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하늘 문을 열어주는 자비를 기다립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우리에게 대림시기는

- 닐숨 박춘식

 

성조(聖祖) 아브라함의 족보를 꿰어 외우면서

천 년 이어온 천 년의 한(恨)이며

하늘 바라보며 몸통으로 바치는 기도입니다

 

에덴 동쪽의 번쩍이는 불 칼을 거두시고

하늘 문을 열어주는 자비를 기다리는

애절한 몸부림입니다

 

“보십시오, 젊은 여인이 잉태하여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할 것입니다.” (이사야서 7:14)

이사야가 목청을 한껏 높여 예고한

그 아들, 그 이름을 기다리는 긴 침묵이며

그 아들, 그 이름을 불러 보려는 끈질긴 갈망입니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8년 11월 26일 월요일)

 

다가오는 12월 2일은 대림 제1주일입니다. 전례로 따지면 새로운 해의 시작입니다. 또 다시 구세사(救世史)의 첫 무대를 올리면서, 우리 민족에 대하여 깊은 의미를 절감하는 기운이 감도는 듯합니다. 우리 모두는 우리 겨레의 구원을 어느 때보다 간절히 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필코 평화의 첫 종소리가 울려지면서 하느님께 감사 찬미 노래를 힘차게 부르게 되기를 갈망합니다. 주변의 모든 나라가 한반도를 이용하여 자기 세력을 과시하고 자기 이득을 얻으려는 것만 요구하지, 우리 민족의 진정한 평화를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가 뚜렷하게 보면서, 한반도의 평화는 하느님만이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더욱 깊이 가지게 합니다. 그러니까 이번 대림시기를 우리 민족 평화의 서곡으로 만들어 주시기를, 하느님과 성모님에게 엄청 많은 기도로 간청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사야 예언의 임마누엘께서 먹구름을 뚫고 미소의 빛으로, 한반도에 오시어 ‘평화는 이렇게 이루어야 한다!’고 하시면서, 놀라운 축복을 내려 주시기 갈망합니다. 이번 대림시기를 기도로 꽉꽉 채우시기를 손 모아 기원합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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