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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히 두려워하기 전에 만나고 끌어안아야 합니다"탈북민 자녀 그룹홈 '도밍고의 집' 조성하 신부

서울 강북구 ‘도밍고의 집’에는 한 신부가 6살 쌍둥이와 8살 아이, 3명의 아빠로 살고 있다.

자칭 ‘신부 아빠’인 조성하 신부의 세 아들은 탈북자들의 자녀들이고, ‘도밍고의 집’은 이른바 ‘비보호 탈북민’ 자녀들의 그룹홈이다.

조성하 신부가 그룹홈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7월, 모든 준비를 마치고 세 악동과 알콩달콩, 좌충우돌 함께 살기를 시작한 것은 올해 1월이다. 아침이면 어린이집과 학교에 가고 방과후 활동을 마친 뒤, 집으로 돌아오면 두 명의 보육교사와 신부아빠가 아이들을 맞이한다.

돌아오면 유치원과 학교에서 만든 작품(?)을 자랑하기도 하고, 태권도학원에서 얻은 상처를 애처로운 눈길로 내밀기도 한다. 장난감으로 온 마루를 어지르는 것은 필수. 처음 이 집에 왔을 때 아이들은 밤에 잠에서 깨어 울기 일쑤였지만, 이제 제법 안정됐다고 한다.

조성하 신부는 생활은 여느 가정과 마찬가지로 이뤄지지만, 어쩔 수 없이 아이들에게는 부족함이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조성하

도미니코회 소속인 조성하 신부가 그룹홈을 시작한 것은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니다. 

10여 년 전 신학교 시절부터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고민하다가 눈길을 둔 것이 ‘통일사목’이었다. 이 사회의 왜곡과 갈등, 역사를 들여다보면서 그는 결국 그 바닥에는 분단이 있다고 봤다. 남북이 진정으로 화해하기 전에는 남한사회 내 갈등과 왜곡은 끝날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북한 공부를 하고, 탈북자들과 꾸준히 만났다. 

오래 탈북자들을 만나면서 조 신부가 눈여겨 본 것은 ‘비보호 탈북민’ 그리고 그들의 ‘중도입국자녀’다.

북한이탈주민들이 탈북 하는 과정에서 직접 한국으로 들어오는 경우도 있지만 중국을 비롯한 제3국을 통해 들어온다. 브로커가 관여해 제3국을 거치고 특히 인신매매 형태의 탈북이 이뤄지면, 임시 정착한 곳에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기도 한다.

제3국에서 오래 체류한 뒤 한국에 들어오면 그들은 법적으로 ‘비보호 탈북자’가 되고 그들이 제3국에서 태어나 북한, 제3국, 남한 어디의 국적도 없는 아이들은 ‘중도입국 자녀’다. 중도입국 자녀란 외국에서 나서 자라다가 중도에 부모를 따라 한국에 온 자녀들이다.

북한이탈주민법 제9조 1항에 따른 ‘비보호 탈북민'에는 국제형사범죄나 비정치적 범죄자도 있지만, 제3국에서 10년 이상 거주하거나, 국내 입국 뒤 1년이 지난 뒤에 보호신청을 하는 경우, 그리고 제3국에서 합법적 체류자격을 얻은 경우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는 국내입국 한 뒤, 1년 이내에 보호신청을 하지 못해 비보호 대상이 된 이들이 가장 많다.

남북하나재단 통계를 보면 제3국에서 태어난 탈북민 자녀는 약 2000명을 헤아리며, 중도입국자녀 역시 1000명이 넘는다.

조 신부는 나중에 부모가 데리고 오는 경우를 합하면 약 4000명 정도로 추산한다. 비보호탈북민은 한국 사회에서 적응하기까지 폐쇄적으로 지내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사회적 제도(보호 신청 등)에 접근하기 더욱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어린 나이에 홀로 아이를 낳고 한국에 오는 여성들은 적응하기가 더더욱 어려워,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 정신적 문제도 발생한다며, 당사자와 그들의 아이를 돌보는 일이 무척 절실하고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 신부는 가톨릭 교회에서 이들을 위한 대안학교나 그룹홈을 운영하지만 그룹홈은 주로 여아들 위주여서 남아들을 위한 그룹홈을 처음으로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북한이탈주민, 또 하나의 난민

“우리는 너무 낯선 이들에 대한 두려움 속에 살고 있고, 그 두려움을 기득권은 이용하고 있어요.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만나는 것입니다.”

