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자녀 그룹홈 준비하는 조성하 신부

도미니코수도회가 제3국 출생 탈북자 자녀를 위한 그룹홈(공동생활가정)을 오는 7월부터 문을 연다. 그룹홈이 들어설 집을 찾아가 이 공간 마련을 이끌어 온 조성하 신부(도미니코 수도회)를 만났다.

조 신부는 신학생 시절 탈북자들과 만나게 되면서 민족화해 분야에 관심을 가져왔다. 그는 최근 주교회의 민족화해위 북한이탈주민 지원분과 대표를 맡고 있으며, 하나원에서의 종교활동도 지원하고 있다.

조 신부는 가정에서 충분히 돌보지 못하는 탈북 남자 청소년, 특히 제3국 출생 자녀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그룹홈은 도미니코수도회가 새 수도원 건립 전에 수도원으로 쓰던 미아역 근처 집들 가운데 하나를 활용해 만들어지며, 이름은 ‘도밍고의 집’으로 정했다. ‘도밍고’는 도미니코 성인의 스페인어 발음이다.

조 신부는 탈북 남자 청소년을 위한 그룹홈이 “거의 없다”며, 교회의 관심과 도움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자 청소년들을 위해서는 여러 수녀회에서 6-7개의 그룹홈을 두고 있지만, 남자 시설로는 작은형제회가 서울 수유동에서 운영하는 탈북 청년 쉼터가 거의 유일한 천주교 시설이라고 한다.

▲ 도미니코수도회가 서울 강북구의 옛 수도원 건물을 탈북자 자녀를 위한 그룹홈으로 만들고자 준비하고 있다. ⓒ강한 기자

이어 조 신부는 최근에는 제3국 출생 탈북자 자녀 문제가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탈주민(탈북자)의 자녀들 중 제3국 출생 비율이 높아졌어요. 중국 국적을 가진 아이들도 있죠. 아주 어린 나이부터 중국에서 살다 보니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이 우선 배려 받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한국에서 탈북자 자녀라고 하면 북한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주로 생각했지만, 탈북 여성이 중국 등 ‘제3국’에서 지내는 동안 낳은 자녀에 대해 우리 사회가 더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신부는 그 아이들의 아버지가 중국인이거나, 부모 중 한 사람만 한국에 와 있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 도미니코수도회가 서울 강북구의 옛 수도원 건물을 탈북자 자녀를 위한 그룹홈으로 만들고자 준비하고 있다. ⓒ강한 기자

지난 2월 통일부 발표에 따르면 “제3국 출생 자녀는 2016년 12월말 기준, 재학 중인 탈북학생 총 2517명 중 1317명으로 전체 탈북 청소년의 52.3퍼센트를 차지하며 매년 증가 추세”다.

그룹홈의 출발과 함께 시작될 도전은 지자체 인가를 받은 뒤에도 1년 이상 정부 지원 없이 수도회가 자체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적으로 그룹홈은 5명부터 7명까지 보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적어도 1년 이상 실질적으로 운영된 시설을 대상으로 지자체가 평가해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이 때문에 조 신부는 후원금을 모으기 위한 하루 주점을 6월 25일 열었고, 앞으로도 그룹홈 유지를 위한 후원자 모집에 나설 생각이다.

▲ 조성하 신부 ⓒ왕기리 기자
그는 “전에는 로또 맞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데, 요즘은 한다”며 웃었다. 그는 “7월부터 인가 받아 시작하면 1년 5개월을 견뎌야 된다”며, 그 기간 동안 약 7000만 원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원 없이 운영하더라도 함께 일하는 직원의 인건비를 국가 기준에 맞게 지급해야 한다.

조성하 신부는 비록 탈북자 자녀들이 한국에서 부모와 함께 지내더라도, 부모가 근무 시간이 길고 불안정한 직장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조 신부는 이런 여건에서 탈북자 자녀들이 제대로 교육과 돌봄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되면, 정체성의 혼란은 더 심해질 것이고 한국 사회에 대한 부정적 생각을 갖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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