칫합니다. 그때 엄마도 덩달아 성모상을 보며, “하늘 엄마야, 지금 뭐 하고 계세요”고 여쭈어 본다면, 하늘의 천사들이 배꼽을 쥐고 웃을 겁니다. 그날 묵주기도는 99점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싶습니다. 시월의 묵주가 더욱 빛나도록, 분심 잡념으로 양념을 주물럭거리며, 정신없이 계속 묵주기도를 바치시라고 당부하여도 짜증 내지 마시고 웃으시며 곧바로 묵주를 손에 잡으시기를 원합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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