최근 남북관계가 급진전되면서 통일을 바라고 이야기하는 이들이 많아졌지만 한 켠에서는 한국의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통일 이후를 걱정하는 이들도 많다. 서로 다른 문화와 체제 속에서 살다가 어려움을 피해 다른 나라로 들어온 이들을 난민이라 한다면, 북한이탈주민 역시 난민이다. 최근 예멘 난민 사태로 ‘낯선 이들에 대한 경계와 두려움’은 그야말로 화두가 됐다. 이런 분위기에서 우리는, 그리고 교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현재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조성하 신부는 “(예멘) 난민을 대하는 태도에서 북한 주민들에 대한 태도가 보인다”고 우려했다.

그는 “난민에 대한 태도와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태도는 똑같은 메커니즘”이라면서, “이질적이고 낯선 이들에 대한 두려움. 게다가 우리는 북한 주민을 마치 2등시민처럼 낮게 보는 경향이 있다. 앞으로 북한이탈주민은 물론 북과 교류가 활발해지면 이같은 메커니즘이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신부는 “이같은 문제는 우리에게 큰 도전이며, 개인적으로 당장 통일이 되고 교류가 많아지는 것은 그런 측면에서 위험해 보인다”며, “비판받을 말일지 모르지만, 북한과 단지 다른 체제이기 때문이 아니라 한국의 사대주의, 천민자본주의는 북한이 나름 유지해 온 주체적 사고와 많이 충돌할 것”이라고 말했다.

탈북민 자녀들의 그룹홈 '도밍고의 집' 조성하 신부. ⓒ정현진 기자

“난민이든 탈북자든 낯설고 다른 이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가장 우선해야 하는 것은 만나는 것이고, 그중에서도 탈북자들을 만나고 우리 사회가 끌어안는 것이 먼저입니다.”

조 신부는 일반 사회는 물론, 통일사목, 통일 이후의 복음화를 위해 교회가 준비해야 할 것에 대해서도 “직접 만나고 이해해야 언론이나 정치적 프레임에 따르지 않고 할 일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 측면에서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는 교회적 틀 안에서, 남북 관계나 통일 이후의 준비를 올바르게 이끌어가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문제는 일반 신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교회적으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메시지가 완화되는데, 그래서 분명하지 않은 부분이 있고 그것은 분분한 해석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회가 두려워하는 것은 한쪽 방향을 내세울 때의 분열이고, 신자들은 종교와 정치를 분리하려고 한다. 또 교회 내에서도 각 지역(교구)별 온도차도 많다”며, 교회 내부에서 극복해야 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주교회의에서는 각 교구를 통해 지역 본당과 탈북자를 연계하도록 권고하기도 하지만, 문제는 일선 사목자들의 의지와 본당 여력 여부라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쨌든 현실적으로 사목의 중심인 성직자와 수도자가 의지를 갖는 것이다. 그들이 나서지 않으면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이라도 신학교 양성 과정에서 탈북자와 북한에 대해 실질적으로 이해하고 알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조 신부는 현재 북한이나 탈북자에 대해서는 워낙 모르고 있기 때문에 어느 쪽의 관심인지, 어떤 성향의 관심인지 구분하는 것보다는 어떤 관심이든 불러일으켜야 한다면서, “다만 퍼포먼스가 아니라 더 밀착적이고 구체적이며 일상적인 관심이 필요하고 그런 관심이 성직자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의식이 높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면과 두려움, 그리고 경제적 관심을 넘어 북한 주민이라는 인간, 평화, 화해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려면 우선 온도와 색깔에 상관없는 관심이라도 시작되어야 한다”며 “그런 뒤에는 의견과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지 않겠나. 사실 진보나 보수 어느 쪽도 완전하지 않다. 우리는 새로운 합일점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탈북민 아이들과 살아가고 있지만 단지 이 아이들에게만 초점을 맞추고 싶지 않다면서, “차이는 일시적이다. 그러나 이제는 같이 가야 하고 상생해야 한다. 한쪽을 죽이고 다른 한쪽만 살 수는 없다. 탈북민들이나 난민 그 누구도 어디서든 한 인간으로 온전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모두 난민이고 난민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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