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우리는 종종 묵주를 축복할 때도 축성이란 말을 혼동해서 쓴다. (이미지 출처 = Pxhere)

동료 신부님에게 한 신자분이 오셔서 당신의 한복을 축성해 달라고 하시더랍니다. 며느리에게 줄 한복이라 그러셨다는 것입니다. 신부님은 그분의 뜻이 매우 의미 있다 여겨져서 십자성호를 긋고 기도를 해 드렸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언젠가 다루었던 ‘속풀이’가 떠올랐습니다.(“축성과 축복은 같은 말인가요?”)  우리가 말을 자꾸 혼동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종종 묵주를 “축복"할 때도 “축성"이란 말을 혼동해서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기억을 떠올리면, 축성은 “봉헌하여 성스럽게 만든다”는 의미의 콘세크라시오(consecratio)에서, 축복은 “좋은 말을 하다” 그러니까 복을 빌어 준다는 뜻의 베네딕시오(benedictio)라는 말에서 온 것입니다. 

축성은 하느님께 봉헌된 것이나 사람을 성스럽게 만들어서 결국 하느님께 드리는 행위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성찬례를 통해 빵과 포도주를 성체와 성혈로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성품성사를 통해서는 하느님께 바쳐진 사람들을 축성합니다. 여기에, 영구적으로 신자들이 이용할 성전을 지어 봉헌할 때도 성당과 제대를 축성합니다. 요즘은 성전축성식이라고 하기보다 성전봉헌식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이렇게 언급한 것 이외의 행위에는 모두 축복이라고 하는 것이 좀 더 정확하게 단어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묵주나 미사 제구, 성상 등을 성물이라 부르기에 이런 사물에 대해 하는 행위를 거의 무의식적으로 축성이라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엄밀히 이 모든 준성사 행위는 “축복"하는 행위입니다. 

축복은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가정, 집, 사무실, 상점, 자동차 등이 축복의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축복은 꼭 성직자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가족들, 이웃들 사이에서 서로 축복해 줄 수 있습니다. 이사 간 집이 있다면 집안의 어른이 대표로 축복을 할 수 있습니다. 복을 빌어 주는 행위인 축복이 남용되어 기복적으로 흐르지 않는 범위에서 이루어진다면, 세상은 더 푸근한 곳이 될 것입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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